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8915.jpg

IMG_8918.jpg

Mercedes Benz SLR McLaren 라는 공식 이름의 Super Grand Tourer는 벤츠와 맥라렌의 합작품으로 2003년 탄생했다.

벤츠의 엔지니어링과 맥라렌의 F1기술을 바탕으로 공력과 바디 구조 등 수퍼카 카테고리에서 아주 강력한 무기들을 가진 모델이다.


5.4리터 V8 수퍼차져 엔진은 626마력을 발휘하며, 0->100km/h를 3.6초에 끊으며, 시승차인 722은 650마력으로 출력을 높였고, 지상고를 10mm낮췄으며, 고속에서 리어윙의 각도가 더 높아 더 높은 다운포스를 발휘할 수 있는 스페셜 모델이다.


83.7kgm의 최대토크는 4000rpm에서 발휘되는데, 실제의 느낌은 1000rpm부터 80kg이 넘는 토크를 뿜어내는 느낌을 줄 정도로 즉각적인 괴력을 가지고 있다.


몇년 전 남산3호 터널안에서 만난 SLR은 정말 괴물과 같은 존재였다.

옆에서 치고나가는 사운드는 터널안에서 지진이 난 것과 같은 착각을 정도로 엄청난 배기음은 물론이거니와 순간이동을 하듯 사라져 버리는 SLR의 존재감은 나의 심장에 강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미리 말하지만 이 SLR이 준 감동에 더해 722이라는 스페셜 에디션을 맘껏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내 인생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시승 중 하나가 되었다.


운전석에 올라 앉으면 먼저 고려해야할 부분은 엔진룸의 길이가 무지 길다는 점과 운전석과 뒷차축의 길이가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프론트 미드쉽을 추구한 바디의 구성을 고려하더라도 눈으로 봤을 때 시각적으로 로켓과 같이 어딘가에 날아가 꽂혀버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다.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의 펀치는 터보 엔진의 짜내는 듯한 출력이 얼마나 간지러운 출력 특성인지를 몸으로 보여줄 정도로 대배기량 수퍼차져 엔진이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반응과 펀치력은 "남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사운드의 음량과 질감 그리고 고회전으로 이어져도 뚜렷한 머슬음을 뿜어내 SLR을 얕잡아 볼 수 있는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W211 E55 AMG와 비교하면 기어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시승 중 달려본 Z25km/h는 레드존에 매우 가까운 영역에서 발휘되어 제원상 최고속인 Z34km/h는 6500rpm레드존에 붙음과 동시에 발휘되는 최고속으로 보면 될 것 같다.


5단 변속기는 실제로 저단에서 고단으로 변속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고단에서 저단으로 내려오는 것은 킥다운 스위치가 밟혔을 때나 패들 쉬프트를 건드렸을 때만 일어난다.


즉 고단기어에서 다운시프트가 일어나는 상황은 실제로 거의 없다고 봐도된다.

4단이건 5단이건 그냥 밟으면 변속없이 밀어붙인다.


제어장치가 꺼진 상태에서 2단은 전혀 제어가 안될 정도로 거친 힘을 뿜어내며, 고단에서도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 앞바퀴가 들릴 것 같은 폭발적인 반응과 가속은 정말 팔뚝에 힘만 살짝 주어도 와이셔트 단추가 총알처럼 튕겨져 날아가고 옷이 순식간에 찢어져 버리는 헐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600마력대의 차들을 많이 타봤지만 같은 600마력대라 해도 카리스마면에서 보면 터보 엔진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위압감을 선사한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으로 가속패달을 바닥까지 밟아 내려가는 순간은 나도 모르게 숨을 잠시 참게 된다.

Z00km/h를 넘나드는 순간의 안정감과 자신감은 이 짐승과도 같은 엔진이 의외로 주인의 말을 잘 들어 내가 이 야수위에 올라타고 원하는 어디든 바려다 줄 것과 같은 극도의 조정에 대한 쾌감을 전해준다.


속도계의 바늘의 움직임도 기민하지만 초고속에서 풍절음의 양이나 바디의 움직임이 고속에서는 벤츠가 주는 편안함을 매우 잘 느끼게 해주었다.


겉모습이나 가속해나가는 캐릭터가 요란하고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뭔가 오버 스펙인 것 같은 느낌이 Y50km/h를 넘어서면 묘한 자신감과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722의 모습은 마치 나를 맘껏 다룰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복종

같은 맹세를 느끼게 한다.


빠른 것도 빠른 것이지만 스페셜한 느낌과 아나로그적인 주행감각은 뒷골목을 울리는 배기음과 더불어 운전자에게 어마어마한 자극을 선사한다.


SLR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맥라렌이 도저히 이 느려터진 5속 변속기를 적용시킬 수 없다고 하여 로직을 대폭 변경하여 다운시프트의 속도를 일반 5속에 비해 빠르게 개선시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명함을 내밀기에는 말도 안되게 진부한 변속기인 것은 확실하다.


E55 AMG때도 그랬지만 100kg이상의 토크를 견딜 수 있다는 터프함과 이런 엔진은 빈번한 변속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 없이는 이해가 잘 안되는 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알아야할 것은 SLR을 개발할 때 벤츠에서 이 변속기 이외의 대안은 없었다는 점, 그리고 5속이라는 점이 SLR을 끌어내릴만한 아무런 흠이 없다는 점은 최근 스마트한 자동변속기의 존재와의 비교를 무의미하게 한다.


토크가 80kg이 넘는 엔진에 5속 이상의 변속기는 사치다.

잦은 변속은 오히려 엔진의 캐릭터를 느끼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구형 벤츠의 5속을 좋아한다.


SLR은 운전자들은 물론 이차를 바라보는 모든이에게 꿈을 선사하며, 수퍼카는 이래야한다는 기준도 정해주는 존재이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나오기 모던하지만 주행 자체는 아나로그적인 쇠냄새를 풍기는 정교한 기계 덩어리이다.


벤츠가 트윈터보로 컨셉을 바꾼 것은 벤츠가 가지고 있던 강력한 캐릭터의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았나하는 느낌이다.

AMG나 맥라렌 입장에서 5.4수퍼차져 엔진과 같이 AMG는 물론이거니와 맥라렌에서 수퍼카에 사용하기에 무지막지하게 튼튼하고 지축을 흔들 정도의 토크를 앞세운 엔진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거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SLR은 어른이나 어린이나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디자인이 "나 이래뵈도 수퍼카야 까불면 죽는다."는 거만함이 약간은 지나친 감도 없진 않지만

SLR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런 차이다.


P.S. 오너의 요청에 따라 사진의 개제을 많이 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