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ina라는 메이커는 AC슈니처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튜닝 메이커이다.
완성도가 높은 BMW튜닝카를 생산하는 메이커로서 전통의 핀타입 휠을 기억하는 매니어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




이번에 시승한 차종은 540i를 튜닝한 차종으로서 국내에 오리지날 알피나 B10은 이차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540i를 시승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넘치는 토크와 웅장한 엔진음, 8기통임을 깨닫게하는 배기음과 가속력은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기준을 제시한 모델이었다.




B10은 4.4리터 엔진의 배기량을 늘려, 4.6리터로 확장하고, 출력은 540보다 60마력이 높은 347마력을 발휘한다.
5단 자동변속기를 가지며,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역시 Alpina에 의해 보강된 사양이다.
실내에서 눈치챌 수 있는 차이점은 수제작 시트의 바느질이 인상적이며, 눈에 띌 듯 말 듯 보이는 Alpina로고 등등이다.




B10의 가장 큰 특징은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장착되어 있는 Switch tronic이라 불리는 변속스위치이다.
스티어링 휠을 정위치에서 잡았을 때 검지나 장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순정 540i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이다.




자유로를 시승코스로 잡았다.
자유로의 노면상태는 오프로드를 방불케하며, 서스펜션이 얼마나 유연하고 너그러운지를 시험할 수 있는 온로드 고속주행로로서는 최악의 도로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나의 오른발은 이미 540i의 가속패달에 입력된 힘의 분포를 잘 아는지라 차에 올라타자마다 풀쓰로틀로 자유로를 내달렸다.
3500rpm을 지나는 시점에서 토크의 상승이 느껴진다.
곡선으로 보면 미세한 토크의 움직임일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큰 토크를 전영역에서 발휘하기 때문에 약간의 토크 상승은 체감으로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3단 6000rpm에서 140km/h를 그리며 4단으로 변속되는 순간은 마치 힘껏 늘려진 고무줄이 수축할 때의 튕김처럼 느껴질 정도로 각단으로 시프트 업되는 상황에서도 속도계의 바늘은 같은 속도로 상승하는 듯 중간에 쉬지 않는다.




4단 5700rpm에 마크하는 230km/h는 B10에겐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한다.
최고속도 275km/h이상인 이 세단의 얼굴을 한 머신은 220km/h를 넘어서도 가속에 상당한 여유가 있다.




서스펜션은 순정에 비해 조여진 것은 분명하지만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단단한 편은 아니다.
스트로크가 충분하기 때문에 200km/h를 넘는 속도에서의 노면의 큰 기복에도 멋지게 대처한다.
통일동산으로 나가는 램프 2.5km전방의 우측 코너를 220km/h로 돌아나가는 시도는 운전의 기본이 되어있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이 없다.




차와 운전자의 손과 발이 마치 전기줄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 처럼 운전자는 차에 대해 큰 신뢰감을 자연스럽게 가진다.
제동력은 순정 540i도 워낙 나무랄데 없어, 큰 보강이 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220km/h가 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 패달을 밟아 지긋이 속도를 줄일 때, 즉 초고속에서 제동시간이 긴 경우에 페이드 현상이 오는 것을 느끼지만 제동력이 심하게 저하되진 않는다.
머플러는 분명 8기통 엔진의 배기음과 웅장함을 강조하고 스포츠 머플러임을 알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 어르신들을 모시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배기음을 즐길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팁트로닉이니 스텝트로닉이니 하는 장비는 개인적으로 큰 효용성을 못 느낀다.
수동모드로 달려도 어차피 시프트 업과 다운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고속에서 다운 시프트될 때 rpm싱크로나이즈가 안된다면 차라리 D레인지로 달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B10의 자랑거리인 스위치 트로닉으로 한 30분 정도 운전해 보았는데, 고속에서 다운 시프트 할 때 앞으로 울컥이기 때문에 고속턴을 할 때 4단에서 3단으로의 다운 시프트는 반드시 피해야할 것 같다.




자동변속기도 다운시프트를 위한 체인지레버의 조작과 병행해 가속패달을 적절한 타이밍에 밟아주면 수동변속기처럼 rpm과 속도를 맞출 수 있다.
이런 테크닉은 패달 튜닝이 안되어 있는 차량일 경우 왼발 브레이킹에 자신이 있는 운전자라면 왼발 브레이킹과 보조를 맞추어 오른발로 가속패달을 그때그때 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스위치 트로닉은 스티어링 휠에 시프트 체인지 버튼이 있기 때문에 변속을 위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 장비는 자동변속기 베이스의 수동조작 기능의 소프트 웨어보단 SMG처럼 수동변속기를 베이스로한 메커니즘에 더 어울리는 장비인 것 같다.




B10은 상당한 희소성을 가진 차종으로서 BMW의 8기통 엔진의 잠재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만큼 실력이 대단한 차종이다.




0-100km/h 5.9초에 연연한다면 알피나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B10은 100-200km/h가속에 2배의 만족을 200-250km/h에 5배의 희열을 안겨줄 수 있는 차종이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차체강성과 언제나 중심을 잃지 않는 밸런스는 다시 한번 BMW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희귀한 차종을 시승할 때의 짜릿함과 자동차가 말해주는 인간의 언어로서가 아닌 감성의 언어를 해석하고, 글로 옮기는 일이 바로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특권이자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E55 AMG와의 듀엣 드라이브를 꿈꾸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