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권 영주입니다.
사브 9-3 컨버터블의 시승느낌을 소개합니다.



사브의 터보엔진은 항상 비행기를 제조하는 메이커와 잘 연관이 되는 것 같다.
터보엔진은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비행기가 낮은 기압에서 공기의 충전률이 낮은 NA엔진의 한계를 극복하게 했으며, 자동차에서 터보엔진은 힘의 상징이자 매니어들에겐 튜닝하기 쉬운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브는 매년 실시하는 극한 상황의 내구성 테스트로도 유명하다.
매년 무작위로 차량을 선택한 후 10만 킬로를 쉬지 않고 최고속도로 달리게 하는 테스트가 그것인데, 평균시속 220km/h를 몇주일동안 달리고 주유시를 제외하곤 멈추지 않는다.
북유럽의 기후 특성상 혹한에서 견딜 수 있는 차량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혹한 시동성능과 바디의 녹에 대한 저항력이 그 어떤 차종보다 강하다.
이번에 시승한 9-3 컨버터블은 근본적으로 그 뿌리가 900 컨버터블에서 비롯된다.
호칭을 바꾼 것과 비교하면 내용이 그다지 크게 달리진 것이 없다. 과거 900SE컨버터블을 시승했을 때 느낀 점은 오픈주행에서 공력과 쾌적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다.
실내로 바람과 소음이 들이치지 않아야한다는 점, 그리고 겨울에 오픈주행을 했을 때 히터의 효율이 좋아야한다는 점 등등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차종이었다.
900SE는 2리터 170마력을 사용했다는 점이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150마력 사양의 9-3컨버터블과 차이점이다.




시승차의 키를 받아들고, 도어를 열고 앉을 때 잊어서는 안될 것이 바로 이그니션의 위치이다.
운전석과 조주석 사이에 중앙에 위치한 이그니션의 위치는 사브를 기억하게 하는 큰 특징중에 하나이다.
시동을 걸고 목적지로 내 달리면서 느껴지는 느낌은 일단 예상대로 터보의 작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타임랙이 작다는 점과 생각보다 힘이 충분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170마력 사양의 900SE의 달리기 실력은 상당히 좋았었다. 거기에 대한 기억으로 150마력은 무거운 컨버터블의 특성상 조금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힘차게 내달린다.
변속기는 일상주행에선 부드럽지만 급가속시엔 변속때마다 약간 점프하는 느낌을 주는데, 필자 개인적으론 변속때마다 앞으로 튕기는 느낌을 오히려 즐기니 문제될 것은 없다.
6000rpm부근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면 만나게 되는 4000rpm부근의 토크가 상당히 두텁기 때문에 펀치가 좋게 느껴지고, 실제로 속도의 상승도 기대를 훨씬 웃돈다.
3단 6000rpm의 한계인 180km/h이후 4단으로 이어져도 가속이 시원스럽다.




150마력의 사브엔진을 시승하면서 뇌리를 스치는 것은 국내 2리터 세단의 출력이 얼마나 과정되었나하는 것이다.
148마력 정도를 보이는 국내 2리터 세단의 경우 180km/h에서 자동변속기의 4단으로 시프트 업이 되면 가속이 거의 되지 않는다.
물론 내리막에선 200km/h를 넘기도 하지만 평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4단으로 변속이 된 후 가속이 너무 취약하다.
이유는 자동변속기의 3단과 4단의 간격이 너무 멀기 때문에 180km/h를 4500rpm정도의 출력으로 견인하기 힘들다는 점과 실제로 메이커 발표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으로 압축된다.
과거시승했던 벤츠 E230과 아우디 A4 1.8터보, 구형 A6 2.6 이 세차종 모두 150마력의 출력을 가지고 있었다.
평지에서 벤츠와 A4는 230km/h를 A6는 235km/h를 마크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언젠가도 언급했지만 국산차의 출력에 대한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것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출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뒤따라야 하는 것 역시 필요하겠다.
9-3 컨버터블의 동력성능을 평가하자면 아주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효율이 좋은 엔진과 변속기는 엔진의 토크특성에 맞게 설정된 기어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엔진의 출력을 최대한 지면에 전달한다.
서스펜션을 언급하자면 일단 아쉬운 점 먼저 지적하고 싶다.
항상 사브를 타면서 아쉬운 점인데, 스티어링 컬럼으로 충격이 전해지는 것이다.
230마력의 9-5AERO를 시승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스티어링 컬럼이 흔들리는 문제는 그리 달갑지가 않다.




서스펜션 세팅은 극단적인 언더스티어를 추구하는 시스템이고, 스티어링 중심의 민감도가 약하기 때문에 슬립앵글이 크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스티어링을 많이 꺽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향한다는 그런 느낌으로 설명된다.
장점은 코너에서 후륜에 어떤 앵글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코너에서 브레이킹을 하는 상황이 닥쳐도 모션이 안정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스포티함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속에서 차선변경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각도가 크면 클수록 운전자는 차의 반응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세단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한 컨버터블이라는 점에서 주행안정성에 비중을 둔다면 극단적인 언더스티어의 세팅은 그 어떤 세팅보다 안정감이 크고, 주행기술이 없는 운전자에게 유리하겠다.




필자가 사브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브는 사브다운 개성이 넘치는 차이기 때문이다.
언더스티어를 개인적으로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어떤 사브를 시승하던지 첫 번째 코너를 돌 때 예전에 타본 다른 사브의 기억대로 스티어링을 꺽으면 틀림이 없다.
그만큼 모델마다 핸들링에 대한 오차 내지는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튼튼한 차체는 그 어떤 수동적 안전장비보다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각 부속의 내구성이 좋아 오래타고 싶게 만든다.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부식되는 부품인 머플러를 년식별로 살펴보면 사브의 것이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컨버터블은 기후나 주행여건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진 않지만 박스카에 너무 식상함을 느낀 눈이 최소한 컨버터블을 바라볼 때만큼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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