BMW는 96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SMG1을 탑재한 M3를 데뷔시켰다.
토크컨버터를 가지는 자동변속기가 아닌 클러치 디스크가 존재하는 수동변속기 베이스의 자동변속기는 능숙한 운전자의 손과 발을 대신해 변속을 컨트롤한다는 개념이다.




수치상의 데이터를 뒤로하고라도 초대 SMG의 변속기능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고, 제어가 잘되는 편이었지만 수동변속기에 미쳐 Anti automatic을 외치는 매니어들을 흡수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했던 것 같다.




BMW는 그 어느 메이커보다 먼저 수동변속기 베이스 세미오토매틱의 2세대 버전을 M3에 탑재해 이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한발짝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형 E46 M3는 SMG2 변속기뿐만 아니라 탑재된 고회전 엔진에도 초점이 맞추어진다.
대개 배기량이 3리터가 넘는 큰 엔진이 7000rpm을 넘어서는 영역에서도 여전히 토크를 유지하는 엔진은 혼다의 NSX의 그것을 포함해 얼마되지 않는다.




특히 독일제 엔진은 일제엔진이 추구하는 고회전 영역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된다.
엔진이 고속으로 돌지 않아도 실용영역에서 큰 토크를 내어 적당히 넓은 기어비를 선택한다면 꼭 고회전 엔진의 차량이 높은 고속주행성능을 발휘한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던 것이 독일의 엔진 만들기이다.




BMW는 Formula-1 윌리암즈팀에 엔진을 공급한다.
M3를 위해 따로 개발한 엔진에 F1 엔진에 사용되는 매커니즘의 일부를 활용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겠고, 8000rpm을 돌 수 있는 엔진은 우람한 바디빌더가 유연한 모습으로 기계체조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은색의 두툼한 팬더와 아가미 통풍구를 가진 M3는 차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범상한 3시리즈로 오인하진 않을 것 같다.




실내로 들어가보자.
초대 E30 M3의 터프하고 당장에라도 서킷에 뛰어들어갈 것 같은 단조로운 분위기와 비교해 같이 서킷에 들어가도 현재의 E46 M3는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내키면 음악도 틀고, 타이어가 지르는 비명을 즐길 수 있는 컨셉이라고 해야하나?




고참 E30이나 E36 M3가 보면 군기가 빠진 듯 보일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너무 고급스럽고, 안락한 분위기로 탈바꿈한 M3의 실내는 변화의 물결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수긍으로 보아야겠다.




사설이 너무 길었던 것을 인정하며, 어서 시동을 걸어보자.  
구형 E36 M3의 320마력짜리 독립쓰로틀 엔진과 음색이 엇비슷하지만 고회전에서 배기쪽에 약간의 떨림음이 발생하는 점이 색다르다.




레버를 우측으로 밀면 SMG 작동을 표시하는 계기판에 S가 뜬다. 여기서 우측으로 한번 더 밀면 A모드가 되고, 수동조작이 가능해진다.




BMW의 스텝트로닉이 위로 밀면 시프트 업, 당기면 다운인 것과 반대로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 아래로 당기면 시프트 업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업다운이 바뀐 체인지레버가 헛갈릴 수도 있겠다.
대신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패들 시프터가 체인지레버를 붙들고 씨름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여준다.
처음에는 순전히 자동변속기 모드로 주행을 해보았다.




눈길 주행용인 1단계 모드를 제외하고 2단계부터 5단계까지 변속 타이밍과 변속에 걸리는 시간을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다.




DSC를 끄면 6단계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6단계에서는 드래그 스타트도 가능하다.
2단계에서 5단계로 갈수록 변속기의 반응이 빨라지고 타이밍도 스포츠 드라이빙에 가까워진다.
여기서 체인지레버나 패들시프터를 조작하면 바로 수동모드로 전환되고, rpm이 레드존에 걸려 연료차단이 되는 순간에도 절대로 자동으로 시프트 업을 진행시키지 않는다.




수동모드일 때는 철저히 운전자가 변속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며, 변속기는 쓸데없이 참견을 하지 않는다.




바늘이 상승하면서 전영역에 걸쳐 굵은 토크가 느껴진다.
체인지레버를 이용해 변속을 하다가 패들시프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론 체인지레버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게 될 정도로 패들시프터는 운전의 재미를 돋군다.




안전을 위해서도 스티어링을 잡은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위치가 적당해 자연스럽게 시프트 업과 다운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운전자 손크기에 맞게 이 패들의 크기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각단 8000rpm을 기준으로 1단 60km, 2단 105km/h, 3단 160km/h, 4단 220km/h, 5단 260km/h 6단 6000rpm에 260km/h에서 가르키며, 6500rpm에 약간 못미치는 시점에서 278km/h를 마크했다.




운행조건은 탄력을 받기 어려운 완전한 평지였으며, 260km/h를 넘어서도 바늘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속도가 붙는다.




엔진이 커버하는 영역이 큰 대신 기어비는 약간 높게 잡혀있고, 모든 단수에서 가속에 초점을 맞춘 독립쓰로틀의 343마력 M3엔진은 5000rpm으로 항속하다가도 쓰로틀을 때리면 제법 강한 펀치를 발휘한다.




NA엔진의 유연성(커버하는 회전 영역이 넓다는 의미에서)에 엄청나게 빠른 레스폰스는 SMG2와 완벽하게 손발을 맞춘다.




SMG2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다운시프트시 정교한 rpm싱크로나이징이다.
가속패달을 계속해서 밟고 있는 상황에서 다운시프트를 가하면,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기어가 내려가고 필요한만큼 rpm이 자동으로 보상되기 때문에 변속충격이 전혀없다.




SMG1의 경우 다운시프트시 rpm싱크로나이징이 완벽하지 않았고, 특히 제동중 다운시프트를 걸면, 변속 충격을 줄이기 위해 변속후 클러치가 내부에서 붙는 시간을 늘려,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SMG2는 다운시프트를 걸면, throttle by wire에 의해 쓰로틀이 자동으로 당겨져 머플러를 통해 '부앙'하며 rpm이 치솟는 것이 느껴진다.




시프트 업시에도 가속패달을 중간에 놓았다가 밟을 필요가 전혀없다.
변속이 0.14초만에 마무리되는 찰라에도 엔진의 파워를 순간적으로 줄여 내부에서 클러치가 붙을 때의 충격을 줄이고 내부 부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중미산에 와인딩 코스를 경험하기 위해 중미산 언덕에 오르기 직전에 DSC스위치를 껐다.
100km/h이상으로 돌 수 있는 코너가 많아 2단 한계속도인 100km/h를 약간 넘긴 속도로 돌아나가며, 왠만한 각도에서는 가속패달을 조금씩 더 밟아도 뒤가 촐싹거리지 않고 약 언더스티어를 보이며, 괘도를 따라나간다.




각도가 더 급한 코너에 진입해 후륜이 선회라인안에 들어왔을 때 후륜이 그립을 잃고 옆으로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느낌이 상당히 특이하다.




독일차들은 대개 그립을 하다가 타이어가 노면을 놓치는 순간을 운전자가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잘 돌다가 한순간에 휙 날아가는 동작이 적다는 이야기이다.




M3는 이러한 감각이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옆으로 제법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꺽은 운전자가 느끼기에 슬립앵글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즉 후륜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너무 태연하다.




BMW를 패밀리 개념에서 바라보며, M3를 자식이라고 간주했을 때, 정말 행복한 자식이다.
M3만을 위해 개발된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하드웨어를 일체 다른 형제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아우디가 S4용 2.7터보 엔진의 하드웨어를 RS4에, A6에 게다가 올로드 콰트로에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공유하는 것과 비교하면 M3와 M5는 전용엔진을 가진 과잉보호를 받고 있는 자식이나 다름없다.




초대 4기통 E30 M3는 레이싱 개념에 좀 더 가까운 차였고, 매인트넌스도 까다로웠다.
당시에는 그러한 개념이 순수 스포츠가 잘 통했었고, 계속해서 그런 분위기가 계승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M3가 현재의 진화된 현 모습을 본다면, 옮겨다 붙인 M3배지가 추구하는 방향의 전환, 혹은 인식의 전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등장할 신형 S4가 유난히 뜸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두 차종의 맞대결이 사뭇 기대가 된다.    


P.S. 시승을 위해 애마를 내어주신 서호성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금호 MX 전륜 235/40.18
          후륜 265 35.18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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