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란에보로 와인딩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JUN tuning된 360마력을 검증하기 위해 다이노에 올려보았다.


2.0 4기통 엔진이 이렇게 우렁차게도 돌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스트는 1.5바를 사용한다.


일반 하이 부스트 상태에서 휠바력 275마력을 얻었다.


곧바로 ECU를 race 모드로 변환시키고 다시 다이노 테스트를 진행했다.





Lancer Evolution은 일본의 차만들기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모델이다.

기술개발은 기업전반에 깔려있는 마인드와 결정권자인 오너의 철학없이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일본이 이미 60년대에 F1에서 우승을 했던 저력이 있는 기술강자로서 기술개발과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적극적인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 메이커들과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란서 에볼루션은 WRC의 황제로서 수바로 임프레자와 함께 오랜 맞수이자 좋은 경쟁자이기도 하다.

2리터 터보엔진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280마력의 출력과 풀타임 4륜구동 그리고 일본 현지사양에 적용된 ACD(전후 다이나믹 토크 배분장치), AYC(후륜 좌우 토크 분할 배분 장치)의 첨단기술은 란서 에볼루션을 젊은이들의 이상향으로 올려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시승차는 8세대 란서 에볼루션으로서 북미사양에 일본내수형과는 달리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의 초기 전후 토크 배분이 5:5인 풀타임 4륜 구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일본 JUN사의 고야마 부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승차의 ECU세팅을 변경해 360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상태이며, 서스펜션과 배기가 튜닝되어 있는 상태이다.

실내에서 High 부스트와 Low 부스트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순정엔진의 출력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며, 초고옥탄 연료용 세팅인 Race모드도 선택할 수 있어, 20마력 정도 상승한다.

시승차는 피크부스트가 1.58bar정도였고, 연료차단이 되는 7800rpm까지 1.2바 홀딩으로 끌고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1단부터 시작해 전력으로 가속하면 터보엔진 특유의 강한 펀치와 경주용 엔진에나 적용시킬 수 있었던 고회전에서의 끈기가 돋보인다.

1단부터 4단은 변속하기 바쁘고 4단 195km/h정도에서 5단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기어비가 낮아져 회전수가 많이 떨어진다. 4단 탑스피드와 5단 탑스피드가 80km/h나 차이가 나는 것만 보더라도 1~4단은 5단에 비해 상당히 숏기어 세팅이다.

하지만 워낙 중속 토크가 강하기 때문에 현재 360마력 세팅에서는 속도 상승이 쳐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서킷에서 5단을 넣을 일이 없기 때문에 4단까지는 서킷에서의 주행을 감안했고, 5단은 철저히 일반도로용도로 고속도로에서의 크루징이나 최고속을 위한 세팅이다.

터빈의 탄력이 붙는 3000rpm을 지나는 영역에서의 가속력은 과히 엄청난 순발력이고 4륜에 힘이 분산되기에 이토록 안정되게 직진할 수 있지 전륜이나 후륜이었으면 맘놓고 저단에서 쓰로틀을 여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리터당 180마력이나 되는 큰 출력이 4기통 2리터 엔진에서 이처럼 여유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280마력도 대단한데 360마력을 추가로 얻는 과정에서의 JUN사의 매핑기술은 팩토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회전반경이 상당히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스티어링 Lock to Lock이 2.1턴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차의 극단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순정 서스펜션의 세팅자체도 충분히 서킷과 공도에서 전투력 만점으로 주행이 가능하지만 오너의 취향에 따라 선택된 올린스 코일오버는 란에보에게는 좀 과분할 정도로 세련된 주행감각을 선사해 준다.

란에보의 서스펜션 세팅은 서킷에서의 랩타임을 줄이거나 코너를 빨리 달리는 목적만으로 설계된 차이기 때문에 순정서스때도 경험했지만 언더스티어의 부담을 극단적으로 줄인 세팅이다.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을 꺽는 상황에서 머리를 있는 힘껏 안쪽으로 향하게 해주고, 뒷수습은 운전자가 알아서하라는 제스쳐나 다름없다.

즉 그만큼 머리는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팍팍 꽂히지만 후륜이 밖으로 미끄러지는 확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세팅을 가지고 있는 일반 스포츠세단보다 훨씬 크다.
란에보가 운전자를 많이 가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차가 방향은 맘먹은대로 만들지만 중고속에서 발생하는 오버스티어에 대한 대책은 모든 운전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높은 속도에서도 후륜이 흐를 때 침착하고 능숙하게 차를 조련할 수 있는 운전자만이 란에보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빠른 속도로 해쳐나갈 수 있다.

순정 세팅의 핸드캡은 제동을 걸면서 조향이 가해졌을 때 후륜이 상당히 가벼워지면서 뒤가 좌우로 날창날창된다는 느낌이었는데, 현재 올린스로 튜닝을 하고나서는 제동시 후륜이 가벼워지는 현상이 현저히 줄었다.

그렇다고 란에보의 본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무에 코너에 진입할 때는 바짝 긴장해야한다.

반면 코너내에서의 가속패달을 밟은 양에 의한 움직임은 기대보다는 젠틀하다.
기계식 4륜 구동의 장점은 바로 코너를 돌고 있을 때 급격한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타이어가 울고 있을 때 풀쓰로틀을 가하면서 탈출해도 그립에 여유가 있고, 안정성이 의외로 높아 코너에 진입할 때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운전자의 기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언더스티어를 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궁극의 스포츠성을 살리기 위해서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오버스티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미쓰비시의 의도이다.

순정 4피스톤 전륜 브렘보 캘리퍼는 답력이 약간 무겁고 열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스포츠 드라이빙 초기에는 특성을 감안해서 운전해야 한다.

좌우로 굽이치는 120-140km/h대의 코너에서 란에보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는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특정 코너내지는 특정 구간을 이처럼 빠른 순발력을 치고 나가기는 쉽지 않을 정도다.

시승기 초반에 기술개발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출력이 큰 차를 만드는 것만을 고려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

최대출력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힘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엔진의 힘을 처음에 받아내는 드라이브 트레인(변속기, 클러치, 드라이브 샤프트)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지, 서스펜션의 세팅에 만든이의 의도가 분명히 녹아있는지등의 토탈 완성도가 수치상의 데이터보다 훨씬 의미있는 것이다.

란에보를 타보기 전에는 디자인이 형편없고, 실내의 구성이 조악한 빠른 4륜 구동 세단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5번의 충분한 시승을 통해 란에보는 숫자로 매니어를 현혹시키는 차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체험했고, 란에보가 대단한 완성도와 기술집약 그리고 모터스포츠 정신이 녹아있는 미쓰비시의 결정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00명의 고객중 90명에게 좋은 차만 만드는 메이커와, 100명중 90명에서 좋은 차도 있고, 100명중 두세사람을 맛이가버릴 정도로 열광하게 만드는 제품도 보유한 회사는 회사 전체매출에서는 차이가 적을지도 모르지만 브랜드를 바로보는 이들의 브랜드 평가 잣대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메이커들은 100명중 두세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에 인색했고, 때문에 일반소비자보다 한단계 높은 식견을 가진 소비자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품성이 좋은차는 많이 팔리고 수익은 늘어나지만 장인정신이나 기술력등의 단어를 떠올리게하는 브랜드가 아직 우리에게는 없다.

자동차를 즐기는 마인드가 없는 경영진 아래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건조한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동차를 전자제품 만들듯이만 만들어선 안 된단 말이다.

“판매실적이 떨어졌을 때보다 레이스에서 졌을 때 주주들로부터 받는 비난이 더 부담스럽다”는 일본 혼다 사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자동차회사 경영진이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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