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소나타에서 2세대 소나타로의 바턴터치는 순조로운 편이었다. 93년 당시 프린스와 콩코드는 소나타의 판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결과적으로 2세대 소나타의 성공은 불을 보듯 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3세대 소나타의 경우는 다르다. EF가 나오기 직전 대우의 레간자의 판매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차까지 등장해 협공을 펼치는 바람에 2세대 소나타는 정말 사력을 다해 바턴터치 지점까지 달려와 겨우겨우 바턴을 터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시장점령을 목적으로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드는 타메이커의 공략이 어느정도 효과를 나타낼 수록 현대의 개발진들은 긴장할 것이고 이러한 시련과 고민은 결국에는 좋은 차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F는 한발 앞선 차로서 현대는 결국 이름값을 해낸 셈이다.
디자인에 대해 언급하자면 한마디로 여러의견이 분분하다. 에어로 다이나믹이 기본인 요즘의 디자인추세에 최대한 선을 살리려는 것은 요즘 차만들기의 유행이므로 시대의 흐름에 최대한 충실하려함이며, 유난히 독특한 앞모습은 옛날 뉴소나타 시절 시도했다 실패한 family look을 실현시켜보자는 현대의 강한 의지로 보인다.
어찌되었건 요즘의 현대의 디자인은 금방 눈에 익지 않는다. 하지만 비관할 내용은 아니다. 아반테도 그러했고, 소나타3도 그러했듯이 초기의 어색함은 최소한의 시간이 흐르면 금방 익숙해져버리고 결국은 기준이 되어버린다. 세계시장에서 동급인 혼다의 어코드나 도요다의 캄리와 비교해보아도 진보된 디자인은 타메이커에 굉장히 위협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내에 앉아보니 과거 운전자쪽으로 쏠려있던 센터패시아의 디자인이 좌우 대칭으로 바뀌었다.
두툼한 센터패시아의 디자인이 복잡하지 않고 다이얼로 되어있는 온도조절 스위치는 기능성이 좋다.
동급과 비교해 장비는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아기자기하고 처음 EF를 대하는 운전자를 즐겁게한다.




시동을 걸기위해 이그니션 스위치를 바라보니 위치가 바뀌었다. 핸들컬럼에 위치했던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야간에도 찾기가 쉽다.
시동을 걸고 D레인지에 넣으면서 살피게 되는 것은 진동이다. 소나타2에서 3로 넘어갈 때 최대한의 약점은 맵센서방식으로 바뀌면서 나타나게 된 기이한 초기 진동현상이다. 솔직히 초기 소나타3의 아이들링 진동은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결과만 말하자면 약하기는 하지만 EF에도 사라지지 않은 부분이다.
시리우스II엔진의 가장 큰 변화라면 변속기와 엔진의 좌우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 일제 엔진과 변속기를 그대로 옮겨 오면서 운전석의 위치가 반대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엔진을 운전석쪽에 그리고 변속기를 조수석쪽에 위치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86년부터 만든 시리우스엔진의 약점을 만12년만에 개선시킨 것이다.
전체적인 회전느낌은 이전엔진에 비해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고회전에서의 느낌은 동급최고로 자부해도 좋다. 제원상으로 알 수 있는 구형과의 출력차이를 몸으로 느끼기는 힘들지만 좋아진 연비는 고유가 시대에 반가운 일이다.
EF의 가장 큰 히트작은 변속기라 하겠다. 중간단수를 거치지 않고 시프트 다운이 되는 skip shifting기능과 학습기능이 있는 퍼지 컨트롤 기능은 외국의 협조를 받았긴 하지만 로직을 짜는 과정에서 현대가 많이 관여했다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동급차종의 변속기를 살펴보면 가장 실망스런 변속기는 SM의 그것이며, 크레도스것보다는 ZF제의 레간자 변속기가 우수해 보인다. 특히 레간자는 록업기능이 저rpm에서도 가능해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점도 있지만 동력 전달감이 좋게 느껴진다.




과거 소나타의 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에 놓고 full throttle할 때를 제외하고는 헛점 투성이였다.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노말모드에서의 시프트 업이 일관성이 없으며, 속도가 줄어 다시 가속할 때에도 3단이하로는 내려가지를 않아 성질급한 운전자는 일일이 시프트 레버를 움직여 변속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EF의 변속기는 똑똑한 변속기이다. 일단 너저분하고 쓸데없는 스위치를 따로 만들어 놓지 않고 모든 것을 변속기 내부에 내장시켜놓고 있다. 쓰로틀 개도와 속도 운전자의 습관등의 여러가지 변수를 분석해 변속시기를 결정하는데, 출발할 때 1cm정도만 밟고 출발해도 변속 포인트는 3000rpm에 육박하기 때문에 늘 힘차고, 쓰로틀을 놓자마자 시프트 업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늘 쓰로틀 반응이 좋게 느껴진다.
4단으로 달리다가 감속을 하면 3단, 2단으로 차례대로 시프트 다운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렇게 강하게 걸리는 엔진브레이크는 아니지만 시속 20km/h에서도 3단으로 제가속해야되는 구형변속기의 logic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정직해보이고 조금은 단순해보이지만 순조로운 운행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것이겠다. 다만 정지직전에 1단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을 눈치챈다면 차가 정차하기 직전에 차가 덜컹인다고 불평할 수도 있으며, 너무 잦은 엔진브레이크에 운전자는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형 아우디 A6 변속기의 퍼지 시프트 다운때의 충격도 이보다 작지는 않으니 결코 수준이 낮은 변속기는 아닌 것이다.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도 일일이 변속기의 판단에 간섭을 하지 않아도 되니 가뜩이나 할 일 없는 오른손이 더욱 심심하다.
3단으로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풀 쓰로틀을 하면 변속기는 1단 영역이라 판단하면 2단을 거치지 않고 1단으로 시프트 다운이 된다. skip shifting이 돋보이는 순간이며, 빨라진 변속시간보다 눈여겨 보아야할 내용은 시프트 다운과 함께 급가속할 때 기존변속기는 울컥이며 가속직전 몸이 앞으로 쏠렸다고 나가는 느낌이지만 변속이 완료되기 직전까지는 동력전달이 차단되면서 rpm이 치솟고 뒤이어 클러칭이 되므로 울컥이는 동작없이 그대로 뻗어나간다. 솜씨가 좋은 매뉴얼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느낌으로 운전할 수 있다.
변속기와 함께 타 메어커 차종과 구별되는 부분은 바로 앞 서스펜션이다. 일괄적으로 맥퍼슨 스트럿에 의존하던 고정관념을 깨고 아카디아와 같은 더블 위시본 타입으로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펙은 다르지만 벤츠와 앞, 뒤 서스펜션의 구조는 같아진 것이다.
더블 위시본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횡강성이겠다. 공간에서 불리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맥퍼슨에 비해 확실히 진보된 형식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항상 튜닝을 고려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엔진 튜닝 후 넓은 휠에 넓은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어퍼 위시본과 타이어가 닿을 것 같아 그것이 걱정이다. 하여튼 2세대 소나타에 비해 스프링의 코어수가 훨씬 많고 촘촘하며, 운전할 때의 느낌이 단단하다는 것이다.




2세대 소나타의 앞서스펜션의 약점이라면 바운딩할 때 스프링이 뻗어주는 맛이 전혀없다는 것이다. 튜닝을하지 않은 소나타를 몰고 포장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면 바퀴가 공중에서 헛도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차가 바운딩으로 떠올랐을 때 댐퍼는 재빠르게 스트로크를 확보해 타이어와 노면과의 압력을 최대한 유지시켜야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아파트등에서 턱을 넘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세대 소나타는 천천히 넘어도 바퀴가 턱을 넘을 때 순간적으로 바퀴가 뜨는 느낌이지만 EF는 확실히 구별된다.
코너에서 얼마만큼의 한계속도를 가질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서는 전적으로 타이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서스가 버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어림도 없는 타이어때문에 코너링을 하다보면 늘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150마력 가까이 되는 엔진을 가진 자동차에 기본형에는 195/70.14 TR급 타이어를 장착해나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디럭스 사양의 205/60.15HR급 타이어도 성능면에서 더 나을 것이 없다.
EF는 현재의 시장상황으로 보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레간자에게 내준 저소음 실내의 명예도 되찾았고, SM525V 부럽지 않은 2.5리터 엔진도 갖추고 있다.




등장 자체가 빅 뉴스로서 세인의 입에 한동안 오르내릴 정도로 신형 소나타는 바람을 일으키는 이름이지만 데뷔당시에는 경제위기로 인해서 조금은 무관심한 반응에 나름대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말뿐이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선 콧대 센 어코드와 캄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가 EF에 바라는 마지막 바램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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