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데뷔이후 525V를 시작으로 4기통 520 자동변속기를 시승해보았지만 맘속으론 수동변속기 사양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며칠 전 그 호기심을 풀 기회가 있었다.
시승차는 슈넬ECU를 장착하고 있었고, 아이바크 스프링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수동변속기는 4기통 SM520에서만 선택이 가능하고, 실제로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차종은 아니다.




예전에 2리터 마르샤 수동변속기 사양을 찾기 힘들었듯이 SM520의 수동변속기 장착 차량의 숫자 역시 많지 않다.




시트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받쳐주는 부분이 넓직해 편안하고 적당히 단단한 것이 내 취향이다.
체인지레버가 상당히 길게 조금은 둔하게 생겼지만 왕복 스트로크는 생긴 것만큼 길지 않아 다행이다.




기어가 들어가는 맛이 약간은 뻑뻑하지만 절도가 있고, 기어간 이빨이 조금 지나칠 정도로 꽉꽉 물려있는 느낌이다.




1만킬로도 주행하지 않은 새차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약간은 더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시내주행에선 ECU튜닝으로 달라진 점과 SM원래의 주행성능을 느끼기 어려웠다.




시승코스로 잡은 제2경인 고속도로는 예전에 군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이용했던 도로여서 고속주행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길이 훤하게 열려 가속패달에 힘을 주었다.
2단과 3단의 기어비가 좀 멀게 책정되어 있고, 3단 기어비 자체가 동급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EF소나타 3단 6500rpm에 135km/h정도를 마크하는 것과 비교해 SM520은 150km/h를 마크한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낮은 기어비의 3단이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4단에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이해해야할 것이다.




3단이 커버하는 영역이 크기 때문에 120-150km/h의 가속이 소나타보다 훨씬 수월하고 다이나믹하다.




단 시내에선 2단에서 3단으로 변속 후 순간적으로 탄력을 잃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엔진의 특성은 자동변속기 순정사양을 시승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동일한 수동변속기 사양으로 순정 엔진을 경험해 보지 못해 슈넬 ECU가 어느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절대 비교는 힘들다.




다만 순정 최대출력을 EF정도로 본다면, 현재의 고속 주행성능은 EF소나타보다 가속력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앞섰다.




160km/h에서 200km/h까지의 가속능력이 기대를 웃돌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5000-6500rpm까지의 회전 상승이 상당히 시원스럽다.




6500rpm에서 작동하는 회전리미트가 제거되어 7000rpm까지 돌릴 수 있다.
그 이상 돌릴 이유도 없지만 1단과 2단에선 늘어난 회전한도가 반가울 수 있는 것은 6000rpm이후 7000rpm까지 토크하강이 그리 급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SM5의 핸들링을 평가하자면 긍정적으로 보면, 안정성이 좋은 핸들링이며, 약간 삐딱한 눈으로 보면 고속에서 다이나믹성과 스티어링휠의 정교함이 조금은 떨어진다.




시승차의 아이바크 스프링은 차고를 내리는 것과 어느 이상 수축되면 강하게 버티려고하는 고유의 능력 이외에 순정 쇽 업소버에 큰 부담을 주는 듯 느껴진다.




고속에서 바운스를 크게 하는 것과 차가 노면의 기복으로 떳을 때 차를 아래로 잡아채는 능력이 떨어지고, 스프링의 여진을 잡으려면 좀 더 하드한 쇽 업소버가 요구된다.




즉 바운스를 하면 공중에 조금 오래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160km/h에서 스티어링을 조타하는 팔로 전해지는 느낌은 일단 트렁크에 짐을 많이 적재한 느낌으로, 후륜의 움직임이 억제되어 있고 후륜의 전륜추종도 좋지만 일단 스티어링 휠을 꺽는 조타각이 조금 큰 편이다.




고속에서 예민한 핸들링을 가진 차종처럼 짧고 정교한 조타로 인한 샤프한 움직임을 기대하기 좀 힘들지만 역으로 보면 편안하고 안정성이 큰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런 핸들링 특성은 SAAB의 그것과 조금은 흡사하다. 다시말하면 스티어링 중심의 민감도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EF소나타의 그것을 선호할 지도 모른다.
좋다 나쁘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SM5시리즈는 전체적으로 품질과 조립에 믿음이 간다.
구형 매커니즘을 사용한 것도 내구성에 오히려 신뢰를 준다.




하지만 2리터 4기통 엔진은 1000-1200rpm부근의 공진을 없애는데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불투명했던 삼성차의 행보가 이제는 조금 안정감을 되찾은 것 같다.
걱정했던 부속의 수급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어 경쟁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삼성차의 데뷔는 그동안 현대와 대우, 기아의 3파전에 뛰어들어 그들의 신차개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겠다.




그만큼 삼성이 초기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은 최소한 국내시장에서는 크지 않다. 삼성의 경쟁사 차종의 품질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가 신선할 지도 모른다.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활용해 지금보다 더 많은 판매로 경쟁사의 동급차종 품질향상에 간접적으로 기여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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