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BMW 3시리즈를 외치며 데뷔한 알테자라는 이름을 가진 렉서스 IS200과 IS300은 데뷔당시부터 일본의 많은 튜너들에 의해 밸런스가 좋은 컴팩트 세단으로서 튜닝이 수월하다는 평을 받았었다.
2000년 1월 동경모터쇼에 갔을 때 터보로 튜닝된 알테자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튜닝된 모습을 보고 차의 잠재력을 예감했었고, 북미에서 꼭 한번 타보고 싶은 차종으로 점찍어둔 차종 중에 하나가 바로 IS300이었다.




일본차가 새로운 브랜드로 이미지를 엄청나게 개선해 벤츠의 S클래스나 BMW의 7시리즈와 정면대결할 수 있는 차종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스포츠 컴팩트 세단인 BMW3시리즈의 카리스마에 대응할 마땅한 차종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도요다는 렉서스의 브랜드 파워에 자신이 있었고, 하드웨어가 튼튼한 차종이라면 BMW 3시리즈와 정면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제 4도어 컴팩트세단의 장기인 전륜구동을 포기하고 맞불작전으로 후륜구동을 선택해 밸런스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앞뒤로 짧은 오버행, 직렬 6기통 엔진은 알테자가 어떤 차종을 목표로하는지와 더불어 3시리즈와의 승부를 예감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IS300 자동변속기 사양과 미국에 갔을 때 서킷에서 북미에 데뷔한지 얼마 안되는 수동변속기 사양을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엔진의 밸런스나 회전감은 나무랄 데 없고, 자동변속기의 효율이 아주 높아, 변속직후 다음단수로 넘어갈 때 rpm이 떨어지는 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지체없이 속도계의 바늘을 올리는데, 엄청 노력하는 변속기가 대견스럽다.




1단에서 6500rpm을 치고 2단으로 넘어가면 rpm이 재상승을 일으키는 영역이 5500rpm일 정도로 다음 단수로 넘어갈 때 rpm의 하강 폭이 적다.
4단보다 기어비가 촘촘한 5단 자동변속기의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무단변속기의 효과를 얻기 위해 변속완료시점까지 약간의 시간지연을 두었다.




자동변속기가 스탠딩스타트로부터 2단 변속 직후까지 이정도의 순발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BMW 330Ci와 비교하면 체감 가속력에서 밀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주행성능을 확보했지만 왠지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동변속기 사양일 경우 초기 가속패달의 조작에 너무 민감하게 차가 튕기는 느낌이 들어 유러피언에 익숙한 오른발이라면 대번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수동변속기 사양을 시승할 땐 쓰로틀 개도 20%이내일 때 엔진의 rpm상승이 더뎠던 것으로 보아 초기 가속패달의 민감도를 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킷에선 잘 달리고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기다리고 있는 공도를 180km/h-200km/h로 달릴 때 느껴지는 후륜의 움직임이 그리 깔끔하지 못하다.




특히 제동을 걸면 후륜의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는 않지만 후륜이 들리는 느낌이 들어 스티어링 조작이 훨씬 조심스러워진다.




턴을 하는 능력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의 스포츠 컴팩트 세단으로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겉에서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내용이 도로에서 완전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느낌이다.




BMW 3시리즈는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이 엔터테이너와 대결을 하려면 최소한 수줍어하면 안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늘 자신만만하고, 활기찬 캐릭터에 도전하는 도전자의 입장이라면 모험수를 걸 수 있는 과격함이나 터프함이 요구되어야함이 마땅하겠다.




IS300은 잘 만들어진 차이지만 그리 자신감 넘치는 주행을 느낄 수 없다.
약간 캐주얼한 옷을 입었을 뿐 본성은 요조숙녀의 그것이다.
일본 자동차메이커의 입장에서 독일차보다 나은차를 만들고 싶다면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바로 주행감성이다.




매니어들이 독일차에서 느끼는 희열의 근원이 어딘지를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느린 것을 따지기 이전에 왜 80년대 BMW E30 3시리즈가 아직까지 최신 BMW매거진에 화제가 될 수 있는지를,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용된 매커니즘으로 보아 조금만 손을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본다.
애프터 마켓 파트를 활용해 차의 완성도를 몇 단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차이지만 태초에 부여받은 캐릭터를 전부 뜯어고치기는 힘들 것이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독일차 수준에 근접함에 만족하고 기뻐할 순간도 잠시, 밀려오는 공허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영원한 2인자의 자리는 그리 편안한 자리가 아닐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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