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참 많은 곳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는 바쁜 일정속에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나만의 작은 소망은 페라리를 시승하는 것이었다.




호기심으로 페라리를 바라볼 때마다 매니어들의 증언을 직접 확인하고자 기회가 될 때마다 페라리의 시승을 추진했었다.




알게된지 1년이 조금 넘은 Paul이라는 친구는 홍콩에서 온 친구로서 밴쿠버에서 레이서로 활약하고 있다.




서킷에서 만난 이 친구와 친해지게 되자 선 듯 자신이 보물처럼 아끼는 F348의 키를 건네며 시승을 해보라했다.




페라리의 창업자 앤초페라리는 페라리를 창업하기 전에 알파로메오에서 근무했었다.
지난달에 소개한 알파로메오와 페라리에서 기계적인 공통점을 찾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페라리 역시 만드는 이의 혼과 정열을 느낄 수 있는만큼 차가 속삭이는 것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승차는 94년형으로 스파이더 모델이다.
오너는 한달에 한번 차를 탈까말까할 정도로 아끼는지라 94년이래 겨우 5000km를 주행한게 전부였다.




348이라는 숫자는 3.4리터 8기통 엔진을 나타낸다.
구형 F328의 배기량을 200cc늘려 3.4로 개량된 엔진을 미드에 탑재하고, 300마력/7000rpm에 31kg/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참고로 0-100km/h 5.5초 0-400m 14.3초 최고속도는 273km/h이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F348에 옮겨타는순간 작년에 계획했던 여러가지 일들 중 또 하나를 이루는구나라며, 혼자서 신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Paul이 차고를 빠져나와 20분 가량을 이미 운전한 상태였지만 아직도 웜업이 덜 되었는지, 수온계와 유온계가 아직 적정선에 다다르지 못한 상태였다.




일반차량의 2단 위치에 1단이 위치한다는 것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
6단 변속기의 F355부턴 변경된 사항이기도 하다.




소문으로 들어 익히 예상했지만 역시 게이트식 체인지레버를 움직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맘편하게 변속을 하려면 시프트 업에도 더블클러치를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내가 스티어링 휠을 잡은 후 2,30분 동안은 더블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운 시프트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체인지레버가 뻑뻑했다.




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더블클러치라 어색함은 없었지만 더블클러치에 익숙하지 않은 오너에겐 변속기와 씨름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반감될 것 같다.




체인지레버가 지나가는 길이 선명하게 세겨져 있는 독특한 게이트식 변속기는 워낙 무게감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좌우의 탄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1단에서 2단(일반변속기로 2단에서 3단으로 변속하는 경로임)으로 빠르게 변속할 때도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의 돌기에 체인지레버가 부딪치지 않았다.
페라리의 미드 8기통 엔진이 만드는 음색은 상당히 메탈릭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뻑뻑한 음색으로서 차가 길이 아직 들지 않은 것처럼 들릴 정도로 조금은 탁하다.




변속할 때 체인지레버를 조작하는 시간이 긴 것과 비교하면 변속을 위해 가속패달에서 발을 뗄 때 rpm이 재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변속후 클러치를 미트시킬 때 가속패달을 한번씩 쳐주어야 매끄러운 마무리가 된다.




상당히 무거운 클러치패달에서 발을 놓으며, 지친 왼발에 잠시의 휴식을 줄 수 있는 풋레스트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NSX컨버터블 시승기에도 언급했지만 미드 엔진은 운전석이 앞쪽으로 쏠려 있어 전륜 휠하우스의 실내침입이 큰 관계로 풋레스트가 유난히 좁고, 왼발을 마땅히 의지할 공간이 없다.




패달감각은 993까지의 포르쉐와 흡사해 패달의 탄력이 강하고, 특히 브레이크 패달의 유격이 전혀 없다.




파워스티어링이 아닌 점을 감안하고라도 스티어링 휠이 상당히 무겁다.
차의 중량의 전부를 스티어링 휠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동행한 포르쉐 996 카레라2가 뒤를 따를 때 스탠딩 스타트를 해보았다.




레드존 7500rpm을 가르킬 때 변속을 하고 3단 140km/h일 때 완만한 고속턴에 들어가게 된다.
파워 스티어링 휠이 그립지 않았던 것은 고속턴에서 양팔의 힘으로 차의 무게를 지탱하고, 내가 원하는 괘도로 유인하는 작업이 아무런 파워 어시스트 없이 100% 운전자의 물리적 운동능력이 가담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즐겁다.




변속시 지연되는 시간으로 인해 996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간다.
F348엔진의 울부짓음은 이보다 신형인 F355의 하이톤과는 완전히 다르다.
8500rpm을  사용하는 F355가 서킷에서 달릴 때 음색은 상당히 높고 날카롭지만 F348은 굵고 음색이 낮다.




시승차는 관리가 새차와 못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엔진의 길이 들지 않아 300마력의 전부를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품으로 일컬어지는 명품 페라리 엔진에 대한 경험이 많진 않지만 레이스 개념을 도입한 배경을 살펴볼 때 어쩌다가 시내에서 지루한 주행을 얼마간 하다가 다시 차고로 들어가는 것은 엔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에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엔진의 회전특성은 특정 rpm에서의 토크의 급상승이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꾸준한 회전 상승으로 7500rpm에 회전 리미트가 걸린다.




컨버터블로서 바디가 상당히 견고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차대에 오는 충격이 떨림으로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미제 컨버터블이 이곳저곳이 휘는 듯한 헐렁함과는 달리 차대의 비틀림은 없지만 구조물이 충격을 받을 때 너무 강하게 버티려고해서 그 충격의 일부를 운전자가 느끼는 것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하다.




서스의 하드함은 상하 스트로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반 공로에서의 유연함은 없다.
브레이크 패달을 밟는 느낌은 구형 포르쉐 911처럼 패달 유격이 전혀없이 패달을 밟았을 때 패달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운전자가 발에 가하는 힘을 읽어 정확히 캘리퍼에 전달한다.
F348의 핸들링은 미드 엔진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다.




고속턴과 중속턴에서 안정된 몸동작에 운전자가 긴장이 풀린다면 저속 급한 코너에서는 후륜의 움직임이 난폭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드십 레이아웃처럼 엔진과 변속기가 후차축 앞에 위치한 경우는 느낌상 코너웍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쉽게 하지만 과감한 주행을 할 때 후륜이 밖으로 흐르는 순간 스티어링을 풀며, 가속패달을 여유있게 눌러줄 수 있는 여유있는 운전실력없인 F348정도의 헤비급 미드십 레이아웃은 일반운전자에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태리인들의 정열을 담아 예술품으로 승화한 페라리는 감히 카리스마에 대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유행의 물결에 보조를 맞추는 것과 전통의 실루엣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타협에도 불구하고 때론 옛것을 사랑하는 마니어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한다.




페라리는 창업자 엔초페라리가 F40의 개발참여를 끝으로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철저한 전통계승으로 인해 데뷔하는 차종마다 자동차계 최대의 이슈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거기에 지상최고의 카레이스 F1 2년 연속 챔피언카로 선정된 것은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붉은색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또다른 형태로 보여주는 차, 아름다운 여성의 바디라인을 자동차에 접목시킨 과감성 넘치는 디자인 터치에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보조를 맞춤으로 살아남기 힘든 수퍼카 그룹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페라리는 타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더 즐거운 차인지도 모르겠다.


타이어 전:215/45.17 후:235/40.17
오너 :Paul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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