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니의 현대적 해석판인 뉴 미니는 데뷔때부터 엄청난 스포트 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이는 올드미니의 팬들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어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으로서 폭스바겐의 올드 비틀과 뉴비틀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마음속 깊이 큰 사랑을 받았던 차량의 리메이크 버전은 기술적으로는 계승되는 영역이 전혀 없다할지라도 환생의 긍정적 의미로 본다면 매니어들뿐만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환영받는 차로 거듭남을 뜻한다.



이번에 시승한 차종은 캐나다에서 건너온 6단 수동변속기 사양으로 가뜩이나 한국에서 귀한 미니의 최고성능 버전이라 상당히 흡족했다.



BMW산하에 있는 현상황에서 차만들기에 BMW가 관여를 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이고, 영국을 대표하는 차종중에 하나인 미니 역시 뉴미니로 오면서 BMW의 노하우가 주행의 짜릿함 속에 배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깜찍한 외모와 극도로 작은 오버행은 그냥 서있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단순히 귀여운 장난감 같은 차로 끝나는 것이 아닌 운동성능에 있어서도 민첩할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전체적으로 사다리꼴 형상에 마루바닥과 같이 평평한 루프라인은 외모를 상당히 안정감있게 보이게 한다.



영화 Italian job을 보았다면 미니가 얼마나 날쌘돌이처럼 잘 달리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영화속의 미니에 흠뻑 빠져들었고, 지인의 미니가 캐나다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상황까지도 모니터했을 정도로 오늘의 시승은 영화속 주인공과의 데이트만큼 설레이는 순간이었다.



노란색 시승차는 눈에 너무도 잘 띄어 오히려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였고, 거리의 행인중 유독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시동을 걸었다.

4기통 1.6리터 수퍼차져 엔진은 160마력의 최고출력에 21kg의 토크를 4000rpm에서 발휘한다.

엔진은 실제로 크라이슬러의 닷지 계열에서 메인블럭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엔진의 고향은 미국이라할 수 있다.



똘똘하게 돌아가는 엔진은 수퍼차져를 구동하지만 공회전 부근의 회전영역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느낌이 전혀없다.



1단에 집어 넣고, 신호가 열리자 풀가속을 시도했다.

1단의 기어비가 스프린터의 그것과는 너무 다르게 6800rpm에서 70km/h가까이를 마크해버린다. 때문에 1단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단으로 옮겨넣고, 전륜의 변속직후 짧은 휠스핀을 들으며 도달한 속도는 110km/h였다.

즉 6단 변속기에 1.6리터의 작은 배기량을 가진 차종으로서는 좀 이례적일만큼 1단과 2단의 기어비가 낮은 롱기어 세팅이었다.



1200kg를 조금 넘는 야무진 미니는 이러한 널널한 기어비로도 0->100km/h를 7.4초에 끝내버린다.

고속화도로에 올린 후 3단부터 열심히 가속을 했을 때 6800rpm기준으로 3단 150km/h, 4단 180km/h, 5단 210km/h, 6단 5500rpm일 때 220km/h를 마크한다.



작은 배기량에 그다지 고회전 엔진은 아니지만 수퍼차져가 3000rpm이후의 토크를 두텁게 해주기 때문에 고속에서의 견인력이 좋은 편이다.



5단 210km/h에서 6단으로 넘어가도 220km/h까지는 뚜렷하게 속도 상승을 보장한다.

저속때부터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은 고속에서 역시 항속 내내 묵직함이 유지되고, 옆바람을 탄다든지 고속에서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불안함 없이 노면에 악착 같은 밀착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영국차에 기대하는 고속주행 안정감 이상의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엔진의 배기량이 작다보니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가속패달을 나도 모르게 힘주어 밟게 되지만 속도계의 상승속도가 충분히 보상한다. 그리고 가속패달을 50%이상 밟았을 때 들리는 수퍼차져의 메탈릭한 작동 회전음은 기계적인 이해가 없는 오너들에게는 소음일 수 있지만 미니 매니어들에겐 오디오 볼륨을 줄여가면서까지 듣고 싶어하는 엔진의 뜨거운 존재감일 것이다.



Lock to lock 2.5회전인 스티어링 휠은 전체적으로 중심부터 민감한 편이고, 고속코너에서 느껴지는 후륜의 움직임이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가속패달을 놓으면서 스티어링의 각도를 수정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 부드러운 조작이 요구된다.



후륜이 민첩하게 전륜을 추종하지만 제동시의 후륜이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에 제동과 조향을 함께 할 때는 브레이킹 테일슬라이드에 대해 대처할 수 있어야한다.



중속에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좌우로 굽이치는 코너에서의 롤에 대한 적응능력은 상당한 실력이고, 파워를 많이 주면서 코너를 돌아나올 때도 언더스티어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



충분한 제동실력은 감각 역시 리니어하고 다루기가 쉽고, 전반적인 하체 세팅이 워낙 하드하기 때문에 바운스나 잔충격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하다.



오버행이 짧아 가속과 감속을 반복할 때의 피칭 역시 극도로 제한된다.

스포츠 패키지에 포함된 205/45.17 VR 타이어는 피렐리 Run Flat 타이어로서 이 역시 옵션으로 선택되어 있었다.



잘 달리고, 잘 서고,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고속주행성능은 예상외로 뛰어나 180km/h를 항속하면서도 운전자는 전혀 불안하지 않고, 단숨에 차선 2개를 연속으로 바꿀 수 있는 민첩함을 보장받는다.



대각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처럼 차에 비틀림을 유도해도 D필러의 비틀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실내에서 육안으로 보는 두터운 A필러의 강성도 상당해 보인다.



전체적인 강성과 밸런스가 훌륭하고, 핸들링을 경험할 때 스티어링으로 전해오는 타이트함과 그 속에 단단함이 충분히 배어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차에 대한 엄청난 신뢰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미니는 엄청나게 강한 아이덴티티로 인해 누가 뭐래도 영국차이지만 주행의 습성과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독일차를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영국차의 감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고속에서의 실력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던 경험에 비추어 미니를 통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성과 실력의 앙상블을 경험할 수 있었다.



미니의 1.6리터 수퍼차져 엔진은 차져의 풀리와 소프트웨어 교환으로 200마력으로의 변신도 가능하며, 튜닝파트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뉴 미니는 지난해 17만대를 판매하는 큰 성과를 얻었고, 프레미엄 소형차로 구분되는 영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도 의미가 큰 차종이다.



제품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는 브랜드 이미지를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하기 때문에 때론 품질보다 더 중요하다.



뉴 미니가 데뷔해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올드 미니를 탔던 세대의 취향을 반영해서가 아니다.

올드 미니의 아이덴티티를 기술적 완성도와 자신감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고, 전혀 다

른 영역의 사람들이 즐기는 차로 변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뉴 미니는 갈수록 요구되는 차량 고급화와 대형화의 세계적 추세에 아이덴티티와 고급스런 실내분위기 그리고 알찬 성능으로 크게 호평받을만한 훌륭한 장난감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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