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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글은 모터트랜드에 기사로 실었던 원본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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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일 때 포르쉐 신형 911(코드명997) 카레라S를 구입했을 때의 희열도 잠시 PDK와 직분사엔진으로 무장한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나오고나니 내차는 구형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레 중고차거래 웹사이트에 들어가 내차의 시세를 확인하고 최신형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머리속으로 주판을 튕긴다.

 

이미 업데이트된 차량이 나왔으니 내차의 가격은 최신형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져버렸다.

속이 쓰렸다. 1년도 안된차가 구형소리를 들어야하는 것도 불쾌한데 가치의 하락도 크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차를

구입할 때 갖은 양념과 버터발린 말로 나를 자극했던 포르쉐 영맨이 원망스러웠다.

 

얼마전 명문대를 나와 내놓으라고하는 집안 출신에 몸매도 모델 뺨치는 아가씨와 소개팅을 했다.

고상한 말씨에 이쁜 외모의 그녀와 데이트를 하노라면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쾌감이 컸다. 게다가 친구들도 나의 능력에 감동한 듯 부러움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 새로 입사한 그녀는 내가 싱글이 아닌걸 한탄하게 만들만큼 매혹적이었다. 학벌, 집안, 외모 게다가 섹시하기까지 했다.

 

그녀를 보면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현재 여자친구 때문에 대쉬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직 총각인데 뭐, 아니야 사귄지 얼마되지도 않은 여친과 이별을 할 용기도 명분도 없어, 그래도 새로 입사한 그녀를 남에게 빼앗기는 것은 도저히 용납 못해

 

하루에도 가능한 여러 상황들을 펼쳐놓고 머리를 쥐어 뜯노라면 현재의 여친을 소개시켜준 친구가 원망스럽기까지했다.

흔히 자동차를 여자에 비유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만큼 남자의 입장에서 두개체를 바라보는 심리에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것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은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느끼지 못하게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포르쉐 911(코드명 993, 이하993)의 오너 동현님의 카라이프 스토리를 요약해보자.

 

한때 로터스 엘리스R, 포르쉐 997 GT3, 골프 R32 세대를 그것도 모두 수동으로 소유했던 적이 있고, 지금까지 신,구형 M3는 물론 왠만한 스포츠카나 M5와 같은 스포츠 세단을 빠지지 않고 소유했던 그에게 95년식 993은 그에게 드림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지막 공냉식엔진으로 포르쉐가 상업적인 차를 만들기 이전에 만들어진 마지막 911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전세계적으로 993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이다.

그동안 상태가 좋은 993을 찾지 못해 드림카를 소장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다가 나름 상태가 좋다 생각되는 95년식 6단 수동을 구입했다.

 

수평대향 6기통 3.6리터에 276마력의 요즘 기준으로 겸손한 출력이지만 계기판상 290km/h를 마크하는데다가 출력에 비해 실제로 가속능력이 좋아 구닥다리 포르쉐로 판단해서 덤비는 어설픈 폭주족들과의 기싸움에서 웬만해선 밀리지 않는 터프함이 993의 가치를 드높인다.

 

오래된차가 무조건 잘나가는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동현씨의 993도 중고로 구입한 이후 차가 안나가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993을 복원하기로 맘을 먹고 나서 차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분해를 하는 족족 그동안 낡았던 부분에서 생긴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발견되었다.

 

공냉식 엔진은 유난히 누유가 많은 엔진이라 어지간하면 그냥 타는 것이 보통이지만 완벽한 복원을 목표로 하다보니 어딘가에서 누유가 있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993의 본격적인 복원을 위해 엔진과 변속기를 내렸을 때의 상황은 이걸 해결하려면 저걸 해야하고 도대체 작업의 범위를 일정선에서 제한 해야하는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부위가 발견될 때마다 조건반사적으로 부품을 구하기 위해 독일과 미국에 수십통의 전화와 메일을 날리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지인들을 연일 성가시게하고, 포르쉐 AS센터의 부품 담당자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고, 일과중에도 틈만 나면 작업장으로 달려가 전등을 들고 993밑에 기어들어가고다리는 절이다 못해 쥐가 나고

 

이렇게 2달을 보낸 후 완성된 993을 앞에 두고 임동현씨가 깨달은 것은 30년도 넘게 평생을 함께할 차를 왜 그렇게 조급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후회스러웠다고 한다.

 

이번에 못한 작업이 있으면 다음번에 하면되고, 다음번에 못하면 그 다음번에 하면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993임동현씨에게 준 교훈이었다.

 

964에서 993으로 넘어올 때 포르쉐의 회사사정은 극도로 나쁜 상황이어서 993에 많은 개발비를 들여서 개발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993의 파트는 거의 대부분 이전모델인 964와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잘나가던 집안이 졸지에 가세가 기울어 자식들도 잘나가는 부모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태어난 993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전자장비가 아닌 기계적인 완성도만으로 주행성능을 확보했고, 일부러 연출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믿어지기 힘들 정도로 다부진 메탈릭한 도어의 닫힘 사운드, 건조하게 뿜어내는 공랭식 엔진의 목소리는 공기에 노출되면서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다가도 가속을하면 촉촉하게 청명해지는 음색으로 바뀌는 것이 그 어떤 최신 포르쉐도 흉내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운드를 만든다.

 

기계적인 수리가 마무리되고 나니 실내의 카페트 및 내장재의 보푸라기까지도 거슬리게 되었다. 순정 가죽시트도 완벽하게 복원하자고 생각하니 포르쉐에서 사용하는 소가죽이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독일 포르쉐 본사에 메일을 보냈더니 시트는 판매할 수 있지만 가죽은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없다며, 가죽을 공급하는 공급원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 업체에 직접 실내전체를 가죽처리할 수 있을만큼의 가죽을 주문했더니 소두마리가 필요하다며 소모양의 가죽원단을 보내주었고, 이렇게 받은 소두마리분의 가죽을 활용해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 도어, 스티어링휠등을 모두 한국의 모 전문업체에서 가죽처리 하였다.

 

시트의 헤드레스트에 포르쉐마크 문양을 자수대신 음각으로 찍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직접 금형을 만들어왔을 정도로 남다른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오리지널과 동일한 최고수준의 실내품질감을 확보하기위해 가죽작업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업체를 방문해 꼼꼼히 지적했다.

 

993의 복원이 끝나갈 무렵 그의 993을 본 한 매니어가 차에 들어간 수리비용 전부와 커미션을 얹어 자기한테 팔라는 제안을 받고 솔직히 약간 망설였다는 솔직한 성격의 임동현씨는 993을 웃돈 얹어서 팔려고 구입한 것도 아니고 꿈의 차를 완벽한 모습으로 복원한 노력과 열정을 돈과 맞바꿀 수 없다는 고집의 소유자이다.

 

설사 993을 좋은 가격에 팔았다해도 이미 최신형 GT3까지 경험한 마당에 6개월도 만족하지 못할 신형차를 구입해봤자 공허함만 남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신형 포르쉐를 구입해서 신차가 나오자 속이 쓰렸던 케이스나, 남들이 부러워할 멋진 외모의 여친을 어떻게하면 상처주지 않고 헤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심리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것에 대한 무한의 기대로 급속도로 자기가 가진 이미 훌륭한 사물이나 이성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행동성향이 숨어있다.

 

요즘과 같이 책상앞에 앉아 클릭 한번으로 지구 반대편의 최신정보를 내것으로 만드는 시절과 비교해 993이 활약하던 시절은 몇 개 되지도 않는 국내 자동차잡지와 명동의 외국서점을 뒤져 정보를 취하던 시절이라 누구나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매니어가 되는 지금과 비교해 정보를 얻어서 어떤차에 대해 맹신하게 되는 과정이 어쩌면 훨씬 더 낭만적이었다.

 

993임동현씨가 차에 지금처럼 심취하기 전인 대학신입생 시절 지나가던 스포츠카에 시선을 사로잡혀 오너에게 이차가 어떤차냐고 물어봤고, 오너로부터 포르쉐독일 스포츠카란다라는 소중한 답변을 듣는 순간 993을 드림카로 가슴에 묻었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 993을 알기위해 서점을 뒤지고 잡지를 정독하던 시절의 낭만이 있었기에 드림카를 손에 넣는 순간 그 어떤차를 소유할 때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다.

 

그 어떤 최신 차종도 993만큼 임동현씨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는 그는 “993은 영원히 절 설레이게하는 최신모델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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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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