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제한이 엄격한 캐나다 밴쿠버의 고속도로에서 안심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은 다름아닌 고속도로상의 다리위이다.
항상 익숙한 East방향 1번 고속도로의 Portmann bridge는 항상 필자를 유혹한다.
여느때처럼 잘 길들여진 애마 Golf GTi VR6는 다리 진입 전 이미 3단의 한계속도인 160km/h를 거쳐 4단 180km/h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볍게 200km/h에 도달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순식간에 나타나 나의 옆구리를 스치며 추월해가는 굉음의 코라도 VR6.
분명 과급엔진을 사용함에 틀림없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정체모를 코라도를 추격해 결국은 차를 멈추게 했다.




"야! 차세워"
"...."
"너 도대체 엔진에 뭘 달았어?"
"Vortech Super Charger"
"허억~~~"
결국은 코라도 엔진룸속에 감춰진 비밀무기를 볼 수 있었고, 오너와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Run, Sprint라는 뜻을 가진 폴크스바겐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산된 양산 스포츠 쿠페 코라도는 국내엔 친숙하지 않은 모델이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생산이 중단된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코라도라고 하면 숨이 넘어가는 마니아들이 많을 정도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차종이다.
89년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소개되었고, 96년초까지 생산된 코라도는 북미엔 93년형부터 소개되었다.
유럽현지엔 4기통 1.8 DOHC, 2.0 SOHC, 160마력 사양의 1.8 SuperCharger(G60), VR6(2.9리터)등등이 데뷔했으나, 북미엔 수퍼차져모델인 G60와 최강버젼 NA 6기통 2.8리터 VR6만이 선보였다.
유럽피언 코라도 VR6는 2.9리터에 190마력인데 반해 북미사양은 골프 GTi VR6와 같은 2.8리터 176마력 사양을 얹었다.
오늘 시승한 차종은 북미에서 볼 수 있는 코라도 중에서 최상의 상태를 가진 차종으로서 오너의 지극한 정성아래, 94년이래 3만 7천킬로 정도 밖에 주행하지 않은 새차나 다름없는 차였다.
A&R이라는 밴쿠버 소재 폴크스바겐 전문 튜닝샾에서 미캐닉으로 일하는 오너 Andrew는 얼마전 Vortech 수퍼차져와 6단 트랜스미션을 장착했고, 모터매거진을 위해 테스트 드라이브를 허락했다.




익스테리어를 살펴보면 폴크스바겐답게 크진 않지만 다부진 체격에 곳곳에 직선을 강조해서인지 강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모습은 2세대 제타의 얼굴을 좀 갸름하게 만든 것처럼 직4각에 약간 홀쭉한 모습이며, 뒷모습은 앞으로 많이 기울여져 있는 모습이 앞으로 뛰쳐나갈 것 같이 상당히 역동적이다.
근본적으로 2세대 골프와 플랫폼이 같지만 바디 구석구석 보강이 많이 되어 있어 강성이 더 크고, 무게는 3세대 골프보다도 100kg정도가 무겁다.
2+2의 시트구조를 가진 실내는 운전석이 낮게 위치해 있고, 뒷좌석은 어른이 타기엔 역시 비좁다.
수퍼차져를 장착한 엔진은 공회전시에도 메탈릭한 차져의 회전음이 생생하게 들린다.
높은 톤을 유지하는 이 음색은 주행중에는 Remus머플러가 만드는 고음으로 인해 이내 감춰지지만 저속에선 확실한 작동음을 들을 수 있다.
수퍼차져는 항상 엔진의 회전수에 비례해 함께 회전하며, 팬벨트에 의해 구동되기 때문에 저속에선 부하가 약간 큰 편이다.
VR6엔진은 다행히 수퍼차져를 구동하기에 충분한 저속토크를 만들기 때문에 우려했던 저속에서의 rpm안정성이 좋았다.
0.5bar의 부스트를 만들어내는 Vortech수퍼차져는 차져와 연결된 풀리의 크기를 줄이면 차져의 회전수를 높일 수 있고, 더 높은 부스트의 사용도 가능하다.
나의 Golf VR6를 묵사발 만든 이 야생마를 한번 조련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Andrew로부터 들은 후 약간의 시내주행으로 몸을 풀었다.




터보엔진은 가속패달을 밟고 출력을 만드는데, 시간이 지연되는 time lag이 있지만 수퍼차져는 그냥 밟으면 그 순간 튀어 나간다. 터빈으로 과급된 공기는 항상 쓰로틀 밸브앞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쓰로틀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실린더로 충전된다.
과급된 엔진임을 오직 비행기 엔진음같이 높은 차져의 회전음으로 감지할 뿐 전혀 과급된 엔진 같지 않게 안정되게 작동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램프는 행복하게도 360도 꺽여 돌아가는 헤어핀이었다.
100km/h까지 완벽하게 커버하는 2단은 코너에서 가감속에 의한 핸들링 특성을 파악하기 최적의 상황이었다.
일단 코라도는 1350kg을 보일 정도로 크기에 비해 무거운 차종이어서 그런지 핸들링에서 차의 무게를 느낀다.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었을 때 발빠르게 라인을 왔다갔다하기보단 일단 코너에 들어가서 우직하게 버티는 팔뚝힘이 일품이다.
H&R 스포츠 스프링과 빌슈타인 댐퍼를 사용하는 코라도는 언더스티어를 보이며, 후륜은 3세대 골프처럼 상당히 안정된 움직임으로 그냥 전륜을 따를 뿐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헤어핀에서 탈출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풀며 그대로 가속패달을 강타했다.
80km/h의 속도로 헤어핀에서 탈출하면서 전개된 풀 쓰로틀에 우측 전륜 타이어는 괴성을 지르며 공전하고, 예상했던 언더스티어를 보이지만 스티어링 휠의 조타로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일드한 언더스티어는 너무 다루기가 쉬워 심심할 정도였다.
5500rpm에 이르자 차는 한번 더 뭉쳐있던 힘을 터트리고, 6000rpm까지 단숨에 꺽는다.
3단으로 들어가자 변속 직전의 감동을 약간 뒤로하고 110km/h에서 130km/h까지 약간 주춤하던 것이 5500rpm에 접근하자 또다시 무섭게 몰아붙인다.
4단에 들어가도 속도계는 쉬지 않고, 일관되게 상승하며, 4단 5500rpm을 보이는 170km/h부근에서도 역시 펀치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힘이 5500∼6000rpm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레드존이 시작하는 6500rpm을 넘어서면 토크는 급격히 하강하지만 그 이상을 돌릴 필요가 전혀없을 만큼 rpm게이지가 레드존을 넘기기전에 척척 시프트 업만 해주면 큰 토크로 차를 밀어 붙인다.




아쉽게도 6단은 넣어볼 기회를 가지지 못했지만 5단 변속기와 비교해 숏기어 타입을 유지하기 때문에 변속 직후의 펀치가 크고, 전력 가속시에 높은 rpm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속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76마력의 순정 출력에 과급으로 250마력을 발휘하는 코라도의 VR6엔진은 연료압 레귤레이터와 연료칩 이외엔 아무런 보강없이, 300마력을 그냥 소화해 낸다. 심지어 압축비 역시 조정이 필요없을 만큼 VR6엔진의 내구성과 강도는 독일엔진의 전형을 보여준다.
국내차종이 조금만 공기량이 늘어나도 ECU가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해 튜닝이 훨씬 손쉽고 안정적이다.
믿을 수 있는 메이커에서 제조된 튜닝용품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기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차가 가지는 잠재력이다.
자동차를 평가할 때 항상 거론하는 수치에 의존한 데이터는 실제로 차를 올바르게 판단하는데 약간의 참조가 될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
운전자의 손과 발이 느끼는 감각을 카다로그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 차가 탄생하려면 일단 제조메이커의 기초과학이 확실해야한다는 것을 독일차를 타면서 절실히 느낀다.
아무리 스펙이 좋은 서스펜션을 장착해도 서브프레임을 지지하는 차체의 강성이 약하면 서스펜션을 강하게 잡아주지 못해 최대코너링과 타이트한 느낌을 끌어낼 수가 없다.
엔진의 실린더 블록이 여유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생산될 경우 늘어나는 출력을 장시간 버틸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최고의 차는 이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에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었느냐로 가늠될 것이다.
독일차가 전자장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고의 주행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조립의 기초가 되는 강성이 충분하고, 항상 극한 상황을 고려해서 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해가 다르게 거듭나는 국산차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선진 차만들기의 유행을 따르기보단 좀 더 근본적인 기초에 투자하는 것일 것이다.

타이어 215/40.17브릿지스톤 S02, 휠:momo sports크롬 17*8J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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