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을 통해 뉴 A8을 본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랜더링은 원체 관심이 없는지라 실물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실물 사진으로 본 신형 A8은 아우디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뤄놓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성의와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었다.




실제로 본 뉴 A8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잘 생기고, 잘 보이려고 무척 노력한 모습이다.
구형이 절제와 겸손이 지나쳤다면, 신형은 어느정도 뽐내고 싶어하는 근성을 느낄 수 있다.




실내의 분위기 역시 구형과는 확실히 구별되고, 중앙 센터패시아에서 튀어나오는 스크린을 비롯해 늘어난 장비가 곳곳에 눈에 띈다.




렉서스 LS430에도 적용되는 스마트키는 몸에 지니거나 가방에 넣은체 차에 다가가면 잠김이 해제되고, 실내에 들어가서도 키를 구지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체인지레버 우측 스타트 스위치를 눌러 시동을 걸 수 있다.




이 스위치는 지문을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입력된 시트 포지션과 스티어링 포지션을 메모리한다.




시동을 걸었다.
아우디의 V8은 자주 언급하지만 아우디제 V6와는 성격이 아주 다른 엔진이다.
335마력의 4.2 엔진은 레스폰스가 엄청 빠르고, 초반부터 아주 민감하다.
새로 얹힌 6단 변속기는 ZF제다.




시승코스는 로드북을 보고 2시간 동안 달리는 것으로 총거리 77km였다.
로드북에는 친절하게 몇미터 혹은 몇 km를 지나 우회전, 좌회전 하라는 안내가 있어 길을 잃을 가능성이 낮다.




난 로드북에 나와 있는 도로만으로 달리기가 싫었다.
한적인 잉골슈타트의 국도길은 독일 어디나 그렇지만 노면이 용인서킷보다 좋았다.
주변의 이쁘게 지어진 색색의 집들 사이를 지나 시골길로 접어들어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는데, 국도에서 210km/h를 달리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속도를 80km/h이하로 줄여야하는 코너도 나오지만 일단 길이 열려 시야가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180km/h이상을 내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신나게 달리다가 갑자기 로드북대로 좌회전을 하려니 내키지 않을 수 밖에...
그냥 내 질렀다.




굽이치는 시골길에서 MMI(Multi Media Interface)를 이용해 에어서스펜션을 Dynamic에 고정시키고 신나게 달렸다.




MMI는 BMW의 I드라이브와 비슷한 장치로 시스템 통합장치로 이해하면 된다. 오디오와 네비게이션, 서스조정(Lift, Automatic, Comfort, Dynamic) 등등을 중앙의 다이얼을 이용해 컨트롤 할 수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다이얼 주변에 빼놓았기 때문에 조작이 아주쉽고, 실제로 고속으로 달리면서 조작을 해도 한두번 조작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뉴 A8을 처음 운전하는 나로서도 전혀 헷갈리지 않았다.




뉴 A8의 알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은 강성이 40%나 높아졌다고 한다.
강성이 수치로 36000Nm/degree라고 하는데,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즉 토셔널 비틀림 1도를 연출하는데 대략 3600kg의 힘이 필요하단 말이다.
구형도 강성이 엄청 좋았는데, 신형의 강성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우토반에 뉴 A8을 올렸다.
램프를 빠져나오자마자 3차선과 2차선을 가로질러 1차선에 들어왔을 때가 180km/h였다.
아우토반의 1차선은 정말 안전하다. 뒤에 붙으면 제깍제깍 우측으로 빠지기 때문에 앞차와 쓸데없이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




2차선에서 겁대가리 없이 사이드 리어 뷰 미러도 보지 않고 개념없이 1차선으로 들어오는 차가 없기 때문에 2차선의 120km/h로 주행하는 차를 1차선으로 250km/h로 추월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다.




1차선에 올라선 A8 4.2와 난 무서울 것이 없었다.
1차선과 2차선의 속도가 별반 차이가 없어도 뒤에서 붙이면 앞차가 길을 내준다.
240km/h이상으로 달리면서 가끔 270km/h를 찍는데, 250km/h에서 걸려야할 속도제한장치가 270km/h에서 걸리는 느낌이다.




구형으로도 270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4명이 승차한 조건이고 늘어난 중량과 270까지의 도달 속도를 비교하면 구형보다 240km/h이후 훨씬 빠르다.
270km/h일 때가 5단 5800rpm이다. 리미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을 달릴 수 있을만큼 엔진에서 여분의 힘이 느껴진다.




250km/h이상을 연속으로 달리다가 가끔 도로 상황 때문에 130km/h로 줄여야하는 상황이 3번 정도 있었는데, 뒷좌석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던 숙녀분들이 속도를 120km/h나 줄여야하는 상황에서도 하던 대화룰 멈추고 앞을 보기는 커녕 뭔일인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4피스톤 캘리퍼는 고속에서 페이드 현상에 대한 지연이 구형보다 좋았으며, 정말 순식간에 속도가 줄고 더 중요한 것은 곤두박질치는 속도계의 바늘과 비교하면 차의 자세가 너무 안정적이라 풀 브레이킹이 아니면 뒷좌석의 승객이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드북에서 나가야할 게이트를 그냥 지나쳐서 좀 더 북쪽으로 내달렸다.
속도제한이 120km/h였지만 1차선에선 200이상 달리는 차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자기보다 빠른차가 다가오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자리를 내준다.




앞서가는 BMW 320d가 220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과 A4 1.9TDi가 230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260km/h로 달리다가 속도를 줄여 앞서가는 차와 함께 달리면서 체크한 속도라 비교적 정확하다.
달리다가 어느 구간에서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3분 정도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220km/h로 빗길을 달려도 무섭지가 않다.




이럴 땐 4륜구동 덕을 톡톡히 보고, 더 중요한 것은 아우토반에는 배수가 잘되어 왠만한 호우에는 타이어가 밟고 지나가는 부분에 절대 물이 고이지 않는다.




어느정도 가다가 차를 돌렸다.
돌아가는 길을 알턱이 없다.




네비게이션을 켰더니 잉골슈타트 공장이 입력되어 있어 안내를 받으며, 쉽게 올 수 있었는데, 남은 거리가 77km를 달렸는데도 도로 76km란다.
아우토반에 올려 또다시 초고속 주행을 시도하니 도착 예정시간이 23분후 란다.
그러니까 76km거리를 23분만에 주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우토반을 빠져나와 로컬 도로로 10분 정도 주행했으니 아우토반에서의 평균주행속도라 얼마노 높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천예의 운행조건이라서 그런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는 느낌이다.
거리계 올라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한국에서 꾀나 달리는 편이지만 중간에 차들에 걸리는 횟수가 많기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지만 내가 달린 아우토반에선 250km/h로 몇분을 항속할 수 있었다.




중간에 속도를 줄이게 되어도 200km/h이상은 유지한다.
270km/h달릴 때도 창틀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거의 없다. 바람이 차에 부딪치는 음이 멀리서 조금 들릴 뿐 내내 들었던 클래식의 볼륨을 한번도 조작하지 않았다.




뒷좌석에도 앉아 보았다.
야수와도 같은 V8엔진음이 멀리서 들리는데, 그 음의 캐릭터를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정도로 내가 기차나 비행기의 일등석이 아닌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것을 겨우 느끼게 해줄 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하다.




이런 스포츠카보다 더 스포츠카 같은 차를 타고 150km/h로 달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독일고급차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여유로움에서 오는 편안함을 고객에게 준다는 말이다.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도대체 몇 킬로를 달리는지 뒷좌석에서 알길이 없다.
결국 아까부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숙녀분들이 잠이 들어버렸다.




리어 뷰 미러로 잠이 든 두 숙녀의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속도계를 보니 260km/h였다.
강해진 차체는 노면의 기복에 요동치지 않았다. 쿵쿵거리는 얇은 진동이 실내에 전해지지 않는 것은 강도 높은 차체와 에어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뉴 A8은 구형이 가진 장점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덤으로 몇 가지 기능을 더 얻어냈다.




오전 시승이 끝나고 AVUS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레스토랑 옆에 AVUS가 서있었다.




1991년 아우디는 AVUS라는 컨셉트카를 발표해 앞으로 10년 후 아우디가 어떤 디자인 컨셉으로 차를 출시할 것을 공표했다.




11년전의 AVUS와 신형 A8, 그리고 다른 아우디 디자인을 머리속으로 비교하며, 그들이 머리속으로 추구했던 것을 그대로 현실속에 존재하게 만들었다.




컨셉트카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어야 한다.
최소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디자인 컨셉으로 발표하는 컨셉트카는 모터쇼를 위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점심식사를 함께 나눈 아우디의 수석 디자이너 Pfefferle씨는 조만간 컨셉트카 몇대를 발표한다고 한다. 미래의 아우디 디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뉴 A8은 BMW 7시리즈가 국내에 넓혀 놓은 D세그먼트 시장에 들어와 경쟁차들과 신나는 승부를 벌일 것으로 기대한다.




신형 BMW 7시리즈는 국내에서 D세그먼트가 수요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효자 차종이다.
구형 A8은 국내의 D세그먼트 시장 개척에 너무 소극적인 차종이었다. 내년 상반기 수입될 뉴 A8은 구형이 못다한 임무를 확실히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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