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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차를 소유한 사람이건 아니건 이차를 스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나 또한 포르쉐를 접하지만 어떤 차를 시승한 이후에 이처럼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차는 없다.


997 GT3 RS 4.0이라는 차를 만나러 가야한다.


급작스럽게 잡힌 시승 약속을 머리속에 그리며, 저녁으로 먹은 돼지고기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지금 도대체 그놈의 돼지 목살은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도 없다. 아니 왜 하필 이런 시승을 앞두고 돼지고기를 먹는 회식이 있었는지


한가지 확실한 기억은 997 GT3 RS 4.0을 만나러 가는데, 고기 구워 먹은 냄새를 풍기며 가는 것은 명차를 시승하는데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엄청 타이트한 시간을 내어 나의 CC로 동작대교를 200km/h로 건너 집에 도착해 1초만에 모든 옷을 빨래통에 집어 던진 후 샤워를 하고 속옷까지 모두 새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동작대교를 200km/h로 건너 약속장소로 달려갔던 것이다.


997 GT3 RS 4.0를 느끼는데 내 몸에서 풍기는 돼지고기 냄새는 분명 오감의 센서를 최대치로 키우는데 방해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차를 만든 사람입장에서도 지저분하게 냄새나 풍기는 자칭 카매니어란 놈이 차에 올라 가속패달을 비비는 상상을 하면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명차에 예를 갖추는 방식이란 이런 것이었다.


실물로 보니 정말 돌덩어리처럼 보였다.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포르쉐 뿐이다.


997 GT3 RS 4.0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600대 한정생산, 마지막 GT3수동 모델, 98년부터 르망 레이스에서 사용했던 GT1레이싱 블록을 사용한 마지막 모델, 직분사 대신 MPI방식을 사용한 마지막 GT3모델, 포르쉐 레이싱 엔진의 대가 한스 메츠거의 손길이 닿은 엔진을 얹은 마지막 포르쉐 등등등


NA 500마력의 대단함은 터보로 올려놓은 출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997 MK1터보가 3.6리터 480마력이었다. 직분사로 바뀐 3.8 터보가 500마력이었다.


터보차져도 없이 같은 배기량으로 500마력을 자연흡기로 만든다는 것은 MK2 터보 3.8버전을 욕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출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급없이 높은 숫자를 만들기는 매우 힘들다. 터보엔진에 비해 훨씬 높은 회전수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훨씬 높은 수준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타이트한 버킷시트에 앉아 997 GT3 RS 4.0이 풍기는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해 숨소리마저 죽였다.


이차가 전해주는 모든 것 심지어 실내의 냄새, 아니 나는 실제로 배기통에 코를 대고 수평대향 3.8엔진이 뿜어내는 배기가스까지 마셔보았다.


타이어의 표면도 손으로 만져보았다. 이 타이어가 엄청난 가속과 감속 그리고 코너를 견뎌줄 바로 그 대견한 녀석이었기 때문이다.(기본 장착 타이어는 미쉐린 컵타이어지만 오너의 취향에 따라 미쉐린 PSS장착된 상태였음)


정말 이 차를 곁에 두고 마치 발가벗겨진 엄청난 미인을 품고 싶어 바로 미치기 직전의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느낌으로 시동을 걸었다.


오른팔로 느끼는 1단의 치합은 정확하고 간결하면서 절도가 있었다.


997터보 수동에서는 느끼기 힘든 느낌으로 오직 GT2 GT3에서만 느낄 수 있는 타이트함이다.


가속패달을 밟으면 너무 심하게 회전수가 상승한다.


알 것 같다. 이 느낌, 정말 조심해서 가속패달을 다뤄야 하는 바로 그 조심성


997 GT3 RS 4.0는 경고 미리 경고한다. 아주 정교한 패달링이 없이 함부로 가속패달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2단과 3단 그리고 4단 모든 것이 새롭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인간들이 만든 그 특별한 포르쉐를 몰고 있다.


풀쓰로틀을 해서 8500rpm을 찍는 순간 재빨리 다음단으로 넣고 정확한 포인트에 충격없이 클러치를 미트시키는 바로 그 박자를 이렇게 예민한 엔진을 가지고도 가능할지 자꾸 걱정이 되었다.


997 GT3 RS 4.0가 나를 받아들일까? 남녀가 교감을 나누고 DNA가 섞이는 바로 그 느낌으로 궁합을 맞춰야 진짜 제대로 시승을 했다 말할 수 있다.


난 굴욕적인 시승을 원하지 않는다. 실내 온도를 21.5도로 맞춰둔 에어컨은 상당히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지만 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시승을 한지 수주가 지난 지금 그 순간을 회상하며 글을 적고 있는 이순간에도 내 이마의 땀방울의 개수를 기억할 만큼 생생하다.


회전수의 상승도 빠르지만 하강도 무지막지하게 곤두박질 친다.


독일에서 웨버 트윈 카브레타가 장착되었던 73년 카레라 RS시승했을 때의 느낌과 가장 흡사한 최근의 911이다.


일반적인 수동 운전법으로 이차를 충격없이 시프트 업 다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미세하고 잦은 액셀링으로 회전수를 늘 맞추고 변속기를 움직이는 박자와 시간을 몸으로 느껴 클러치가 붙는 시점에 충격이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해 거기에 맞는 액셀링을 해줘야 한다.


997 GT3 3.6, 3.8을 모두 300km/h이상 몰아본 경험으로 997 GT3 RS 4.0는 분명 이전에 타봤던 차들보다 엔진의 느낌이 예민하다.


예민함은 자동차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신경질적인 부분이다. 자동변속기를 가진 차로 엔진 고유의 디테일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수동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동은 엔진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게 한다.


운전의 기술이 늘수록 느끼는 폭과 깊이도 크다.


기다렸던 풀가속을 했다. 8500rpm마다 변속해나가는데, 8000rpm을 지나도 그 마지막 500rpm을 힘없이 타력으로 마크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한도계가 허락하는 마지막 rpm까지 정말 정성스럽게 돌린다.


회전밸런스는 힘을 고르게 뿜어내고 오차없는 정교함은 실제로 출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스포츠 엔진은 그만큼 정교함을 요구하고 정밀함이 주는 출력의 시원한 상승은 밟을 때마다


엔돌핀을 뿜게 만든다.


6 300km/h를 달릴 때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과 노면에서 올라오는 느낌 그리고 특유의 공력특성 911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997 GT3 RS 4.0이다.


상당히 하드한 하체 특성은 고속에서 신경질적인 특성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 GT3는 과거시승때도 느낀 부분이지만 고속에서의 공력특성에 힘입어 고속코너에서 일반 카레라보다 라인을 지키기가 오히려 쉽다.


다만 미세한 고속코너를 3단부터 6단까지 가속해나가는 과정속에서 스티어링에 조타가 들어있는 그 상황에서 클러치를 끊는 그 순간 턱인으로 머리가 심하게 안쪽으로 붙기 때문에 특히 5단에서 6단과 같은 250km/h오버 상황에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코너에서 풀가속으로 속도를 높일 때 기어변속을 하게 되면 스티어링을 수정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GT3 3.6이나 3.8도 마찬가지였고, 대체로 911 수동을 오래 몰면 자주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911이 기계식이나 전자식 LSD가 장착된 FR후륜구동형과 다른 점은 완만한 코너에서 가속을 해나갈 때 FR처럼 뒤가 감기는 느낌없이 미세한 언더스티어를 발생시키며 가속해나간다.


그러다가 가속패달을 놓으면 슬립앵글이 없어지면서 꺽은 양만큼 안쪽으로 차가 붙는 현상이 발생한다. 수동변속기 모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911 고유의 특성이기도 하다.


315km/h까지 마크했지만 여전히 250rpm정도 남았고, 좀 더 긴 직선이 있었다면 마지막까지 붙였을 것이다.


일반 GT3보다 서 있는 리어 윙의 각도 때문에 고속에서 훨씬 높은 다운포스를 만들기 때문에 310km/h이상에서의 속도 상승은 3.6모델이 조금 더 빨랐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기어비가 높고, 최대한 쥐어 짜는 느낌으로 운전하게 되는데, 6000rpm이후의 진중한 파워와 예리한 느낌이 극대화되어 6000~8500rpm의 느낌은 오직 전세계 600명의 오너만이 자신들이 원할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이라 더욱 더 소중하다.


이차를 레이스 트랙에서 몰던, 공도에서 몰던 상관없다. 복잡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GT모델이지만 너무나 완성도가 높고 300km/h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오일온도는 100도 이상을 가르켜 본 적이 없다.


세라믹 브레이크는 왠만큼 강하게 밟지 않는 한 제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와인딩에서 잠시 경험해본 997 GT3 RS 4.0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원심력이 거의 없을 정도로 코너에서 속도에 대한 개념을 헛갈리게 했다.


정교한 엔진반응은 아주 극도로 리니어할 때 코너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코너에서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코너에서는 한계영역을 컨트롤 할 때 정말 필요한 파워를 Millisecond단위로 쪼개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포르쉐는 차도 알고 레이스도 아는 브랜드이다.


이 두가지 모두 포르쉐처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를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브랜드는 없다.


페라리도 레이스라면 최고봉이지만 페라리를 Daily driver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포르쉐와 큰 차이가 난다. 포르쉐는 수십만킬로를 매일 타고 다녀도 일반 승용차에서 요구하는 내구력을 모두 소화해내는 스포츠카이다.


십수년전 964타르가 23만킬로를 주행한 차를 시승해본 적이 있는데, 오너는 이차를 서킷데이때와 일상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포르쉐는 Racing heritage를 통해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잘 아는 브랜드이다.


그만큼 유럽에서 포르쉐가 거두었던 각종 업적과 레이싱 역사는 그들이 Special product를 기획할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다.


한스 메츠거는 더 이상 포르쉐의 엔진을 만지지 않는다.


직분사로 바뀐 911은 이미 Chapter2로 넘어가 계승해야 할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구별되고 말았다.


위대한 브랜드란 매니어들에 의해 회상될 수 있는 과거의 모델이 많을 때 완성된다.


현재 모델의 성능이나 수치상 능력이 어떻든 과거의 모델들을 회상하며 기억하는 바로 그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997 GT3 RS 4.0는 분명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바로 그 정점에 서 있는 그런 모델이다.


이를 몸으로 보여주고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 표현의 깊이 그리고 진지함 그 정성과 포르쉐 혼을 담아 이것들을 알아주는 그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어했을 그 만든이에 대한 존중심이 없이 997 GT3 RS 4.0의 수치상의 성능만 가지고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좋은 차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은 열정이 있는 엔지니어만으로는 어렵다. 회사 전체에서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는 기획을 허락한 그 메니지먼트의 마인드와 철학, 자금, 시간, 테스트 그 모든 과정이 소중하다.


한국의 차만들기가 참으로 의미있는 지난 20년을 보냈다는 사실, 선진브랜드를 정말 많이 따라잡았다는 사실, 우리 고유의 품질기준에 입각해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환영 받는 차를 만들었다는 사실하지만 꼭 997 GT3 RS 4.0급의 차가 아니더라도 이런 열정과 기술로 똘똘 뭉친 차를 시승해 보면 한국차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먼지를 반복해서 느끼게 된다.


상품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차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스토리이다.


거창하게 역사까지 갈 것도 없다. Heritage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스토리가 있는차, 과거, 현재, 미래로 연결되는 연관성을 가지는 것에 대한 그 의미를 우리의 자동차회사는 깨닫고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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