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 & wax

 

차량을 인수한 지 어느새 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출고 첫 날의 상태를 유지하자'는 마음가짐은 그대로인데 조금 게을러졌습니다.

보증수리기간이 끝나버린 이유도 그렇고 슬슬 귀찮아졌다고나 할까요? ㅎㅎ
작년에 이사한 집은 오후에 주차 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발걸음을 막습니다.

왠만하면 일찍일찍 집에 들어오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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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 주차 지역이라도 주차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항상 밖에 방치되어있는 차량의 특성상 흠집이 안 생길 수는 없었습니다.
1년 전에는 보행자의 실수로 그어놓은 듯한 S자 모양의 흠집이 조수석에 생겼고

(혼자서 대충 해결했습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차체의 앞 면에는 고속도로에서 생긴 돌 자국이, 후면에는 쌓인 먼지로 인한 스월 마크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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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매트도 꺼내어 빨았지만.. 운전석 쪽의 노화가 너무 심해서, 그것만 별도로 구입할 수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paint cleaner까지 구입해서 차체를 한 번 싹~ 닦아내고 고체 왁스로 발라 보았지만

시간 앞에 장사없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 다행이죠..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왁스 용품에는 NIGIRIN과 SONAX가 있는데,

약간 저렴한 NIGIRIN을 쓰다가 현재는 대부분의 용품을 SONAX 제품으로 바꾸었습니다.
비싼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지만 점차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어가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그들의 노력에 왠지 믿음이 갔다고나 할까요?


올해 상반기는 고체 왁스로 전환해 보았는데 결론은 '젤 타입으로 돌아가자' 입니다.
너~무 힘듭니다. 얇게 펴서 바르는 것도 익숙치 않은데,

본네트 쪽은 엔진 열기 때문인지 금방 발라버려 닦아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차가 작으니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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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부분까지 왁스를 발라놓고 돌아와보니, 본네트 부분은 벌써 말랐더군요.. 아.. ㅠ.ㅠ

 


평소에는 왁싱 효과만 있는 제품만 사용하는데

2-3번 사용 후에는 연마 기능도 약간 포함되어 있는 왁스로 표면을 정리해 줍니다.
(뭐 이렇게 들으시면 굉장한 전문가라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취미로 왁스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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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별로 추려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두 개를 제외하면 다들 빨간색상이 있는 공통점이 ㅎㅎㅎ

 


누군가가 차에 기댄다거나 '왁스칠 잘했는데?' 라면서 손가락으로 스으윽~ 긋는 사람을 보면 기겁합니다.

표면에 붙어있는 모래나 먼지가 그 사람의 몸무게에 실려 흠집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런 생채기 몇 개 있습니다).


그러게 손가락을 긋는 사람에게 싫은 표정을 지으며 '하지마!' 했더니
"야! 차 앞에 붙어있는 벌레보다 내 손가락이 더 싫냐?" 라는 투로 반문합니다.
제 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그럼 내가 손가락으로 당신 얼굴 스으윽~ 만지면 좋아 싫어?"
라고 말하면 마지못해 수긍합니다. 여자일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한 이해력이 무척 빠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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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10여년 전에 자동차 동호회에 있었던 형들에게 참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라는 걸..
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철없던 제 모습을 너그럽게 받아주던 게 고마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유난히 너 차는 깨끗하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초 고가의 왁스를 쓰는 것도 아니고, 매일 그 짓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만은..
차이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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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 휠과 휠하우스
2. 유리창
3. 도어 안쪽의 세척입니다.


1. 앞바퀴는 디스크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분진이 유난히 심해서

장거리 운전 후에는 꼭 세차를 하게 됩니다. 더욱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타이어 광택제를 발라주기 때문에 더 깔끔해 보이는 이유가 있겠죠.
17개인가 18개의 핀 타입으로 되어있는 제 휠을 닦고 나면
손가락과 눈이 핑핑 돌아갑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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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 하우스 안 쪽은 대부분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덮여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세척도 항상 필요합니다.

물만 분사한다고 씻여나가지 않는 오물들이 있거든요.

특히 앞바퀴는 엔진의 열기 때문에 지저분한 것들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어서 

휠을 닦던 스폰지를 이용해 닦아냅니다.

마음같아서는 차체 밑바닥도 스폰지를 들고 전부 다 씻고 싶지만 현실 불가능이라 그냥 참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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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창 시절의 환경 미화를 떠올리면 신문지에 물을 묻혀서 유리를 닦는 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그 때문인지 유리창의 청결은 가장 기본이라는 인식이 제 머릿속에 잡혀있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차 내부에 앉아서 있으면 바깥 세상과 투영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더 신경을 씁니다.

벌써부터 팔과 얼굴이 까맣게 타오르는 것을 보면 유리창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싶은 충동도 생깁니다.

 


3. 아르바이트 때문에 렌터카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도어 안쪽을 닦아내는 것입니다.

그런 차들은 1년 미만의 신차라 할지라도 항상 자동세차기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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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타고 내릴 때 도어 사이가 지저분하면 기분이 좋을리 없습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특성상, 사진 기자가 차량의 탑승 및 하차 시에 플래쉬라도 터뜨린다면

그 대비 효과(차체의 도장과 도어 안쪽의 먼지)는 엄청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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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발의 청결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말 다리가 이쁘고 발목도 가느다란 여자가 끈으로 된 멋진 신발을 신었는데
발에 각질이 있다면 '아.. 쫌 아닌데?'라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ㅋ


그 때문에 사람들이 귀찮아하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효과는 극대화로 나타나더군요.
다만 엔진룸은 상대적으로 많이 깨끗한 편은 아닙니다.
잘못 물을 분사했다가는 골치아플 것 같아서 그냥 물티슈로 닦아낼 뿐입니다.
엔진룸은 전문가의 힘을 한 번 빌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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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동일한 차량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운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도리어 기본 모델에 아무 것도 더하지 않은 저 흰색이 수수해 보이기도 하네요

 


차량 구입 시에 고성능 오디오 옵션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소리를 조금 더 키우고 싶은데'  라던지
'조수석 밑에 있는 우퍼에서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시원하게 잘 빼주는 저음이 절실한데' 라는
욕구가 들 때에는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다 뜯어버리고 배선부터 갈아버릴까?' 싶다가도 전기 계통만 만지면 퓨즈가 끊어져버리는

멍청한 저의 두뇌 때문에 그냥 다 포기하게 되고
'밑도 끝도 없다'라고 말해주던 카오디오 동호회 형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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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그렇지만 디자인이 너~무 제 취향입니다 ㅎㅎ

 

도리어 몇 년 동안 바라만 보다가 저축하여 구입했던 미니 컴포넌트는 이웃집 항의가 두려워서

제 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변압기를 구입해서 그 오디오를 차에 넣고 다닐까 하는

아둔한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상상이긴 하지만 가끔 진심일 때도 많습니다 ㅋㅋㅋ
(미니 컴포넌트 볼륨이 최대 60까지인데 집에서 20까지만 틀어도 크더라구요..)

 

 

 

2년 동안 약 2만 9천 km를 주행했습니다.
차량 등록증에 제 명의로 된 인생의 첫 차인만큼 많은 동기 부여와 의미가 들어있더군요.
이미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경험하셨던 일이었겠지만요..


참 다행인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물론 1년 전에 제 부주의로 지붕을 긁었던 일이 있었지만 ㅠ.ㅠ
타이어 펑크가 난다던지, 차체를 찌그려트리는 불상사는 아직까지 없었고
(아.. 안테나 볼 때문에 안테나를 통째로 뽑아갔던 사건은 있었군요 ㅎㅎ)
다만 썬루프에서 생기는 잡소리는 매번 골치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정비소에만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소리가 안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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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유채꽃을 보면 꼭 곁에 가서 인사를 합니다. Fiat 500 '오프로더'를 출시 할 계획은 없는지 ㅎㅎ

 

 

시내에서는 주차 공간 때문에라도 참 편하지만 1200cc라서 항상 출력의 부족함은 있고..
특히나 장거리를 주행할 때는 그 절실함이 애닳습니다.
그 흔한 암레스트조차 없는 차에 앉아있노라면

중형급 세단의 넉넉한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정말 부럽습니다.


차의 시트에 기대어 운전을 하는 넉넉함보다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에 의지해서 조종을 한다는 느낌 때문에
시내를 벗어난 장거리 여행은 역시나 소형차에 무리입니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떠나보면 대쉬보드의 모양은 단순함의 미를 살린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봅니다.

버튼식 전자동 에어컨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아주 원초적으로 표현된 4개의 로터리 때문이었습니다.

실내/외 공기 순환 버튼을 돌릴 때에도 '푸훅~'하는 값싼 그 소리가 '닫혔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알려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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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 포르셰 박물관 지하의 주차장입니다.

주차 구획의 크기가 넓직하니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제 차와 해당사항은 없지만 옆 차 문콕하지 말라는 암묵적 의미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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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간 포르셰 356도 동그란 헤드램프, 문짝 두 개, 크롬 도금.. 제 차랑 비슷한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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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네 개 위에 의자가 얹힌 것도 동일한데.. ㅋㅋ 참 다르긴 다릅니다 ㅠ.ㅠ

 


올해 초부터 판매된 북미형 모델을 보니 거의 상품 개선형 수준이었습니다.
사이즈가 작아서 불만이었던 선바이저부터 간단하지만 덮개를 만들어준 조수석 글러브 박스까지..

내심 부럽긴 하지만 부품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냥 타고 다니려구요.

제 차는 2009년 5월식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기록을 그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차 내부에 있는 개인 용품을 다 끄집어내고 앞유리 조수석 윗쪽에 붙은 스티커 하나만 제거하면,

지금 어느 자동차 잡지사에서 사진 촬영 때문에 차량 섭외가 온다고 해도 오리지널 그대로 보여줄 수 있거든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이런 부분이 절대 옳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 차량을 맞춰가시는 분들이 있으신가하면 저처럼 차에 제 자신을 맞추는 사람도 있어야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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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했던 오늘도

이젠 돌아오지 않는

좋은 날의 추억입니다

 

 

 

안전 운전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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