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가 주는 스포티함의 근원을 한번 살펴보자.
핸들링 머신이라는 별칭은 이미 너무도 흔해져버린 표현이고, 엘리스 베이스의 차들의 가벼운 무게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엔진라인업, 미드십 구성등을 토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핸들링 머신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하며, 완벽한 조건이 아닌 경우에 경량 로터스는 결코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력을 발휘하기 까다로운 차를 왜 타야하는가?
로터스를 타야하는 이유는 방금 나열한 것들보다 100배는 더 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엑시지의 스포티성은 다음과 같다.

패달의 위치가 다리를 충분히 뻗어서 조작할 수 있다는 점, 체인지레버의 위치가 좋고, 치합이 리모트 방식치고는 간결하고 정확하다는 점,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회전수의 하강이 빠르기 때문에 변속을 할 때 약간 신속한 시프팅을 해주어야 시프트 업 이후 클러치를 연결할 때 충격없이 변속이 완료되며, 가속패달을 놓고 재빨리 원하는 단수에 꽂아 넣은 후 클러치를 놓으면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그 박자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노면을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듯 정직하게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노면 상황등을 즐길 수 있다면 코너에서 조금 빨리 돌 수 있건 없건 이건 중요한 점이 아니다.

엑시지를 3일 동안 몰고 다니면서 바로 로터스와 호흡과 박자를 맞출 수 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로터스를 반납하는 날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시내를 거쳐 약간의 고속화도로 그리고 국도를 살짝 타고 가다가 차를 돌려 아내에게 운전을 권했다.

처음에는 약간 망설이더니 이내 운전석으로 갈아타는 아내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클러치 패달을 끝까지 밟아보면서 시트 거리를 맞추고 체인지레버를 1단에 넣는다.

시동한번 안꺼트리고 변속은 어찌나 부드럽던지 옆에서 해줄 말이 없다.

"로터스 운전해본 소감이 어때?"
"똑같네 뭐" (그동안 아내가 직접운전해본 파삿 TDI, R32, RS4, 시트로엥 C5 과 비교해서)

"힘들지 않아?"
"클러치도 생각보다(아마도 RS4보다)가볍고, 재미있는데?, 작아서 운전하기 편하네 사이드 미러도 잘 보이고..."

국도와 시가지에서 한참 운전을 한후 내가 다시 말을 건넨다.

"911도 사실 별거 아니야"
"그럼 그냥 몰아주면 되겠네 뭐"

"^^"
"^^"

수동을 몰 수 밖에 없는 독일 생활의 시작에서 아내의 푸념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 교육 첫날 아우토반을 시작으로 서너번의 시내 연수를 마치고 아내는 혼자서 아기를 태우고 온갓데를 혼자서 다니기 시작했고, 수동의 매니어가 아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운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유럽의 평범한 여성운전자 중에 한사람이다.

스포츠카는 막연히 운전이 어렵고 까다로울 거라는 생각도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운전 자체는 별 것 아니다라는 자신감은 앞으로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차를 경험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며, 나의 애마들도 아내에게 운전을 맡겨볼 생각이다.

오후에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옆자리에서 잘도 자는 아내는 로터스나 일반 세단의 옆자리 혹은 뒷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짧은 시간 시승해보면 시끄러운 엔진과 타고내리는 수고, 그리고 바닥에서 모래튀는 소리와 진동 마저도 몸으로 느끼며, 이런 차를 어떻게 타고다니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매니어도 아닌 매니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엄살 떨지 마라"라는 말 뿐이다.
로터스가 싫으면 싫은거지 이것저것 차가 너무 정직해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에 너무 불평하지 마라.

아줌마도 시내에서 모는 차를 클러치가 무겁네, 파워핸들이 아니네, 뒤가 잘 안보이네, 하는 식의 불평은 로터스 배지를 앞에 두고 해야할 표현이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익숙한 환경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불편함을 느낀다.
5성 호텔에서만 자다가 4성 호텔에서 자야한다면 상대적인 불편을 느낄 수 있지만 텐트에서도 편하게 자고, 여인숙에서도 이불만 깨끗하면 혹은 바퀴벌레만 나오지 않는다면 편하게 잘 수 있고, 3성호텔이면 감사하고, 바로 다음날 다시 유스호스텔에서 자야한다고 해도 상관없는 경우를 차에 빗대어 보기 바란다.

특급호텔 서비스에만 만족하는 경우 야외에서 텐트치고 자거나 유스호스텔에서 직접 밥을 지어먹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아래위 이층침대에서 잠을 청해야하는 불편함을 통한 낭만과 자유에 익숙해지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당신이 몇살이던 간에 오늘 내일하는 건강 상태만 아니라면 로터스 정도는 편하게 몰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을 차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바로 그런 너그러움이야말로 이 세상에 수많은 즐거운 차들을 모두 가슴속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기초이다.

젊어서 운전을 수동으로 배워야하는 강력한 이유는 그 손맛과 발끝으로 동력을 끊고 연결하는 그 묘미에 젖다보면 왼발을 평생 놀리던 운전자들이 결코 다가설 수 없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쉽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밖에 안해본 운전자라면 지금부터 배우면 된다. 나이먹어서 골프를 배우는 노력의 1/100의 노력이면 수동을 수족처럼 다루게 된다는 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엑시지는 전문 드라이버나 레이서들에게만 어울리는 차가 결코 아니다.
한계속도와 코너에서 차를 날릴 각오를 하고 타야하는 긴장감과 오직 서킷과 와인딩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고철 덩어리로 엑시지를 폄하하지 마라.

토요타의 파워트레인을 가졌으니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이나 메인트넌스는 토요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장비가 거의 없으니 고장날 부품도 거의 없다.

시가지 연비가 왠만한 자동변속기 준중형차보다 잘나오는 어쩌면 엄청나게 경제적인 소형차일 수도 있고, 새벽에 아내와 단둘이 오붓하게 100km/h이하의 속도로 6개의 단수를 모두 알차게 이용하며 시골 국도를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차가 엑시지이다.

평상시에 식구들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second car 아니면 third car로 엘리스나 엑시지는 아주 안성맞춤이고, 시가지가 약간 한산한 틈을 타서 카라이프를 공유할 수 있는 맘 잘통하는 지인이나 사랑하는 애인을 옆에 태우고 로터스가 주는 순수함을 만끽한다는 것은 서킷이 아니기 때문에 와인딩이 아니라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결코 아닐 것이다.

P.S 시승을 위해 차를 제공해주신 Lotus Korea측에 깊이 감사하며, 하루에 한번씩 차의 이상유무를 물어봐주시며, 시승나간 차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다해주신 기술팀 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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