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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R이라는 단어는 R35로 인해 그 위상이 배가 되었다.

포르쉐를 향한 닛산의 정면승부와 대결구도는 결과를 떠나서 지켜보는 내내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위력적인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냈다.

 

R35 GT-R을 타보기 전 이미 여러차례 다양한 동영상을 통해서 차가 이럴 것이라는 예측을 해보았고, 시승을 통해서 궁금했던 부분과 예상했던 부분들을 매치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예상했던 그런 느낌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글이 GT-R과 포르쉐팬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차 자체를 평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시승중 파악된 부분만을 다루기로 하겠다.

 

R35 과거에 경험했던 R33 R34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차이다. 네이밍으로 구지 연결고리를 지었기는 하지만 R32, R33, R34가 진화의 맥락에서 일맥상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R35는 전혀 새로운 창조물이다.

 

시동이 걸려있는 R35의 운전석에 앉아 가속패달을 밟았다 놓았다해보면 우선 특이한 사항은 회전수의 하강이 빠르고 민첩했다.

보통 터보 엔진은 가속패달을 밟았다 놓았을 때 회전수가 빨리 떨어지지 않는 특성과 비교하면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수동변속기인 경우 감성적 스포츠성을 높이는 부분이지만 자동변속기를 가진 차량에서는 그 효과를 운전자가 직접 즐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출발하면 차폭 감각에 신경이 쓰일 정도로 넓고 우람한 느낌이고 차의 3차원적 부피에 대한 익숙함 뒤에는 급격히 파워트레인에 대한 신뢰가 먼저 다가왔다.

 

트윈클러치 변속기의 느낌은 중속 영역 상황과 스포츠 상황에서 그리고 다운시프트때의 회전수 매칭기능에서 완성도의 실수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시가지에서 서다가다 주행상황은 해보지 않아서 시가지 유연성 파악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파워는 485마력에 걸맞는 가속력을 뿜어내는데 마치 탄성이 큰 고무줄이 힘차게 당겨졌다가 수축될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터보의 작동이 민첩하고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지 않아도 한계부스트 부근까지 아주 쉽게 도달한다.(게이지상 1바 맥스, 홀딩 0.75)

 

250km/h로 항속할 때도 가속패달이 눌러지는 양에 비례해 속도계의 바늘이 쉽게 춤을 추게 만들 정도로 6단 탑기어가 들어간 상태에서도 발군의 가속력을 발휘한다.

 

각단 7000rpm에서

2 110km/h

3 160km/h

4 200km/h

5 250km/h

6 310km/h(6500rpm)

 

회전수를 많이 사용하는 NA엔진이 아닌 터보엔진들은 회전수를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 토크가 충분하다면 각단의 간격을 넉넉하게 함으로 얼마든지 속도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0km/h로 오르막을 오를 때는 속도가 쉽게 붙지는 않았다. 비슷한 구간에서 콜벳 Z06997 GT3 300km/h를 쉽게 점령하는 부분과 비교하면 약간 더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한여름이었기 때문에 터보엔진의 GT-R이 약간 불리한 조건이었을 수도 있음)

 

평지나 내리막에서 속도는 300km/h가 너무 쉽고 만만한 영역이다.

속도계의 오차는 250km/h를 가르킬 때 GPS 241km/h를 가르킨다.

 

일본 스포츠카들이 가속을 할 때 좀 요란하고 과장된면이 있는것과 비교하면 R35 GT-R은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나 고속열차가 고속에서 가속을 할 때처럼 극강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행안정성에 대한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GT-R은 기존 그 어떤 일본차가 보여주지 못했던 고속안정성과 바디의 평형능력을 가지고 있다.

300km/h으로 달릴 때 스티어링 휠로 전해오는 든든함은 이차가 아우토반을 나름 편안하게 장시간 달릴 수 있는차임을 뜻한다.

 

참고로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그 어떤 일본차도 아우토반의 230km/h이상의 영역대를 편안하게 항속할 수 있다고 느꼈던 차종은 없었다

GT-R 250km/h대의 코너에서 만나는 범프에 대한 대응도 놀라웠다.

고속코너의 평가기준은 얼마나 빨리 도느냐의 절대치적 잣대로 말할 수 없다. 이유는 분명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무서워서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특정차종만 특정코스에서 무수히 달린 경우라면 그 차종에 익숙한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한계에 접근하는 주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혹은 서킷과 같은 특수조건이 아닌 공도에서 달릴 때는 여러가지 사전 정황상 고속코너에 차를 들이댈 때 가속패달을 더 밟아 가속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거동이 부담스러워 속도를 줄이고 싶은 심리적 위축이 되는지가 실제로 어느정도까지 높은 속도로 코너를 경험하느냐의 관건이다.

GT-R은 첫번째 고속코너에 차를 진입시킬 때 이미 심리적 부담이 적었고, 230km/h로 돌아나가는 우측코너에서 만나는 3번의 범프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콜벳 Z06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속도로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상 심리적으로는 동일한 코스에서 210km/h이상은 무서워서 못냈던 상황, 그리고 997 GT3 GT-R과 동일한 속도로 달려본 경험으로 속도에 충분히 대응하는 능력이었지만 범프에서는 GT-R에 비해 약간 더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250km/h로 상당히 긴 시간 운행하면서 상당히 편안했지만 조타가 독일차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즉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꺽어도 급격히 움직일 수 있는 차의 기초세팅의 차이만 잘 대응한다면 GT-R이 확보한 최고수준의 고속안정성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310km/h를 달린 직후 속도를 줄여 차를 세우기 위해 서행하는 상황은 엔진오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는 조건이다.

고속 고부하 운행당시는 엄청난 맞바람에 오일쿨러의 냉각효율덕에 오일 냉각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속도가 많이 줄어버리면 오히려 부하가 사라졌는데도 오일온도가 올라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의 패달을 힘차게 밟아 속도를 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정지하고나면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GT-R 310km/h를 달린 후 속도를 줄이고 서행하는 상황에서의 온도는 104도였고, 변속기의 오일온도는 112도였다. 변속기 오일온도는 타차종에서 모니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뭐라 판단하기 뭐하지만 엔진오일 온도의 변동폭은 부하의 양대비 아주 안정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제동력은 든든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정확한 밸런스나 세팅에 대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

코너링은 사실 사기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해 주었다.

램프턴을 과감하게 하면서 마지막에 가속패달을 힘껏 밟아보면 두번 놀라게 되는데, 첫째는 스티어링 휠을 펴면서 fast out할 때 일부러 스티어링휠을 풀지 않고 계속 감고 있는 상황을 연출해보면 슬립앵글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빠른속도대와 GT-R이 느끼는 빠른 속도대에 대한 레벨차이로 해석할 수 있겠다.

두번째는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성인데, 140km/h대의 램프턴에서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아주 부스트압을 적게 사용하는 대배기량 엔진의 느낌을 준다.

터보차들은 풀타임 4륜이라해도 부스트가 급격히 걸리는 것이 코너에서 모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잘 조련된 NA 스포츠카를 터보 스포츠카가 코너에서 따라가기 힘든 이유가 바로 컨트롤의 난해함 때문이다.

GT-R이 다양한 코너를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코너에서 가속패달에 대한 컨트롤이 쉽다. 즉 터보엔진이지만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 파워가 너무 급격하게 쏟아져 나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부드럽게 전달되고 패달을 놓았을 때 놓은만큼 파워가 줄어든다. 즉 가속패달을 밟는 +상황과 놓는 상황의 경계가 리니어 하기 때문에 가속패달의 미세조정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댐퍼의 셋업은 Comfort Normal 그리고 R세팅이 있는데, 각각 뚜렷한 차이를 전해준다.

Normal세팅으로 280km/h를 달려도 불안함이 느껴지진 않고 오히려 범프를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초고속에는 R세팅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와인딩에서 시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와인딩 능력에 대한 내용은 추후로 미루겠다.

GT-R의 핸들링에 대한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중속까지의 영역에서는 약간 인공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사기라고 표현했던 이유도 도대체 어느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달려야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밟는양과 슬립앵글의 상관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지 도대체 감이 잘 오질 않는다.

다만 고속코너를 달릴 때는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좀 더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고속에서는 숙련된 운전자라해도 지나친 제어와 통제를 받는다는 인공적인 느낌을 가지고서는 절대 모험을 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다.

초고속은 그야말로 바디가 주는 믿음과 세팅이 운전자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빠른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안심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바디강성에 대한 부분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강하고 견고하다는 느낌을 굳이 997과 비교해도 한 수 위의 느낌이다.

GT-R이 훨씬 무겁기 때문에 요구되는 강성의 수치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 포르쉐는 강성에 의지한 핸들링을 만드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강성에 의지한 코너링보다는 바디가 가진 탄성을 적절히 응용한 핸들링이 일품이다.

오랜 테스트를 통해서 포르쉐가 연출하는 이 독특한 느낌은 강성을 높여서만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올림픽 대로 같은 일반 고속화도로에서는 브릿지스톤 RE070R 타이어는 상당히 까다로운 타이어였다.

급격하게 노면을 타는 현상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긴장이되고 자연스럽게 힘주어 잡게 된다.

GT-R이 가진 단점 두가지는 첫째, 닛산계보에서도 연관성을 지을 수 있는 차가 없다는 것, 더 나아가 일본차 전체를 놓고보아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마치 외계인들이 내려와서 1.5세대 앞선 차를 만들어주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GT-R에 흥미를 느끼고 빠져들기는 쉽지만 반대로 싫증이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특급브랜드 파워는 저변에 수십년동안 깔려있는 차들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브랜드를 접하는 오너들에게 family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면에서 GT-R은 너무 New product이고 족보는 있지만 배다른 형제처럼 다른 형제차들과 친밀성이 떨어진다.

둘째 사운드가 수퍼스포츠카답지 않다. 너무 밋밋하고 부드러운 음색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수퍼맨과 매칭이 안된다.

원래 V6터보 엔진은 특성상 그리 박력있는 남성적인 사운드를 뿜어내기 힘들다. GT-R R34까지의 버전과 달리 global player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라별 규제에 유연히 대처한다는 의도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도 있지만 포르쉐에 비해 유일하게 한참 떨어지는 항목이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GT-R과 성능에서 비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경쟁차들을 타본 운전자가 GT-R을 타보면 우선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신기하다일 것이다.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기계와 전자의 조화가 눈부시다.

많은 시간을 혹독한 테스트를 받았다는 것을 시승 내내 느낄 수 있었고, 닛산이 연출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이 현재시점에선 타 브랜드에 비해 차별됨을 GT-R을 통해 만방에 알렸다고 볼 수 있다.

GT-R이 단순히 빨라서가 아니라 계획한 성과를 끌어낼 때까지 GT-R개발팀이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GT-R이 어쩌면 백지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 악조건에서 이런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선 기술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포르쉐와 GT-R이 뜨거운 경쟁을 펼치는 과정속에서 튀어나온 수치적인 데이터에 너무 발끈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두차 모두 성능이나 기술적인 수준에서 타협없이 현재까지 걸어왔다.

포르쉐가 60년대부터 911을 진화시켜오면서 쌓아온 주행감성 부분을 단순히 GT-R을 꺽기위해 포기할리도 없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닛산이 R35를 개발할 때는 R34 GT-R프로젝트가 한동안 종료되었다가 다시 시작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R34의 수준에서 R35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닛산이 GT-R을 개발했던 입장에서는 세대별 진화라는 항목을 배제시키고 차를 개발할 수 있는 가뿐함이 있었겠지만 포르쉐는 911의 첫번째 경쟁상대는 어쩌면 911이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911스러움과 빨라야한다는 것에 동등한 비중을 실었을 것이다.

그래서 911을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 911스러움을 포기하고 과도한 변화를 진화라는 짧은 단어로 무마시킬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타도 911을 위해 태어난 GT-R은 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차원에서 911은 무방비 상태였고, 현행 997이 개발될 당시인 수년전에 R35 GT-R이라는 존재를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911은 갑자기 나타난 GT-R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을 것이다.

GT-R 911 모두 서로 각 브랜드가 위치한 상황에서 최선의 제품을 만들었고, 우리는 세상에 911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다른 GT-R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닛산이 회사가 어려웠다는 이유로 GT-R을 잠시 접어두듯 포르쉐는 911을 그렇게 할 수 없다.

포르쉐에게 911은 운명이고 회사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R35 GT-R이 모든 스포츠카 브랜드의 벤치마크 대상 혹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된 것이 확실한 마당에 누가 절대적으로 더 우수하다를 논하기보단 두 브랜드의 경쟁의 시작을 선포하고 숙제를 언급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닛산에서는 R35를 재시작으로 중간에 공백기없이 꾸준히 제품 개발과 신차출시가 있어야겠고, 포르쉐는 GT-R을 포르쉐다운 방법으로 무찌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겠다.

닛산은 GT-R로 다른 일본브랜드와 확실히 차별되는 기술적 기준을 제시했다. GT-R이 닛산의 위상을 얼마나 높였는지 수치화시킬 수는 없지만 GT-R을 경험한 입장에서 기존에 닛산차에 대한 모든 사고가 바뀐 것을 인정하며, 국산차 브랜드는 GT-R이 브랜드파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다각도로 진지한 스터디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귀한 애마를 시승할 수 있게 해주신 범진님께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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