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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가 출시될 때의 반응은 최소한 카이엔에 첫선을 보였을 때보다 훨씬 양호했다.

카이엔에 비난을 보내던 자칭 골수 포르쉐 매니어들도 파나메라에게는 좀 관대했다.

 

뒷좌석이 있긴 하지만 SUV가 아닌 수퍼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인지 만인에게 큰 기대감을 선사했었다.

작년 포르쉐와 폭스바겐 그룹간 집안싸움에서 피에히 회장이 승리하면서 폭스바겐은 포르쉐의 절대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는데, 주목할 점은 피에히 회장이 승기를 잡자마자 포르쉐는 앞으로 카이엔과 파나메라와 같이 포르쉐에 어울리지 않는 모델들은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 호언장담했다.

 

파나메라가 시장에 출시하기 직전이라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왕 만들어놓은거 폐기처분하기도 그렇고, 파나메라의 모델사이클 기간동안 판매는 되겠지만 미래는 없다는 발표를 해버린 것을 보며 피에히회장의 대책없이 화끈한(?)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파나메라는 V6 3.6 300마력을 시작으로 V8 4.8 400마력짜리 파나메라S, 그리고 V8 4.8 트윈터보를 장착한 500마력짜리 파나메라 터보를 최강의 모델로 삼고 있다.

 

300, 400, 500마력짜리로 시원스럽게 구분된 출력만큼 3모델의 실제 달리기 성능도 명확히 구분될 것으로 판단된다.

시승한 파나메라S는 국내에서 157백만원에 판매된다.

 

12일 동안 파나메라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시승했음을 미리 밝힌다.

 

파나메라를 포르쉐 역사상 가장 고급스러운 차종으로 만들었다지만 야간에 센터패시아와 콘솔로 이어지는 부분의 화려한 조명을 걷어내면 파나메라S는 실제로 그리 고급스런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물론 주문으로 넣고 싶은 것을 넣을 수 있기는 하지만 기본형 파나메라S에는 그 흔한 통풍시트도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시동을 걸면 야수는 다 어디로 도망가고 고양이 소리밖에 안난다.

 

배기음을 있는데로 억제해 주행을하는 동안 스포츠카와 같은 필을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뒷좌석에 앉을지도 모를 VIP를 위한 배려겠거니 생각해 뒷좌석에도 앉아보며, 시가지와 고속화도로에서 바로 그분이 되어봤지만 파나메라의 뒷좌석은 완전히 넌센스였다.

 

일단 우람한 버킷시트가 시야를 가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답답해 멀미가 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가운데쪽으로 빼꼼히 빼고 앉아 앞을 보는 노력을 해보지만 뒷좌석도 앞좌석과 같은 전용시트다보니 원래 자세에서 벗어나면 몹시 불편하다.

 

레그룸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을뿐더라 앉았을 때 도어와의 거리가 워낙 짧기 때문에 상석기준으로 우측으로 팔을 편안하게 놓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답답했다.

 

기사에게 가속을 한번 해보라고 시켜 멋진 배기음이 뒷좌석으로 올라오나하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머플러에서 바람새는 소리밖에 안들렸다.(독일에선 순정으로 스포츠배기를 선택할 수 있음)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중후하면서도 멋진 이탈리안 V8사운드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파나메라의 배기음을 똥으로 만들어버렸다.

 

본격적으로 앞좌석에 앉아 파나메라를 경험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7 PDK Sport plus모드를 제외하고 Comfort, Sport모드에선 2단으로 출발한다.

토크컨버터가 없는 듀얼클러치 방식의 변속기에선 변속기에 출발시 반클러치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하는 것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세팅이지만 내구성에 큰 의심을 하고 싶진 않다.

 

911의 경우 Sport Plus인 경우 파워스프팅을 허용해 시프트업 될 때마다 앞으로 치고나가는 느낌을 연출하지만(클러치에 상당한 부담을 줌) 파나메라는 그런 기능을 삭제했고, 대신 스포츠 주행의 빈도를 높임으로 변속기 내부 클러치의 수명을 줄이는 상황은 동시에 줄어들었다.

 

빠르고 정확한 시프팅과 다운시프트때 정교한 회전수 보상능력은 파나메라를 모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마저 없었다면 중간에 파나메라를 길거리에 버리고 버스를 타고 귀가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가 파나메라의 하이라이트이다.

 

고속화도로에 올렸다.

250km/h에서 6단으로 변속되고 280km/h까지 금방 올라가고, 풍절음도 억제되어 있고, 무척 단단한 바디강성에 흡족했지만 고속코너를 공략하는 파나메라의 움직임에는 극강의 안정성을 찾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Sport plus상태에서 고속에서 범프를 넘어갈 때 왠지 후륜에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고 착지할 때마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포르쉐의 적응형 서스펜션인 PASM 911의 경우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는 최고수준의 세팅을 가지고 있지만 파나메라에는 뭔가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시가지에서 Comfort모드일 때도 그다지 부드럽다는 생각은 안든다. 출렁이는 효과는 살리지만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충격이 차를 관통해 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시가지에서는 Sport가 오히려 가장 편안한 세팅이었다.

 

파나메라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생기는 시점에 와인딩으로 가져가서 차를 맘껏 던져봤다.

911을 떠올리는 엄청난 핸들링은 마치 독일의 고속열차 ICE로 구불거리는 알프스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자세제어장치인 PSM을 끄고 타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와인딩에선 액셀링에 따라 후륜이 밖으로 심하게 내동댕이쳐질 정도로 와인딩에서만큼은  Driver’s car로 탈바꿈했다.

 

5m에서 3cm빠지는 4.97m의 전장의 차가 짧은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를 피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꺽는데로 돌 것 같은 자신감을 부여할만큼 코너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왠만한 속도에서는 어느정도 견디지만 한계를 넘어가면 심하게 흐트러져버리는 콰트로포르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급 코너링을 가지고 있다.

 

사실 2.4톤의 카이엔도 와인딩에서 타보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깜짝 놀랄 코너링을 발휘하는 것을 생각하면 포르쉐 입장에서 탱크와 같은 카이엔을 다루던 실력으로 파나메라를 요리하면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였을 것이다.

정리를 해보면 와인딩 능력이 매우좋고 변속이 빠르고 정확한 길이 5m가까이 되는 세단이 바로 파나메라이다.

 

파나메라로 4사람이 이동하는 경우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소나타 택시의 뒷좌석을 그리워할 것이다.

 

즉 파나메라 태생의 정체성인 GT(Grand Touring)의 성격을 부여하는데 4인승 시트구조는 쾌적성이라는 숙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포르쉐는 최대출력으로 말하는 차가 아니다.

250마력짜리 964 카레라2 수동을 타보면 좋아서 환장하는 수준의 운전의 즐거움이 있다.

그보다 100마력 높은 997 355마력짜리 초기형 카레라S도 최고수준의 즐거움과 수준높은 드라이빙을 보장했다.

 

파나메라에서 포르쉐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

이렇게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차는 많다. 270km/h이상의 속도를 커버하는 차가 주변에 널려있는 상황에서 계기판 300km/h근처까지 간다고 어깨에 힘주는 것은 어리석다.

 

400마력짜리 BMW E39 M5도 리미트 풀면 튜닝없이 계기판 300km/h를 찍었다. 그게 E39 M5 데뷔한 1999년의 일이다.

고속에서 파나메라는 아우디 S8 V10 5.2보다 더 즐겁지도 않으며, 더 안정적이지도 않다.

놀라운 와인딩 능력을 핑계로 파나메라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도 그리 스마트해보이진 않는다.

 

와인딩을 즐기는 매니어라면 복스터나 911을 사야한다. 식구 핑계를 대고 파나메라를 사봤자 뒷좌석에 앉아 멀미하는 아이들에 유모차 넣을 공간도 마땅치 않으며 골프채를 한 개라도 실으려면 뒷좌석 한 개를 접어야 한다.

와인딩 즐기겠다고 파나메라를 사는 사람은 실제로 거의 없다는 뜻이다.

 

거대한 자이얀트 두꺼비같이 생긴 파나메라에 애초부터 기대는 안했지만 개인적으로 포르쉐 모델을 그 누구보다 많이 타봤고,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한 경험으로 최악의 포르쉐로 선정하는 것을 주저할 수 없다.

이렇게 독설을 퍼붓는 이유는 나자신이 그동안 포르쉐와 함께 한 짜릿한 경험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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