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F355 Berlinetta와의 화끈한 데이트를 성사시켰다.

예전에 시내에서 감각만 익혔던 시승과는 차원이 틀린 제대로 된 시승을 야밤에 마치고 손끝에서 그 감촉이 떠나기 전에 잽싸게 시승기를 옮겨적는 나의 마음은 그져 성급하기만 하다.





수동변속기를 가진 북미사양의 F355는 아마 수동변속기 사양으로는 국내에서 몇 대 안되는 완벽한 상태의 적마일 정도로 F360과 비교해도 그 숫자가 극히 적다.

시동을 걸었다.





8기통 3.5리터 5밸브 엔진은 주변의 공기를 다 마셔버릴 기세로 기지개를 펴며, 불규칙한 배기음을 뱉는동안 엔진의 주요 부품들이 열을 받음과 동시에 조금씩 음색이 명료해진다.

탄력이 좋고 느낌이 좋은 F355의 클러치를 일반 수동변속기의 클러치 패달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밟아보면 말그대로 돌덩어리라고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류의 차가 클러치 패달이 너무 헐렁거려도 매력이 없다.

이정도는 되어야 차하고 한판 승부를 벌리는 느낌이 있고, 장시간 운전하고 나면 다리도 후들거리고 해야 화끈한 드라이빙후에 개운한 느낌을 줄 것이다.





그만큼 페라리는 운전자가 나태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무조건 운전자가 차에 적응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 올렸다.





클러치와 게이트식 변속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약 20분 정도 시내를 다녔다.

시내에서 운전하는 내내 수온계가 중간영역보다 약간 상회하는 위치에 있다가도 속도를 내어 잠깐이라도 달리게 되면 다시 중간 영역으로 내려온다.





서울의 동서를 있는 88도로에서 140km/h이상으로 달리는 것은 그야말로 페라리를 학대하는 것 밖에 안된다.

고성능차를 전혀 소화해낼 수 없는 한심한 우리의 강변주변 고속화도로는 남북할 것 없이 거기서 거기다.





조수석쪽 사이드 미러는 도대체 왜 있는지 그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다.

사각지대가 길이 방향으로 10m정도 차량 우측에 있는 어떠한 물체도 감지가 안된다.

때문에 우측으로 차선변경을 할 때는 여건 불안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F355를 소화해낼 수 있는 고속화도로에 진입하는 램프에서 속도를 높여 보았다.

F355의 거친 몸동작은 워낙 명성이 높아 감히 평소 튜닝된 독일제 고성능 세단으로 진입하던 속도는 차마 접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너끝을 보고 3단으로 풀가속을 해서 8500rpm을 정확히 찍어주고 160km/h에서 4단으로 변속하며 본선에 들어와 계속해서 풀가속을 했다.





카본 에어인테이크는 순정의 건조하고 허스키한 엔진 음색을 큰 음량으로 표현하지만 회전질감이 오히려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현상이 아주 맘에 들었다.





8500rpm기준으로 4단 195km/h, 5단 245km/h에서 6단으로 변속했다.

6단으로 순식간에 270km/h를 점령하고 고속코너를 나름대로 몸을 사리며 커버한 후 다시 긴 오르막끝을 바라보며 가속을 했다.





6단 8000rpm부근에서 280km/h로 오르막을 오르는데 엄청난 바람소리가 고막에 좀 성가신 자극을 하는 와중에서도 F355의 심장에서 뿜어나오는 아름다운 엔진음색은 고막을 안거치고 그대로 뇌에 전달되는 느낌이다.





오르막을 올라 살짝 내리막이 진곳에서 6단 8250rpm을 찍었는데, 그때 속도가 285km/h였다.

시험해본 결과 rpm리미터가 작동하는 영역이 8700rpm이고 따라서 오르막에서 280km/h이상을 견인하는 능력으로 보아 평지에서 잘하면 6단 레드존에 걸치면서 계기판으로 300km/h를 찍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160km/h대에서 F355가 보여준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고속에서는 의외로 든든해져서 직선을 내달리는데 불안함이 없이 단단하게 조여드는 느낌을 선사해 주어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덜 무서웠다.

서스펜션은 실내에서 스위치를 통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약간 더 단단해진다. 하지만 F355의 댐핑능력은 생각만큼 그리 하드하지 않았다.





무게중심이 절대적으로 낮고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가진 상당히 비틀림과 휨에 강한 바디의 페라리는 서킷에서 타임 어택을 하는 용도를 커버하는데 그리 강한 감쇄력과 댐핑이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일반 세단이 롤을 줄이기 위해 갖춰야하는 정도의 감쇄력이 무게중심이 낮고 덜 무거운 페라리에는 오버 스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F355는 고속코너를 돌 때나 고속으로 직선을 내달릴 때 도로 이음에서의 바운스시 차가 약간씩 붕 뜨는 느낌을 준다.





보통 스포츠카가 노면에서 떠오를 것 같으면 아래로 확 잡아당겨지는 느낌을 기대하지만 F355는 어떻게 보면 너무 느긋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F355의 서스펜션 스트록이 워낙 짧기 때문에 바운스를 먹었을 때 밸런스를 잃게 되면 조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미드쉽 엔진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NSX나 무르시엘라고 그리고 F360에 비해서도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머리가 갑자기 안쪽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가속패달을 놓을 때 유독 조심해야하고 아주 완만한 코너에서도 200km/h가 넘는 고속이라면 변속을 아주 부드럽게 마무리해야 한다.





게이트식 변속기는 어떤 단수든 들어갈 때 ‘척척’소리를 내면서 들어간다.

기어가 억지로 물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넣고 빼는 것이 뻑뻑하기 때문에 더블클러치를 구사할 때도 rpm이 완벽하게 맞지 않으면 더블클러치를 하는 효과를 전혀 못 볼 정도로 어설픈 rpm 매칭은 F355에 통하지 않는다.





대신 회전수를 완벽하게 맞춰서 다운시프를 행할 때는 손목이 기어를 깔끔하게 때려박는 느낌을 줄 정도의 쾌감을 선사한다.





F355 베를리네타 수동변속기의 운전의 재미를 반자동 변속기인 F1시프터와 감히 비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수동변속기에 자신이 없으면 F1시프터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수동으로 연출할 수 있는 운전의 희열은 전혀 얻을 수 없다.





F355는 가속패달의 무게감이 크고 미세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프트 업이나 시프트 다운을 하면서 rpm 싱크로나이징을 할 때 가속패달을 짧고 강하게 밟아 rpm을 정확한 위치에 한번에 맞추고 클러치를 한번에 떼어야 효과적이다.





밍기적거리면서 어설프레 다운시프트를 하면서 차를 울컥이게 하는 것은 남보기에도 좋지 않다.

관심이 있으면 자신이 노력해서 F355와 아주 부드럽게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주도권이 차에서 운전자에게로 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레이싱 엔진에 가까운 F355의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클러치의 삼각 관계속에서 능숙함이 없다면 절대로 F355를 마음껏 요리할 수 없다.





북미사양의 375마력 엔진은 최대출력이 8250rpm에서 나올 정도로 고회전 엔진이고 6000rpm을 넘어가면서 가속에 탄력이 붙는다.





2단과 3단은 6000rpm의 경계를 넘어가면서 회전력이 한층 강해지는 것을 아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5단 레드존에서 6단으로 넘어갈 때의 회전수도 이미 6500rpm을 상회하고 있을 정도로 기어비 자체가 전투적이다.





F355를 그것도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보존하고 있는 차를 한국에서 맘껏 타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다.





오늘밤 집에가서 갑자기 옷장속에 있는 페라리 자켓을 꺼내서 입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F355는 바로 그런 차이다.

오늘밤 경험처럼 나의 피를 끓게할 다음 데이터는 언제일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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