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자동차의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전장과 모양 그리고 엔진사이즈 정도였지만 지금은 세그먼트와 세그먼트 사이를 메우는 각종 다양한 장르의 차량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차를 구지 장르별로 나눈다면 60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으며,  20년 전과 비교해 3배나 많은 장르의 차가 팔리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를 소형, 중형, 대형으로 고리타분하게 나누던 차원에서 벗어나 폭스바겐 골프와 같은 A세그먼트 승용차도 완전히 동일한 플랫폼으로 10cm지상고를 키운 Golf Plus, MPV형태의 Touran, 스포츠 버전인 GTI, 4인승 하드탑 카브리오레인 Eos 등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트랜드는 그만큼 소비자들이 틀에 박힌 장르의 차보다는 좀 더 개성이 강하고 성격이 독특한 차를 원하고, 이보다 한발 앞서서 메이커들은 틈새시장 공략에 회사의 사활을 걸 정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동차의 선택에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매력적인 자동차에 대한 접근이 아직 미비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수입차 시장 확대 속도를 비롯해 수입차의 구매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는 현재와 같은 한국사람 특유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차량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로 돌아와 보자.
이차는 D세그먼트 최고급 차량군에 속하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구매능력을 가진 소비층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폭스바겐 페이톤과 같은 최고급 세단밖에 구입할 수 없다면 이처럼 큰 불행도 없을 것이다.

위에 나열된 세단은 럭셔리 세단을 대표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의 차량이다.
즉 높은 주행성능을 확보한다는 제1철학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았지만 실내공간과 트렁크 공간 그리고 높은 승차감의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지원이 가해진 차량이라는 것이다.

콰트로포르테의 경우 D세그먼트 최고급 세단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레이아웃과 주행본능 그리고 운전자에게 주는 감성에 대한 접근방식과 표현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과감하다.

트렁크 공간을 상당히 잡아먹는 트랜스액슬 방식은 변속기와 디퍼렌셜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으로 후륜 차축부근에 상당한 부피를 요한다.
이로 인해 전후 47:53이라는 5m가 넘는 세단으로서 과히 환상적인 무게배분을 실현했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가벼운 머리의 움직임을 가능케했다.

콰트로포르테에 올라간 V8 4.2리터 400마력짜리 엔진은 페라리에 실리는 엔진을 개량한 것이며, 토크특성을 세단에 맞게 개선한 것 이외에 뿌리는 페라리의 그것과 같다.
시승차는 Quattroporte Sport GT라고 불리는 에디션으로 20인치 휠과 실내의 카본파이버 내장재로 스포티한 감각을 높인 차종이다.

시동을 걸었다.
시동이 걸릴 때 벽에 반사되어 전해지는 배기음이 이차가 근본적으로 유전인자가 완전히 다른 세단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기대에 부풀어 가속패달을 밟아 회전을 높이니 페라리가 보여주는 표현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콰트로 포르테가 페라리 세단으로 불려도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배기음이다.

창문을 닫고 시내를 주행하는 콰트로 포르테의 주행 느낌은 수동베이스의 시퀜셜 트랜스미션의 독특한 변속과 연결감을 제외하고는 기타 고급세단과 큰 차별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편안하다는 이야기이다.

0->100km/h가속을 5.2초에 끝내버리고, 제원상 최고속도는 275km/h이다.
회전상승은 저회전에서 고회전으로 넘어갈수록 힘이 붙는 전형적인 스포츠 엔진이며 6000rpm에서 미묘하지만 한번 더 상승되는 느낌을 전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회전한도에서 변속을 하면 다음단 반응이 극도로 예민한 6000rpm에서 재가속되게 세팅되어 있다.
고속코너에서의 날카로움과 고속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몸놀림은 트랜스액슬 방식과 최대한 뒤쪽으로 배치된 엔진의 덕을 톡톡히 본다.

Sky hook방식의 액티브 서스펜션은 항상 수평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하는데, 콰트로포르테가 스포츠카가 아닌 럭셔리 세단이라는 본연의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적용된 무기의 역할을 한다.

고속코너는 과히 발군이지만 고속코너에서 노면의 기복을 만나면 속도가 아주 높은 경우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4단 220km/h, 5단 250km/h를 찍고 6단으로 변속되면 265km/h까지 거침없이 올라간다.
강력한 배기음은 최소한 실내에서는 나름대로 절제되어 침투되며, 엔진의 야성을 다른 D세그먼트 고급차와 비교해 조금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뒷좌석과 앞좌석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뒷좌석에서는 머플러의 메탈릭한 음색을 좀 더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이를 즐길 수 있는 뒷좌석 오너는 구지 만나보지 않아도 멋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페라리의 F1시프터 보다는 변속이 느리지만 부드럽다. 그리고 다운시프트때 회전수 보상이 정교하다.

7500rpm회전한도까지 시원하게 뻗으면서 고르고 일정하게 증가하는 배기음을 뿜는 콰트로포르테를 가장 인상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안에 탄 사람이 아니라 밖에서 이차가 가속을 하며 지나갈 때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인 것이 샘이 날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V8엔진들은 저음이 강한 반면 고음으로 갈수록 배기음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반면 콰트로포르테는 회전한도에 닿는 순간까지 점점 강하고 맑은 고음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유전인자가 완전히 다른 V8엔진이 만드는 음색은 단순히 멋지다는 표현으로 얼버무릴 수준의 것이 아니다.

콰트로포르테는 차고가 아닌 집의 거실에 세워두고 차를 이해하는 지인들을 초대해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너가 기분이 좋아지면 실내에서 시동을 걸어 먼길 찾아온 손님들에게 추억의 배기음을 선사시켜주는 멋진 장면을 연상케한다.

이태리차와 독일차는 근본적으로 접근방식과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제품평가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만큼 이태리차가 불리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인간들이 전혀 다른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에서 창조해낸 컨셉과 제품에 반영한 표현을 미국의 Cunsumer report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콰트로포르테가 만들어내는 1000만불짜리 배기음만으로도 이차는 제품(Product)이 아닌 예술품(A work of art)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배기음, 혹은 고귀하고 높으신 고객분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첨단 사일렌서를 장착해 머플러를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철제파이프로 전락시키는 대신 그 어떤 인위적인 장비로도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는 천상의 선율을 제공하는 악기를 창조해낸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엔지니어들에게 멀리서 존경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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