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마력의 수동변속기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컨셉이 매니어들에게 그리 낯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컨셉의 차량도 아니다.




단지 BMW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을 뿐이다.
이번달에 만난 M5는 패밀리 세단이 갖추어야할 조건을 120%만족시키는 편의사양에 엄청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된, 즉 성능만을 고려한다면 머신급에 분류되는 차종이다.




M5의 키를 건네받고 운전석에 앉았다.
일반 5시리즈와 비교해도 평범해보이는 시트와 지름이 같은 스티어링 휠, 오랜만에 밟아보는 BMW의 클러치 패달과 약간은 길어보이는 시프트 노브로 운전자에게 초반부터 긴장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동을 걸었더니 맛배기를 보여주는 건지 지하주차장에 야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벽에 반사된 8기통 특유의 배기음이 예사롭지 않으며, 엔진이 숨을 들이쉴 때의 꿈틀거림이 M5의 예고편이라면 예고편일 것이다.




무겁다고 하기보단 탄력이 좋아 믿음직스러운 클러치 패달을 밟고 1단 위치, 클러치를 미트시킬 때의 느낌은 조련이 잘된 야수처럼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하늘아래 고개를 내민 M5가 서서히 흥분하고, 스티어링휠을 잡은 필자의 손에 적당히 열이 오르니 스티어링과 손이 쩍쩍 붙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립이 생긴다.




일단 2단과 3단을 번갈아 사용하며, 클러치 감각을 익히고 엔진 레스폰스에 대한 감을 잡고, 타코미터의 엔진온도에 의하여 임의로 점등되는 옐로우 램프가 6500rpm까지 클리어 된 상태를 확인하고 쓰로틀을 열었다.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2단과 3단의 토크는 정말 충격적일 만큼 강했다.
뒤에서 들이받는 듯한 토크가 뒷 타이어에 전해질 때 인상적인 것은 압축이 좋은 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리니어한 파워 전달력이다.




비슷한 출력대의 터보차들이 약간 웅크리고 있던 힘을 모았다가 때리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즉각적이다.
순정 클러치가 51kgm의 토크를 가뿐하게 소화해내는건 독일차로서 너무도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하다.




4.7초만에 끊어버리는 0-100km/h가속보다 3단과 4단을 이용한 고속순간 가속력을 즐기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2단 7000rpm에 100km/h를 가르키게 설계된 변속기는 은근히 0-100km/h기록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이 정도의 배기량과 토크라면 2단으로 140km/h까지 끌고가게 변속비를 조정해도 차가 무겁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에 상당히 민감한 BMW가 정지-100km/h가속도 수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약간 높은 기어비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승코스로 잡은 수원에서 용인으로 향하는 국도는 200km/h이하의 속도를 즐기면서 중간중간 재미있는 코너들이 M5와의 데이트를 더욱 즐겁게 한다.
센터페시아 중앙하단에 있는 sport버튼을 누르면 엔진의 레스폰스가 조금 더 빨라진다.




엔진의 울부짖음은 양쪽으로 갈라진 머플러에 의해 최대한 정제되었지만 8기통 특유의 비트와 엔진이 가진 고유의 음색은 서비스 차원에서인지 실내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용인주변 와인딩로드에서의 M5는 공도주행뿐 아닌 서킷주행 역시 고려한 세팅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DSC스위치를 켠 상태의 주행은 차를 전체적으로 언더스티어로 몰고 가고,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놓으면서 발생하는 off throttle over steer(tuck in)현상 조차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게다가 코너를 탈출하면서 스티어링을 풀면서 가속패달을 조금 과감하게 밝아도 왠만해선 뒤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DSC를 끄면 차의 모션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책임이 된다.
코너아웃시 가속패달에 뒷바퀴가 공전할 가능성이 커지기는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쉽게 스핀을 해 테일이 밖으로 빠지진 않는다.




단 가속패달을 젠틀하게 밟았을 때이고, 조금만 심하게 다뤄도 후륜이 트랙션을 잃게할 정도로 강력한 토크에 조심해야한다.




일단 평형성이 좋은 차종이라 코너에서 후륜의 좌우 하중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고, 엔진힘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타이어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후륜 275/35.18 던롭 SP2000의 그립도 굉장하지만 순정 서스펜션의 가지고 있는 평형성은 운전자를 지나치게 긴장시키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이 높고, 한계속도에 근접한 주행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이 엔진 파워의 일부만을 이용해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다.




가속패달에 실린 힘의 분배가 중간 이상 밟았을 경우 레스폰스가 더욱 예민해지기 때문에 패달의 조작에 차가 심하게 울컥이지 않게 하려면 특별히 부드럽게 조작할 필요가 있다.




740iL이나 540i에 탑재된 같은 블록의 4.4리터 사양과 비교해도 엔진의 활동영역이 더 넓고, 레스폰스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서스펜션의 짧은 댐퍼 스트로크를 고려하면 승차감 역시 왠만한 순정 스포츠 쿠페보다 훨씬 좋다.
노면의 기복에 튀어 오르거나 출렁이는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너무 딱딱해 거친 노면을 지날 때 M5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동승자가 부담스러워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34때부터 구조적인 완성도로 이루어낸 고강성은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에 차체를 울리지 않는다.
강성이 약한 차종이 하드한 서스펜션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대목이 바로 충격에 '쿵쿵'하며 실내에 여진을 주는 부분이다.




똑같은 지오메트리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강성이 좋은 차종과 약한 차종은 여러 가지의 경우를 연출해 그 차이점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다.




고속주행시 브레이킹을 가할 때 앞으로 옮겨오는 무게중심의 양이 극도로 작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제동 직후 스티어링 조작을 행해도 뒤가 가벼워지는 현상이 없다.




아무리 강한 엔진이라도 냉각에 난조를 보인다면 지속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이 불가능하다.
35도에 육박하는 더운 여름 용인주변의 와인딩 도로를 전력으로 달리는 M5의 오일온도 게이지가 가르키는 온도는 100도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오일쿨러가 없는 차량의 평상 주행시 오일온도는 90도에서 95도 정도이고, 고속주행을 하면 120를 쉽게 넘겨버린다.




오일온도가 130도를 넘으면 고급 합성유가 아니면 점도를 잃고 윤활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져 엔진의 각부분에 마모가 급진전되며, 가이드 고무와 같은 고무류의 수명을 떨어트린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때 냉각수온보다 더 신경써서 변화를 관찰해야하는 것이 바로 오일온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M5의 냉각능력은 완벽에 가깝다. 200km/h를 넘나드는 과부하 운행시는 오히려 온도가 100도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고속으로 달릴 때의 냉각효율은 저, 중속보다 월등히 나아진다.




회전한도를 지킨다는 조건에서 왠만한 스포츠 드라이빙에 엔진 블로우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M5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M5를 수치적인 제원상으로만 바라보면 왠만한 헤비급 스포츠카의 제원을 가지고 있지만 본연의 신분은 세단이다.




세단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주행감성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는 것이 M5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카에게 스포츠 드라이빙이 뭐지를 오히려 가르칠 수 있는 배짱과 맞붙어 뒤지지 않는 실력이 있는 차종이다.




깡패도 아니고 그렇다고 격투기나 복싱선수도 아니지만 뒷골목의 힘 꽤나 쓰는 주먹들이 상대 못하는 펀치에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있듯 레이스를 목적으로 태어난 레이스카도 M5앞에선 '공도에서 이러지 말고 서킷에 와서 붙자'는 도전을 감히 건네기 힘들다.




M5는 식구들과 오페라 구경갈 때 타고가고, 외국나가는 딸아이 비행기 시간 늦어 공항데려다주는 길에 250km/h로 달려 시간 맞추고, 주말에 레이스카나 페라리 대신 서킷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차다.




M5는 책정된 가격으로 말하는 차가 아니다.





타이어 F : 245/40.18
       R : 275/35.18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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