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필니츠성 앞의 바지선에 상차한 제 차량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차를 만난적 있습니까? 무언가 이끌리게 되어 내 손에 오게 되는 그런 차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도 자동차는 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어릴적부터 언덕 저 멀리서 오는 차들도 전조등 형상만 가지고서도 차종은 줄줄 읊어대던 그런 꼬꼬마시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여태껏 아... 이 차다 싶은 차는 아직까지 나타난 적이 없었습니다. 512TR이라던지 델타 16V 인테그랄레와 같은 드림카는 있었지만 마치 뭐랄까, 어릴적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와 같은 것 처럼 국민학교 시절무렵부터 자차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차량으로 할것인가에 대한 답은 항상 찾고 있었습니다.가끔 운명적으로 맞는 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나한테도 그런차를 가지게 되는 날이 올까 하고 기대를 하곤했던 학창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대학엘 가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정신을 차려보니 독일땅에 서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서 날아온 독일은 차를 좋아하던 저에게는 커다란 꿈의 나라였습니다. 처음 3년동안은 정말 수많은 차들을 타러 다녔습니다. 생활비를 쪼개서 렌트를 하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카쉐어링은 보이는 족족 등록을 해서 탔었습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는게 너무 좋아 운전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인건비를 거의 받지 않고도 운전을 했습니다. 자주가던 렌터카 업체의 직원은 제가 예약하면 먼저 저한테 전화해서 이번에 타고 싶은 차량은 뭐냐고 되물어 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비록 자차는 없지만 항상 쓰던 주행기록부에는 1년에 7만킬로라는 상당한 거리를 주행한다는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달 생활비의 반 가까이를 자동차 렌트대금으로 지불 할 무렵쯤 자차에 대한 욕망이 커지더군요. 월세를 내고 나면 식비도 모자랄 판이었는데, 늘상 들리던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는 1000유로 대의 차들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이래저래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모으고 나니 2500유로... 약 3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생겼습니다. 


volkswagen-caddy-vag_cad_10_1.jpg 사실 제가 구입하고 싶었던 차량은 폭스바겐에서 출시한 골프 베이스로 만든 MPV인 Caddy라는 차량이었습니다. 차량을 타고 다니는걸 워낙 좋아하던 터라 이녀석의 화물버젼을 개조해서 작은 캠핑카처럼 이용을 하려 했지만 기본모델 차제가 밴이 아닌 화물용 상용차로 출시된 터라 적절한 옵션이 들어가 차량은 구하기도 힘들었고 더더군다나 중고가격 역시 생각보다 싸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르노나 푸조같은 프랑스 메이커에서 나온 녀석들은 예산 범위 내에서도 그럭저럭 탈만한 차가 있긴 했지만 프랑스 차량 특유의 내구성에 상용차라는 특징이 겹치면서 5 ~ 6년 이상 주행한 차량들의 경우 수리 정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점때문에 구입선상에서 제외 되더군요. 여튼 1년 가까이를 장터와 매매사이트에 잠복하면서 구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나오지는 않더군요. 그러다 좀 지쳤던것 같습니다. 그 때가 작년 이맘때였구요. 일단 뭐가 되는 차를 사자 라는 마음에 살고있는 도시의 중앙역 뒤쪽의 자동차 매매상을 들렀습니다. 2500유로를 반으로 나눠 차량을 구입하고 나머지 돈으로 차량을 정비하자라는 마음으로 몇군데를 들렀는데, 젊은 아랍인이 판매하는 매장에 가니 지금의 차를 추천하더군요. 


오랫동안 직사광선에 노출되어서 도색층의 클리어층은 터져 나갔고(물론 이 것 때문에 무척 싼 가격이었지만...) 시동을 거니 간간히 느껴지는 불규칙한 진동, 실내에는 흩날리는 개털, 후방 램프게이트는 해당 모델 초기형의 결함인 모서리에 녹이 슬어있고, 유리창에는 이끼가 끼어있고. rpm은 조금 떨리는 차량이었습니다. 하지만 1998cc라는 예산범위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큰 엔진. 출고시점에서 2013년 까지 자질구레한 정비내역까지 꼬박꼬박 적혀있는 정비기록. 손때는 많이 타고 개털은 날릴지언정 소중히 다뤄온게 느껴지는 대쉬보드와 센터페이시아. 결국 이 차량으로 1250유로를 주고 구매를 했습니다. 그나마 예산범위 이내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된 차량이기도 했구요. 제 손으로 직접 차량 번호판을 달던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2년간은 무사히 타자라는 마음에 일시불로 구입했음에도 HAL BU 24, 즉 할부 24개월이라는 번호판을 달아주었습니다.


스파크 플러그는 생각보다 힘들게 교체했습니다.

 2년마다 해야하는 차량검사를 위해 정비소에 맡기니 대략 1200유로가 나오더군요. 라디어터교환, 후륜 디스크교체로 이정도 금액이라 좀 놀라긴했습니다만 차량검사까지 받아주고 살인적인 독일 인건비를 생각하니 납득이 가는 가격이었습니다. ECU를 초기화 하려고 했더니 기특하게도 방전이 되어주더군요.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2년가까운 기간동안 서있던 차량이라 페인트와 이끼만이 아니라 배터리까지 맛이간것이겠죠. 5시간이상 시동이 꺼지면 방전상태더군요. 새로운 배터리로 교환해주고나서 본격적으로 차량 길들이기를 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엔진오일부터 갈아주었습니다. 물론 오일 교체시기는 아직 여유가 있었습니다만 장기간 가만히 있던 차량이라 저렴한 합성유로 첫 2만킬로 동안은 5000킬로마다 교체해 주었습니다. 돈이 없으니 교체역시 자가로 합니다. 주문하는 김에 각종 필터류도 주문해서 교체해주었구요. 공부도 참 많이 했습니다. 이젠 차량의 거의 모든 부품을 외웠습니다.각종 케미컬류의 도움으로 23만킬로에서 구입했던 차량은 25만킬로가 되니 상당히 많이 안정이 되었습니다. 아우토반에서도 시속200킬로미터 까지는 여유있게 올려주는 편이고, 1~20킬로정도는 더 밟을 수 있지 싶긴하지만 타이어 속도 인덱스가 시속 190킬로미터 짜리라 억누르고있습니다. 시속 250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는 아직 제 지갑 사정으로는 무리더군요. 케미는 리퀴몰리제품으로만 관리를 해 주었는데요. 몇몇종류의 케미컬들의 조합이나 순서잡는데 좀 고생을 많이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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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크게 효과를 본 것은 아무래도 스파크 플러그와 플러그케이블의 교체가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파크 플러그를 교체해도 체감은 별로 없다...라고 알고있었습니다만 제 차의 경우 특히 케이블을 교체하고 나서 부하주행시 소음이나 떨림이 확실이 줄어들더군요. 교체하기 직전에 있던 노킹도 나타나지 않구요. 지금은 아이들 상태에서 잔진동도 많이 줄었고 rpm도 더이상 떨리지 않습니다. 물론 남아있는 작업도 많이 있습니다. 터져버린 중통과 엔드 머플러는 구입을 해두었지만 특정 rpm에서 소리나는 촉매는 재생품이라도 감당하기는 어려운 가격이더군요. 아마 두어달 뒤에는 구입을 해서 함께 교체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에 자가 수리용 정비소가 있어서 저렴하게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겠지요. 그 때 미션오일이랑 같이 교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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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하나 제 손이 닿을때마다 차가 변해가는것이 참 즐겁습니다. 아마도 첫차니까요. 그로 인한 즐거움이 결합되어서 더욱 즐거운것 같습니다. 앞으로 2주뒤면 이 차를 구입한지 딱 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로서 제 차를 구매하고나서 4만킬로를 주행 했네요. 재작년 말에 새로운 학교를 다니게 되어 예전만큼 많이 여행다닐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차로 많은 기억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주행거리만큼 소모품이나 기름값은 무시못합니다. 살인적인 독일 보험료도 무시무시하구요.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유학생이 차를 굴릴정도면 여유있나보네 소리를 듣곤하죠... 사실 저는 굶어도 차에는 기름만은 넣고 있는 상황이지만요. 그래도 이 차로 이런저런 소일거리 하면서 기름값이나 보험료는 꽤 빼고 있습니다. 위에도 말했다시피 독일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니까요. 

 맨처음 던졌던 질문, 무언가에 이끌리듯 내게로 온차. 운좋게 저는 첫차가 그런차인것 같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다른차로 바꾸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차는 아마 평생 머릿속에 남는 그런 차가 될것 같습니다.

공대머리라 글쓰기를 잘못해 긴글이 되어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