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윙도어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지 수십년이 되었다.

실용성과 안락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수퍼카의 영역은 단순히 겉에서 보여지는 분위기로 전체를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수박 겉핥기식의 평가는 차가 가진 잠재력을 절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극히 적은 생산량과 고가로 인해 제대로 타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조차 어렵고, 우리는 잡지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접해서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퍼카가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을 경험해본 사람은 극소수이며, 누구나 알 수 있는 스펙 이상의 느낌을 적은 글들 역시 국내에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번에 큰 맘먹고 시승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는 이렇게 베일에 가려진 영역을 파헤치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정신과 같은 뚝심으로 황소와 씨름한다는 기분으로 시승에 임했다.

어설프게 수퍼카로 시내에서 깔짝댄 정도의 짧은 경험으로 시승기를 적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유를 해본 적이 없는 차를 내차처럼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그날의 사투와 평생 기억에 남을 이벤트였다해도 과언이 아닌 경험에 대해 말하고 싶다.





Triple Yellow의 무르시엘라고는 한밤에도 라이트를 켜지 않고 달려도 눈에 뛸 만큼 그 존재감이 강렬했다.





이런차는 뒤에서 다가와도 고개가 돌아갈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걸윙도어를 겉어올리고 조심스럽게 발이 내장에 닿지 않게 진입하기 위해선 정신적으로 낙천적이어야하며, 신체적으론 하체와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노약자나 임산부가 할 짓은 못된다.

자세를 잡고 앉아 시동을 걸면 8기통 이하의 엔진처럼 시동을 걸리기 전까지 꿈틀거리면서 숨을 들여마시는 것이 아니라 시동모터가 ‘위이잉’하고 일정시간 돌다가 아무런 용트림이나 진동없이 갑자기 머플러에서 ‘부릉’하고 엄청나게 굵은 음색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6.2리터 580마력의 12기통 엔진은 좌석 뒤에 위치하고 있고 12기통 수퍼엔진이 만드는 에너지를 과장없이 중앙에 뽑아져 나온 머플러를 통해 외부로 그리고 엔진자체에서 만드는 소리의 애끼쓰를 실내에 고수란히 전해준다.





자동차가 없을 당시에 태어난 모짜르트와 같은 음악의 대가도 무르시엘라고가 만드는 연주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아름답다 말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기통당 용적이 큰 엔진이라 배기음에 무게가 실려있다.

페라리처럼 하이피치 하이톤은 황소 뱃지와 매치가 안될지도 모른다.





무게가 무거운 클러치는 늘 그렇지만 내겐 긍정적인 요소이다.

전반적으로 많이 떼어야 붙는 타입이라 초기 클러칭에 대한 적응이 다른 차에 비해 조금 오래 걸렸지만 내게 5분의 시간 이상을 허비하게 만들진 못했다.





차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운전자를 주눅들게 만드는 이녀석과 첫번째로 펼친 기싸움에선 내가 가볍게 이겼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이녀석을 몰면서 주위의 시선과 운전감각을 살폈다.

밖에서 보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범상치 않은 외모이지만 일단 안에 들어와 타고 다니면 내가 이

렇게 튀는 녀석을 타고 간다는 것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





양쪽으로 끝까지 뻗은 사이드 리어 뷰 미러는 시야가 환상적이었고, 사각지대가 없이 편안한 맘으로 운전하게 도와주며, 다만 양쪽 미러를 통해 보이는 차선과의 거리를 통해 이녀석이 얼마나 떡대가 좋은지를 가늠하게 한다.





1단으로 100km/h를 커버하는 기어비는 시내에서 3단을 넣을 일이 없을 정도이고, 이런 수퍼카를 고단 저회전으로 빌빌거리면서 타고다니는 것은 수퍼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나의 신념에 이상이 없다.

고속화도로에 올려놓고서도 4단을 넣기까지 수십분을 기다려야했을 정도로 길도 안뚫렸을뿐더라 210km/h까지 커버하는 3단 전영역에서 살벌한 레스폰스를 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시프트업에 인색하게 된다.





전방의 시야가 잠시 뚫림과 동시에 2단 다운시프트로 rpm을 정교하게 맞춰 클러치에 무리를 주지 않고 가속을 시작하면 335/30.18 피렐리 P-Zero ROSSO에 60kg이 넘는 토크가 실리면서 앞서가는 차들의 어깨쭉지를 잡아당기듯 돌진한다.





3단에 들어가는 2단 7500rpm에서 150km/h를 마크하며 3단 역시 미친듯이 200km/h를 단숨에 넘겨버린다.





이런식으로 깔짝대지 말고 본격적으로 맞짱을 뜨기 위해 나의 홈그라운도로 자리를 옮겼다.

3단 210km/h에서 4단으로 넘겨받아 240km/h에 좌측으로 돌아나가는 코너에서 경험한 이녀석의 하체는

허벅지는 물론이거니와 장단지가 튼튼해 좀처럼 차의 기울어짐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야가 펼쳐져 4단 7500rpm을 찍으면서 5단에 넣는 순간이 270km/h이고 이번에도 속도계의 상승은 마치 자동차 오락기의 그것처럼 탄력이 줄지 않는다.





오르막에서 5단 7500rpm을 치는 순간 300km/h에 바늘이 진입하고 여전히 오르막인데도 305km/h를 넘어서 상승하고 있지만 언덕끝 너머가 0.1초라도 안보이는 것이 무서워 떨리는 오른발을 가속패달에서 떼야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리가 곧바로 안되지만 이 녀석이 평지에서 계기판상 330km/h를 넘길 수 있다는 것에 의심이 없다.





300을 넘나들며 달려도 엔진오일 온도는 85도라는 황당한 영역을 가르키며 냉각성능을 과시한다.

보기에도 빡세게 보이는 게이트식 체인지레버는 생각보다 조작이 편리했고, 운전에 기본만 있으면 중간중간에 솟아있는 돌기에 부딪치지 않고 퀵시프트 역시 가능하다.





수동 운전의 재미는 무르시엘라고를 통해 극대화되고, 수동변속기를 사랑하고 다룰 줄 알게 해준 것은 신의 축복이라는 생각마져 들게 할 정도로 손과 발 그리고 귀로 듣는 운전에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은 단순히 희열이라는 표현 이상의 무엇이었다.





풀타임 4륜구동 방식이지만 후륜에 전륜에 걸린 힘 두배 만큼이 기본적으로 실려있어 후륜구동 미드십의 전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떼기가 무섭게 머리가 안쪽을 파고 들며, 속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가속패달을 깊게 밟으면 TCS가 굉장히 자주 개입할 정도로 액셀링과 핸들링과의 상관관계속에서 내린 결론은 Pure Driving Machine의 기초를 충실히 따른다.





고속주행은 물론이거니와 고속차선 변경에서 보여준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기대치를 훨씬 초과했고, 주유를 해가면서 장시간 타고다니면서 도대체 이녀석의 헛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코니에서 제작해준 댐퍼는 실내에서 자동과 수동으로 4단계 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한 4단계에 두고도 승차감이 기대했던 것보다 두배는 좋았을 정도이며, 왜만큼 하체가 튜닝된 스포츠형 승용차보다 오히려 승차감이 좋게 느껴졌다.





스페이스 프레임의 구조를 가진 바디가 만들어내는 강성에 지붕과 도어를 제외한 부분이 모두 카본파이버이니 1650kg의 공차중량은 상당히 긍정적인 수치라고 봐야 한다.

속도가 높아져도 스티어링의 타이트함에 변함이 없고 지나치게 바람소리가 크다든지 하지 않는 것 등 이차가 수제 수퍼카의 프로토타입과 같은 거부감을 전해주지 않았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다.





4500rpm부터 더 두터워지고 파워가 한번 더 살아나는데, 7500rpm에 닿기가 무섭게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듯 연료차단이 이루어진다.

마치 그 이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꾸지람의 성격을 띈 제어다.





TCS는 끌 수 있는 장비이고, 안전을 위해 제어가 좀 민감하게 세팅되어 있다.

특성은 저속에서 좌, 우회전을 할 때처럼 후륜 좌우가 어느 이상의 회전차가 발생하면 속도에 상관없이 파워를 제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과격한 코너링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이 아니어도 시내에서 좌, 우회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액셀링을 해도 TCS가 엔진 파워를 죽여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무르시엘라고를 시승하면서 풀가속시 260km/h에서 TCS가 작동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파워가 무지막지하고 초고속에서도 바운스에 아주 짧은 휠스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없으면 힘을 너무 남용해선 안된다.





연비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100리터 기본에 보조탱크에 20리터를 더 담고 다니는 무르시엘라고의 연비는 당연히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정속주행을 할 때 찍히는 트립컴퓨터의 기록은 리터당 6km를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따라서 리터당 2km나 갈까했던 기대치보단 성능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나쁘다고도 보여지지 않는다.

무르시엘라고를 통해 난생처음 경험한 람보르기니는 은근히 좀 허술하고 느슨할 것 같다는 필자의 선입견이 근거없는 추측이었다는 깨우침을 주었다.





무르시엘라고가 아우디의 손길에 의해 많이 다듬어진 것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이태리 극우파 매니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람보르기니 본연의 정신에 손상을 입혔다고 보고 싶진않다.





필자가 수퍼카를 동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빨라서가 아니라 다른 세그먼트 차들이 세상과 타협하며 바쁘게 달리는 것에 굴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끈질기게 지켜내며 수퍼카 제1법칙의 영역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타협의 손길에 때묻지 않는 순수함으로 무르시엘라고는 만인의 수퍼카로 기억될 것이다.



  

각단 7500rpm에서

1단 100km/h

2단 150km/h

3단 210km/h

4단 270km/h

5단 300km/h

6단 300km/h(6500rpm)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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