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 3.2

  
안녕하세요 권 영주입니다.
혼다 레전드를 베이스로 만든 아카디아에 대해 알아봅니다.

93년 아카디아가 데뷔할 때만 해도 국내에 대형차로 구분되는 차종은 뉴그랜져와 포텐샤, 그리고 아카디아 뿐이었다.




92년 풀모델 체인지를 한 후 승승장구하던 뉴 그랜져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프로젝트하에 북미에서 얻은 좋은 평판, 그리고 매커니즘이 우수한 혼다 아큐라 레전드를 조립한 대우는 당시 야심과는 달리 판매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최고급차군에 속하는 대형차라면 일단 풍채가 당당해야 한다는 국내실정에 아카디아는 시각적으로 길어보이기는 하지만 뉴 그랜져보다 작아보이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뉴그랜져가 약간은 권위적으로 생겼다면 아카디아는 날렵하고 날씬하게 빠졌기 때문에 스포티한 감각에선 우위에 서지만 품격이라는 차원에선 국내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실내로 들어가보자.
스티어링 휠에 찍한 아큐라를 보며, 부품의 수입률이 높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레전드와 완벽하게 같은 내용의 장비를 가지고 있다. 5m에 가까운 전장을 가지고 있지만 실내공간이 그리 길지 않아 뒷좌석의 공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좁게 느껴진다.
93,94년 당시 조립된 아카디아는 부속의 수입률이 높았고, 품질이 오히려 신형에 비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속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품질이 나빠졌다는 구설에 올랐던 적도 있다.

아카디아는 3.2리터 6기통 엔진만을 사용하는데, 전륜구동차종이지만 엔진을 세로 배치했기 때문에, 가로배치형 전륜구동차량에서 쉽게 나타나는 토크 스티어(출발시 가속패달을 깊게 밟으면 스티어링 휠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현상)가 없다.
등속 조인트라 불리우는 드라이브 샤프트의 좌우 길이가 같기 때문에 같은 힘이 양쪽바퀴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변흡기 방식의 인테이크를 가진 24밸브 SOHC엔진은 밸런스가 아주 우수하고, 성능이 뛰어나다.
3.2리터이지만 뉴그랜져 3.5와 비슷한 가속력을 가지고 있고, 고속에서의 핸들링은 뉴그랜져보다 몇수 위이다. 변속기의 품질이 아주 우수하고, 차의 완성도가 아주 좋은 차종으로 평가 된다.



시대와 시장을 잘못 만나 큰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동급의 뉴 그랜져와 기계적인 내용을 놓고 비교해본다면 아카디아가 훨씬 우수한 차종임에는 틀림없다.
일단 10만 킬로가 지난 후의 부속의 상태를 파악했을 때 엔진의 고장률이 적고, 특히 변속기의 고장률은 뉴 그랜져보다 훨씬 낮다.
차체강성, 설계, 주행성능과 핸들링 모두 우위에 있으며, 한때 부속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오너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국내의 불합리한 세금 정책으로 인해 덩치는 크고 엔진은 작은차가 계속적으로 인기를 누렸었다.
배기량과 연비, 배기가스가 상관관계를 어느정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배기량이 나쁜 연비, 배기가스 배출과다라는 공식은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 여유있는 출력에 가벼운 차체를 가진 차종의 배기가스 배출은 훨씬 안정적이고 연비도 우수하다.
뉴그랜져 역시 판매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2.0리터 사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짜 3.0이 엄청나게 돌아다녔던 것이고, 2.0을 3.0룩으로 개조하는 장사가 상당히 재미를 보았었다.

이러한 과정을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닌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실제로 5,6년전과 비교하면 현재 소비자의 안목과 구매기호가 많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제발 선진국의 자동차문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향후 5년안에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의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고리타분하고 비합리적인 정책으로 지금처럼 일관한다면, 자동차 식민지는 그리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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