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의 한국시장 등장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내의 수입차 시장은 BMW 5시리즈급 차종(C세그먼트) 이상급의 점유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준중형급 수입차들의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요즘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3시리즈급인 B세그먼트, 그리고 골프 사이즈인 A세그먼트 시장이 상당히 커지고 있음으로 인해 전체적인 세그먼트별 분포가 피라미드의 형태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혼다가 시빅을 시장에 투입한 이유는 바로 수입차 시장이 완전한 모습의 피라미드 형태로 바뀔 경우 예측할 수 있는 A,B세그먼트 시장의 수요는 엄청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BMW가 뉴 320을 공격적인 가격으로 포지셔닝한 것과 폭스바겐이 뉴 파사트를 구형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던 일련의 움직임 모두 이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기득권을 가지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시빅은 2000만원대 중반에 위치시킨다는 소문과는 달리 3000만원에서 10만원 빠진 가격에 책정되어 말이 많지만 혼다가 어코드를 시작으로 CR-V의 대박으로 인해 혼다가 팔면 무조건 잘팔린다는 자신감을 가질법도 한 다시말해 대단히 장사를 잘한 지난 3년 동안의 행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빅은 캐나다에서 4,5,6세대를 모두 타보았고, 그중에는 터보 튜닝이 된 차종도 있었기 때문에 시빅이 얼마나 재미있는 차인지 그리고 평범한 모델들이 얼마나 내구성이 좋은지 잘 알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155마력 2리터 엔진을 탑재한 북미에서는 아반테와 경쟁을 하며, 사양이나 성능면에서 특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델이다.

그냥 수입차라는 딱지 이외에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일만큼의 특기는 발견할 수 없다.
국산차와 아주 흡사한 주행감각은 국산 준중형보다 조금 잘나가는 달리기 성능과 약간 더 예리한 핸들링 등 분명 다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지고 이차를 구입하는 고객들보단 일반 유저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시빅의 입장에서는 국산차와 차별되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하면 시장에선 의외로 차갑게 비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이한 구성의 속도계를 포함한 계기판은 충분히 색다른 느낌을 주며, 대시보드의 길이가 상당히 길다.

혼다의 엔지니어링은 충분히 존경하지만 시빅의 경우 품질관리를 잘해 오래되어도 잡소리가 잘 나지 않는 명성 이외에 실제로 눈으로 고품질의 차라는 단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변속기의 업,다운 시프트가 상당히 빠른점과 엔진이 회전한도에 닿는 순간까지 꾸준히 밀어주는 끈기가 주행에서의 즐거움이다.

최고속은 계기판상으로 224km/h일 때 4단 레드존 부근이고, 리미트가 작동한다.
3단으로 160km/h까지, 그리고 4단으로 224km/h를 발휘하고 5단은 항속 전용이다.

5단 변속기의 기어비 자체가 가속을 그리 중시한 세팅은 아니라는 것은 3단과 4단의 간격이 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철저하게 국내에 수입되는 시빅은 일반유저들에게 적합한차로서 다듬어진 세단이다.
고속에서 브레이킹 밸런스가 좋지 않기 때문에 160kmh이상의 속도에서 제동을 걸 때 스티어링이 조금이라도 꺽인 상태에서는 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숙련자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듯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일반 유저의 잣대로 보면 고속 안정성이 그리 뛰어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열면 사물함이 그대로 쿵하고 떨어지고, 작은 공간을 비롯해 질감이 형편없다.

운전석 헤드레스트가 살짝 건들거리길래 불량인줄 알았더니 4좌석 헤드레스트가 모두 약간씩 앞뒤로 건들거린다.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한두개도 아니고 전부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타입R만큼은 아니지만 시빅의 경쟁차종을 골프나 제타를 염두에 두었다면 언급된 두차종보다 핸들링의 민첩성에서는 시빅이 유리하다.
반면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비교자체가 의미가 없다.

미리도 언급했지만 주행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현재 3000만원에서 10만원 빠지는 시빅을 선택하는 빈도보다는 일반유저들의 접근빈도가 높을 것이다.

주행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오너에게 시빅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안된다.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빅 살 금액이면 상태 끝내주는 훌륭한 수입중고차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입장에서 아반테나 소나타에 비해 뭔가 확실히 인상적인 것을 발견할 기회를 가졌다면 시빅은 그들에게 적합한 차종이지만 뭔가 확실한 고객유도용 세일즈 포인트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CR-V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마당에 시빅의 시장 성공여부를 점치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도 소형 세그먼트인 B클래스를 고려하는 마당에 혼다의 전략과 시장에서의 성패는 다른 브랜드에게도 A,B세그먼트 시장전략을 짜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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