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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리즈(E31)는 BMW가 벤츠의 SL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이며, 로드스터형태가 아닌 쿠페형 그랜드 투어러의 모습으로 89년부터 99년까지 생산된 모델이다.


벤츠와 대항하기 위해 나온 모델이기는 하지만 SL의 아성과 상대하기에는 이미지적으로 부족했고, 너무나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운동성능면에서 BMW다운 날카로움은 갖추지 못한 어쩌면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엔진의 형식은 크게 두가지로 8기통과 12기통 인데, 8기통의 경우 초기형 4.0리터와 후기형 4.4리터로 286마력의 840i, 12기통은 12기통 5.0 300마력의 850i, 322마력의 850Ci, 그리고 최고봉인 380마력의 850CSi가 있었다.

96년도에 840i를 타본 적이 있었으니 거의 20년만에 다시 만난 8시리즈였다.


시승한 차종인 850CSi는 독일에서 1,510대만이 생산되었고, 6단 수동변속기만을 가진 스페셜 모델이다.

8시리즈가 10년동안 약 31,000대가 판매된 것에 비추어 CSi의 희소성이나 가치는 엄청나다 하겠다.


CSi에는 5리터 12기통 대신 5.6리터(코드네임 S70B56)로 배기량을 늘렸고, 최대토크 57kgm로 300마력 850i에 비해서 10kg이나 높은 토크를 가지고 있다.


850CSi의 가장 큰 가치는 12기통 수동이라는 점이다.

요즘에는 아스톤마틴과 파가니 존다를 제외하면 12기통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은 거의 없을 정도로 지금이나 당시나 매우 특이한 구성이다.


 850CSi는 무게가 2톤이나 나가는 무거운 몸무게로 길이가 25cm나 더 긴 E32 750i롱휠베이스에 비해서도 100kg가까이 무겁다.

때문에 실제로 몰아보면 E32 7시리즈에 비해서도 움직임이 둔하고 경쾌한 맛보다는 육중한 느낌이 든다.


M8이라는 네임을 얻지 못한 이유도 바로 8시리즈가 가진 태생적인 몸무게 때문에 당시 M이 가지고 있던 Race정신과 경쾌한 핸들링을 연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판단한 이유가 컸다고 한다.


이렇게 약간은 BMW다움이 희석된 고성능 모델이지만 현재에도 850CSi는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희소성과 여전히 매우 스페셜한 구성과 느낌 때문이다.


신형 M3에 스피커를 통해 엔진음을 뿌려주는 쓰레기 같은 장비를 다는 시대에 진짜 사운드를 가진 BMW의 가치는 앞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


시승했던 850CSi는 11만킬로 정도를 달렸고, 엔진 오버홀은 물론 변속기도 신품으로 교체한 상태여서 차량의 상태는 극상이었다.

작동거리가 좀 긴 편인 6단 수동변속기의 체인지레버는 절도있게 움직였고, 워낙 큰 엔진이라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의 느낌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저, 중속에서 실내를 파고드는 12기통 엔진의 음색은 엔진 본체의 작동과 흡기 공명음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12기통 엔진이 모든 영역에서 지나치게 부드러워 사운드가 갸냘프게 느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연출을 한 흔적이 강하게 와 닿았다.


가속패달을 밟는 양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반응하는 엔진의 느낌도 좋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이 위력을 발휘하는데, 기본적으로 엔진 사이즈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저단에서 풀가속이 아닌 상황에서는 엔진의 회전수 상승이 많이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고 단수가 높아지면 어느 단수이건 상당한 토크로 밀어 붙이는데, 예를들어 3단 풀가속에서 4단으로 넘어가면 4단에서 3단보다 더 맹렬하게 가속이 붙는 느낌, 여기서 또다시 5단으로 변속되면 역시 또한번 무섭게 속도를 높여나가는 느낌이다.


엔진의 특성상 레드존인 6500rpm으로 가는 과정에서 토크가 순간적으로 변하거나하는 극적인 구간은 없었지만 어느 단수이건 풀가속을 하면 맹렬하게 속도를 높여주고 거기에 매우 독특한 사운드 튜닝으로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서스펜션의 세팅이 이례없이 무르게 되어 있어 고속에서 바운스를 만나면 차가 붕 떴다가 떨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가속중에 이런 상황을 만나면 타이어가 헛돌아 트랙션 컨트롤이 빈번하게 작동되기도 하지만 그리 쉽게 균형을 잃거나 불안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아무리 무거워도 그리 허술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워낙 탁월한 하체 세팅 능력을 가졌던 당시의 BMW의 기술력을 엿보게 한다.


제동 느낌은 당시의 독일차들과 비교하면 포르쉐를 제외하고 BMW의 그것이 가장 정확하고 견고한 느낌의 제동필을 가지고 있고  850CSi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2의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뒷좌석에 성인이 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지만 뒷좌석이 반드시 사람이 앉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겉옷을 둔다든지 핸드백이나 가방등을 두는 공간으로 뒷좌석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BMW는 역사적으로 훌륭한 차를 만들어 왔고, 현재도 미래도 좋은 차를 만들겠지만 모든 브랜드가 비슷한 고민을 하듯 원가절감과 연비가 스페셜카가 가져야하는 희소성을 녹여버리는 시대에 정말 스페셜한 카가 나올 가능성은 점차로 줄어든 다고 본다.


따라서  850CSi처럼 1,500대만 생산되는 전용블록을 가진 스페셜 엔진은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전무하다.

범용으로 사용하는 블럭을 사용해 만들어진 스페셜 엔진과 블럭이 완전히 다른 엔진이 주는 느낌은 극과 극이다.


같은 블럭에 터보와 같은 과급을 조합해 출력만 차별화시키는 식의 엔진은 과거에 독일 브랜드들이 스페셜 모델을 위해 사용했던 전용 엔진들이 가진 가치차이에 비할바가 못된다.


BMW가 E60 M5와 E92 M3를 끝으로 M전용 블럭을 포기한 바 이전에 만들어진 M전용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가 가진 가치는 차가 가진 운동성능이나 성능적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차가 가진 스토리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떠한 스토리를 가진 차이며 어떠한 이야깃 거리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느냐가 그 차를 소장하는 목적이자 유일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850CSi는 이런면에서 소장가치가 클 뿐아니라 전세계에 굴러 다니는 몇 안되는 12기통 수동이라는 점에서 타는 순간순간이 스페셜 그 자체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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