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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나는 피아트 500과 페라리 360모데나를 소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이 극단적인 조합에 의아해하지만 내 나름의 논리는 충분하다.

 

1.4리터와 3.6리터, 100마력과 400마력, 6단 수동변속기와 시퀜셜 6단 세미오토 변속기, FF와 미드십 레이아웃, 4시터와 2시터……. 이 두차종을 하나의 시야에 두고 말도 안된다는 투로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페라리 360모데나와 피아트 500은 두 브랜드가 피아트그룹 산하의 패밀리라는 것과 이탈리아산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모데나와 500은 완벽한 컴비네이션으로 차고에 두대가 서있는 모습을 상상만해도 즐겁다.

그 이유는 뭘까?

 

종합격투기를 보면 꼭 헤비급경기가 재미있으라는 법은 없다. 미들급이나 심지어 플라이급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면 헤비급은 슬로우 모션으로 보일 정도로 때론 경량급 경기가 더 박진감이 넘친다.

오리지널 피아트 500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려 리메이크된 신형 500은 구형의 깜찍함과 귀여움을 그대로 전파하는데다가 보기보다 약간 톨보이라 거주성과 실용성이 좋다.

 

모데나는 페라리의 디노(페라리의 8기통 모델들에 붙는 별칭)최초로 지명을 활용한 naming도 특이하지만 F355 F430과 같은 F자가 숫자앞에 붙지 않는다.

 

페라리 최초로 윈드터널에서 제대로 된 공력테스트를 거친 차종이고, 미드에 탑재된 엔진을 투명 글라스를 통해서 외부에서도 보일 수 있게 꾸민 최초의 페라리이다.

 

500은 운전의 재미가 엔진의 사이즈나 파워에 반드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차이다.

1.4리터 100마력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지를 증명해주며, 저배기량 소형차의 정의에 가장 가까운 모범담안이다.

 

데뷔한지 10년이 지난 모데나는 페라리의 디자인 생명력과 열정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떤 색깔로 꾸며졌듯 페라리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오로라와 같은 기운을 발산한다.

 

<<피아트 500>>

평소 비즈니스상 운행거리가 많고, 특히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많이 타는 내게 어쩌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그랜져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죽어도 차와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랜져나 그급의 아시아산 차를 타는 내모습을 용서할 수 없다.

피아트 500은 자동변속기라면 가치가 반도 안된다. 유러피언 소형차는 수동이 그 본래 취지에 맞으니 말이다.

 

시가지에서도 편할만큼 가벼운 클러치와 민첩함으로 운전에 스트레스가 없다. 수동을 할 줄 아는 사람입장에서 시가지에서 수동이 힘들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올해 마흔다섯인 난 아직 젊고 열정적이며, 이동하는 시간동안 내 자신을 그저 혼이 없는 철제 상자에 가둬두는 무의미함 대신 이탈리안 필을 음미하며, 그 순간을 즐기다보면 어려운 인생살이도 왠지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은 낙관론자가 되어버린다.

 

가벼워야하는 차체이지만 의외로 가속패달의 반응은 초기에 둔해서 처음 운전할 때 시동을 꺼먹을 수도 있다.

발만대도 까딱까딱거리는 국산차는 엔진파워를 떠나 가속패달 절반 이상 이후의 공간은 그저 허공에 헛발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500은 다르다. 가속패달을 밟는 것에 비례해 힘과 사운드를 전하고 마지막 10%를 바닥에 붙이는 그 순간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짜릿한 감성의 근원은 이처럼 가까운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500을 대체할 수 있는 운송수단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혼자 타고 많은 짐을 싣지 않는 내게 500만큼의 경제성과 운전의 재미를 주는 차는 없다.

 

 

<<페라리 360모데나>>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버리면 쉬는날의 소중한 것들을 모조리 포기해야 한다.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어난 토요일 오전6 모데나의 잠을 깨운다.

 

자동차에 대한 높은 이해와 많은 경험은 쓸데없이 차고에서 모데나를 공회전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수온이 완전히 올라도 유온이 70도를 넘어가고 공회전 유압이 2바 부근까지 내려오지 않는한 절대로 회전수를 5000rpm이상 쓰지 않는다면, 수퍼카 내지는 고성능 엔진을 다루는 기본 자세가 된 것이다.

 

차들이 뜸한 간선도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고속화도로에 올려 준비된 모데나의 쓰로틀을 열자 모데나의 폐를 통해 마하 이상의 속도로 공기를 마시고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뒷타이어를 짓이기는 강렬함으로 속도계를 정점을 향해 도약시킨다.

 

모데나의 8개의 피스톤은 정확한 밸런스로 질서있게 작동해 8500rpm을 돌리고 있어도 더 돌겠다고 난리를 치지만 보이지 않는 마스터에 의해 허용하는 회전수 이상은 엄격히 금지시켰다.

 

모데나의 F1시프터는 최신 페라리의 그것보다는 좀 거친 변속감이지만 시프트업할 때 가속패달을 살짝 놓았다 밟으면 부드러운 박자로 변속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구동계통의 충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붉은색보다 상대적으로 눈에 덜띄는 푸른색 모데나라해서 페라리의 신분을 감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들이 모두 철제 장갑차를 그릴 때 페라리는 그야말로 애마(愛馬)를 그릴 수 있었다.

남들이 투박한 소리의 원동기를 만들 때 아름다움을 연주하는 악기를 만든 것도 페라리였다.

 

페라리는 머리속으로 상상한 최상의 느낌과 감성을 가슴으로 만든차이다.

차를 설계한 사람과 손으로 직접 만든 사람 모두 보이지 않는 혼을 매개로 만든 예술작품이기에 출력이 비슷하다고 일반 스포츠카들과 비교하는 무례함을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F355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운전성과 고속에서의 쾌적성은 모데나의 가치를 드높이며, F430부터 인공적으로 변한 지나치게 공명을 강조해버린 배기음과 비교하면 모데나의 그것이 훨씬 정직하고 필터링이 덜 되어있다.

 

나는 주말에 모데나와 즐기는 2시간의 데이트로 다음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페라리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보다 이차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데나를 500옆에 세우고 나니 모데나에서 나온 열기가 차고를 훈훈하게 한다.

 

난 아침마다 주방에서 조식을하며, 내 시야에 있는 두대의 명마와 번갈아가며 눈을 맞춘다.

어느 한쪽을 편애할 수 없는 이유가 내겐 충분하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내가 가진 페라리를 기준으로 세컨드카를 선택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500에 비하면 자동변속기를 가진 고리타분한 세단은 내겐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산은 확실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알파로메오나 피아트가 미국과 같은 대형시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중에 이탈리안을 제대로 이해할 줄 모르는 거만한 미국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컨슈머리포트의 포인트 몇 개 더 받자고 그들이 만들어달라는 데로 만들어주는 장사는 않겠다는 자존심이 나의 해석이다.

 

500은 크락션도 귀엽다. 아시아산차들은 큰차건 작은차건 똑같은 소리를 내지만 500은 그만의 고유의 사운드로 저기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나와 친해지고 싶으면 누구나 감탄해마지 않는 페라리보다 500에 더 큰 관심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정신세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공감을 나누다보면 내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컴비네이션에 대한 존중을 바라기보단 세상에 너무 많은 토요다와 현대속에 500과 같은 작은 이탈리안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며, 자동차는 JD파워나 컨슈머 리포트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이 전해졌으면 한다.

2003년 새차로 모데나를 구입한 후 지금까지 기쁠때나 슬플때나 주말을 함께 했다.

 

신차로 구입해서 한 일년쯤 타다가 신형이나 더 빠른차로 갈아타는 것이 많은차를 경험하기위해서라는 변명이 최소한 내게는 설득력이 없다.

 

가족과 같은 나의 애마는 나와 함께한 시간만큼 그간 쉽고 때론 어려웠던 인생살이를 하는 동안 곁에 있었기에 친구이자 동지이다.

 

고뇌의 연속이던 시절 모데나와 즐겼던 데이트나 좋아서 미칠 것만 같이 행복했던 날 모데나와 함께했던 기억, 지금의 아내와의 데이트, 내아들이 4살이 되던 때 부자가 함께 처음으로 모데나를 목육시켰던 등등 우리가족 역사에 모데나는 중심에 서 있기에 너무나 소중하다.

 

신형 페라리의 높아진 출력과 성능이 모데나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과 맞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500이 우리식구로 합류한지 1년이 되는날 가족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내게 500과 모데나는 내가족과 동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족사진에 빠지면 안되는 패밀리 멤버이다.

난 내게 필요한 최고의 자동차를 쌍으로 가졌고, 내게 부와 명예가 주지 못하는 행복을 이들에게 빚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S. 본글은 모터트랜드의 기사를 위해 적은 원문으로서 "가상의나"를 통해서 바라본 두차종에 대한 감성을 수필형식으로 적은 글입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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