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에서 페라리에 필적하는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한 미드쉽 엔진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80년대의 혼다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10수년이 지난 지금의 혼다라는 브랜드 이미지 차이는  과히 작지않다.




80년대 배경도 소스도 없이 NSX를 개발하기 위해 혼다의 전공이 아닌 미드엔진의 중량급 스포츠카를 만들 생각을 했다면 그것도 일본에서 90년도에 데뷔시킨 배경을 살펴보면 이것은 기술력과 더불어 엄청난 배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데뷔당시의 완성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V6 3리터 엔진은 97년 6단 변속기와 더불어 3.2리터로 확장되었고, 일본 내수사양일 경우 270마력에서 280마력으로 출력과 토크가 올라갔으며, 북미사양은 97년식 이후모델에 290마력을 확보했다.




알미늄 바디와 섀시를 가진 NSX는 스포츠카의 생명인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흔적이 보인다.
NSX의 바디라인은 페라리를 상당히 의식했던 것 같다.




낮은 차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동적인 운동성능과 앞으로 푹 숙인 짧은 프론트 노즈에 엔진이 들어있지 않음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승차는 94년형으로 3리터 엔진을 가지고 있으며, 보기드물게 컨버터블로 개조되어있는 NSX였다.
엔진에서 특이사항은 Spoon 배기 매니폴드와 컴퓨터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RS-1이라는 NSX전용 머플러를 장비하고 있었다.




커스텀메이드 컨버터블이라 탑을 개폐하는데,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드라이버 비슷한 것으로 탑을 고정하는 나사 2개를 풀고, 4각 지붕을 먼저 들어낸 후 나머지 부분을 수동으로 수납하는 방식으로서 10여초 만에 개폐되는 최신 컨버트블과 비교하면 약간 번거롭긴 하지만 흔치 않은 차의 소유에서 오는 만족감을 고려하면 즐거운 작업이다.




소프트 탑의 완성도와 조립은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실내에 들어가면 넓직한 센터패시아로 인해 그리 넉넉한 운전자세는 아니다.




특히 엔진이 뒤에 얹히고 운전석과 조수석이 전륜 휠 하우스 주변으로 쏠리기 때문에 전륜 휠 하우스가 운전석의 왼발공간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클러치를 밟을 때를 제외하고는 왼발을 놓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




미드 엔진차량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사항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동을 걸면 들리는 약간은 텁텁한 엔진음은 소리의 성질은 부드러움의 표상이 되는 V6엔진에선 의외였다.




혼다에서 그 동안 만들었던 세단용 V6엔진의 음색을 NSX가 가진다면 최소한 포르쉐나 페라리의 심장에서 만드는 사운드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운전자라면 틀림없이 돌을 던졌을 것이다.




카리스마를 얻기 위해선 고성능 스포츠카에 걸맞는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음향과학에 그쳐서는 안되며, 30년 아니 50년 100년은 한결같은 사운드를 유지할 수 있어야 명문 스포츠카로서 값어치가 올라갈 것이다.




겉에서 들리는 배기음을 포함한 음색은 온화한 외모와 비교하면 좀 거칠고 신경질적인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곱게 차려입은 날씬한 외모에 은근히 성깔있는 그런 여자일 것이다.
밖에서 들리는 배기음에 큰 감흥을 못받았을 경우라도 실내에서 회전을 높일 때 등뒤에서 들리는 음색은 외부에서 듣는 그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역시 클러치 패달은 어느정도 무게감이 있어야 홀딩에 대한 신뢰가 간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선입견이 아닐 것이다.




충분한 무게를 느낄 수 있는 클러치 패달을 밟고 기어를 1단에 위치시키며 엔진의 회전한도가 8000rpm을 확인한 후 곧바로 스타트했다.




클러치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논 파워스티어링 휠(95년 이후 모델에 파워스티어링이 추가되었음)을 통해 차의 무게를 직접 느껴야하는 상황은 요즘과 같이 세계적으로 easy to drive를 추구하는 추세라 할 지라도 중량급 스포츠카로서 컨트롤이 그렇게 만만치 않음을 간접 표현하는 위화감일 수도 있다.




시승을 위해 자주 찾아가는 Iona beach로 향하는 왕복 2차선 도로는 고속코너를 체험할 수 있는 구간과 중속, 저속코너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핸들링 특성과 한계를 경험하기 좋은 곳이다.




VTEC엔진 3리터 엔진은 작은 배기량 엔진 못지 않게 경쾌하고 돌고 회전에 배기량에서 오는 토크가 충분히 실렸다는 점은 혼다의 4기통 경량엔진에 아쉬웠던 펀치를 느낄 수 있어 차급이 다름을 강하게 어필한다.
노면상태가 아주 매끄러웠던 150km/h로 돌아나가는 고속코너에선 무거운 스티어링을 정교하게 컨트롤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고속코너링은 엉덩이가 무거운 미드엔진의 성격을 파악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어서 펼쳐지는 긴 직선에서 150km/h에서 4단에서 3단으로 다운시프트하며, 3단 8000rpm 190km/h를 약간 넘는 시점에서 다시 4단으로 변속하는 과정이 상당히 다이나믹하다.




일반적인 기어비를 가지고 있지만 회전한도가 높기 때문에 각단의 한계속도 역시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훨씬 높다.




참고로 1단과 2단 8000rpm일 경우 각각 80km/h와 140km/h를 마크하며, 5단 100km/h는 2700rpm에서 마크한다.




노면이 약간 우툴두툴한 직선에서 200km/h로 항속할 땐 순정과 비교해 듬직한 강성을 잃은 것이 느껴진다.




지붕이 없는 불완전한 구조물에서 오는 핸디캡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충격에 쾅쾅거리는 모습은 몸체의 일부를 성형해 아름다운 몸매로부터 들을 수 있는 탄성 대신 불청객으로 받아들인 미운 오리새끼일 것이다.




스포츠카에 엔진보다 중요한 브레이크는 약간은 실망스럽다.
97년형부터 보강된 부분이긴 하지만 시승차의 300마력 정도의 출력과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기에는 브레이크의 능력이 기대 밖이며, 브레이크 패달을 밟을 때 느끼는 패달의 무게감이 전혀없기 때문에 마치 소형 스포츠 쿠페의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다.




강한 제동능력은 기본이거니와 브레이크 패달로 느끼는 강한 반발력은 스포츠카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NSX컨버터블 시승전에 시승했던 동일엔진의 92년형 순정 NSX와 비교해볼 때 Spoon 컴퓨터와 배기 매니폴드가 엔진의 레스폰스와 고회전 영역에서 경쾌함을 높이는데 상당한 서포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NSX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바디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달리는 본모습은 NBA의 장신 농구선수에 비유하고 싶다.




그들의 유연한 몸동작에서 오는 멋진 플레이는 다람쥐처럼 단순히 몸놀림만 빠른 단신선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그들에게선 파워를 느낄 수 없다.
재빠르게 골 밑까지 돌파해 거기에 덩크슛을 위해 점프해 링에 공을 내려꽂을 때의 파워와 통쾌함은 그들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NSX엔진은 토크와 회전이 잘 조화된 엔진이다.
회전한도를 높이기 위해 즉 단지 유연성을 얻기 위해 펀치를 느끼게하는 요소인 토크를 양보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유럽의 경쟁차들과 비교하면 짧은 11년의 역사이지만 혼다는 중량급 스포츠카의 지존을 지키기 위해서 부동의 자세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것 같다.




5, 6년을 주기로 하드웨어를 갈아치워 버리는 그런 짧은 생명력으론 정통 스포츠카 그룹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단순히 쇼를 위한 눈요기 거리로 잠시 기억될 뿐이다.




진정 카 매니어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려면, 누가뭐래도 한 30년은 한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겠다.  

    

wheels Altstadz+crom
tires Nito
muffler RS-1
Spoon Header Chip computer.
Nito R:265/35.18 F:215/40.17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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