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 이어서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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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이크 플레넘 윗뚜껑을 땁니다. 언제나 메뉴얼(혹은 정비지침서)은 자가정비시 가장 중요한 자료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메뉴얼을 구할 수 있기에 메뉴얼을 보면서 차를 뜯기전에 간단히 부품의 작동 메카니즘을 확인하고 필요공구 등을 준비하면 실수를 막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정비시 주의점이나 토크스펙을 알 수 있기때문에 필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작업은 연료라인의 분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뚜껑을 따기전에 연료펌프 퓨즈를 뽑고 엔진 크랭킹을 해서 연료라인내의 연료를 최대한 빼내주어야 하는데...그걸 깨달았을땐 뚜껑을 이미 따버렸기때문에 계속 진행합니다.

저는 메뉴얼이 있어도 이런 실수를 합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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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넘을 분리해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쉽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밸브커버가스켓도 제가 직접 할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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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이크포트가 꽤 더럽지만 밸브는 좋아보입니다.

오늘은 인젝터에 집중해야하니 인테이크 포트 분해 및 청소는 다음기회로 미루었습니다.(사실 시간도 없고 너무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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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된 플레넘이 너무 더럽습니다. 차마 이대로 재장착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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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이크 크리너와 솔로 박박 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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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틀바디안에도 가득한 끈적끈적한 슬러지들을 최대한 제거했습니다. 

사실 이런게 자가정비의 참맛이 아닌가 합니다. 퍼질러 앉아서 하염없이 닦아줍니다. 내차니깐 꼼꼼하게 할 수 있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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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젝터로 와서 6번 인젝터에서 연료가 샙니다. 드디어 문제를 찾은걸까요. 분해해서 집으로 가지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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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외관상으로는 문제를 찾을 수 없어 오링만 교체하기로 합니다. 역시 만능 인테이크 크리너로 오염물을 날려주고 큐팁으로 구석구석 청소한후 오링을 교체해줍니다. 커넥터부분도 청소후 접점부활제를 뿌려줍니다.


일단 인젝터 문제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1번뱅크와 2번뱅크를 스위칭해 장착하기로 합니다. 인젝터 문제가 있었다면 연료보정값에 변화가 있겠지요.

또한 6번 인젝터는 혹시나 인젝터 자체문제일 수도 있기때문에 가장 관찰이 쉬운 1번 실린더에 배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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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은 분해의 역순, 메뉴얼의 토크값과 볼팅 순서대로 재조립합니다.


작업후 결과를 확인해봤지만 변화가 1도 없습니다.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ㅋㅋㅋㅋ

이제 연료펌프와 촉매중에 무얼먼저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연료펌프는 뒷좌석 시트를 탈거해야하고, 촉매는 차밑에 들어가야합니다. 하아....


검색을 해보니 연료펌프는 oem은 400불이상이지만 히타치나 델파이 제품이 200불 정도면 구입이 가능합니다.


촉매의 경우 oem은 개당 700불이상 두개하면 1400불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인증없는 애프터 마켓 인테이크나 촉매 제품을 장착할 수 없습니다. 장착하더라도 스모그체크시에 탈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결론은 중고밖에 답이 없습니다. 며칠동안 크레이그리스트(미국판 중고나라)를 뒤지다가 30분거리에 6만마일 사용한 g35용 촉매가 200불에 떴습니다. 170불에 네고를 치고 달려갔습니다. 가는동안 악셀에 좀만 힘이 들어가면 경고등이 깜빡거리는데 요며칠사이 증상이 더 심해진것 같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판매자가 차고를 쥐이잉하고 열면서 걸어나오는데 범상치가 않습니다. 차고안에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는 녹슨 머슬 한대가 분해되어 있습니다. 슬쩍물어보니 레이싱카로 리빌딩중이랍니다. 제가 미국에 정착한다면 꼭 한번해보고 싶은게 차고에서 엔진리빌드 하는건데 이 친구는 지금 차 전체를 하고 있네요. 하하...부러움을 뒤로 하고 촉매상태를 확인합니다. 촉매 내부는 깨끗한데 차고를 얼마나 낮추고 다녔는지 바닥부분 외부 힛쉴드에 기스가 많고, 일부 찢어진 부분도 보입니다. 6만마일 이상없이 사용하다가 테스트파이프로 교체했다고 작동상태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촉매 본체는 문제가 없어보이고, 가라지 리빌드할 정도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170불에 사기칠까 싶어 일단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촉매문제가 아니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차를 포기한다고 해도 팔 수나 있을까하는 이런저런 근심을 안고 돌아와서 촉매교환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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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라디에이터캡 문제로 냉각수가 터져서 엔진룸이 무척 지저분합니다. 양해부탁드려요.  


촉매는 배기매니폴드와 볼트 3개로 연결되어 있는데 위치가 매우 어정쩡해서 위에서 2개 차아래에서 1개를 풀어야 합니다. 익스텐션 드라이브 12+20 인치 + 유니버셜 드라이브가 필요했습니다. 토크값이 높고 고열로 고착이 된상태라 공간여유가 있는 위에서도 풀기가 쉽지 않은데 차 바닥에서는 지옥을 맛봤습니다. 자세도 안나오고 먼지도 많고 침투윤활제 뿌려가며 간신히 풀어냈습니다. 분해를 쉽게하기 위해 중통 지지대도 살짝 풀어주어 공간을 만들어주니, 촉매 2개가 무사히 분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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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토나오네요.


이제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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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로 구매해온 6만마일 뛴 촉매내부입니다. 10만키로를 뛴 셈인데 막힌셀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탈거된 촉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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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1 촉매입니다. 일부 막힌 셀들이 있지만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니군요.



그리고....문제의 뱅크2 촉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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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안에 잘 구워진 쿠기가 하나 들어있네요...하하하하하하

그렇습니다. 완전히 녹아서 꽉 막혀버렸습니다. 자세히 보면 세라믹이 소결된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이상태로 차가 움직일 수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배기가 머플러로 빠지긴한것 같은데 말이죠...

메이져 팩터가 나왔으니 의욕이 다시 샘솟습니다. 후딱후딱 교체하고 재조립합니다. 다시 분해할 일은 없어야 겠지만 그래도 볼트에 고착방지액을 발라 성심껏 조립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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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차밑에 들어올일이 없기를 바라며 차밑에서 나오기전 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닥에 깔아놓은 방수포가 살짝 보이네요. 차 밑에 4시간 누워있다 나오니 바깥공기가 무척 신선합니다..ㅎㅎ



떨리는 마음으로 주행을 해본 결과.....

차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더이상 고장코드도 없고, 출력이나 가속 연비도 다 돌아왔습니다. 하하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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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보정 데이터로그도 촉매 교체후에 양뱅크가 안정이 된 모습입니다.

제 지식으로는 왜 2번뱅크 촉매만 이렇게 심하게 망가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6번 인젝터가 지속적으로 세면서 약간씩 희박연소가 계속 진행되어 서서히 촉매를 망가뜨리고 있는중에 시폼 연소실 크리닝이 트리거가 되서 촉매를 바싹 구워버린게 아닌가 짐작할 뿐입니다. 거기에 오일링 노후로 크랭크실 압력이 높아져 오일을 계속 태우고 있는것도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혹시 배기저항으로 인한 높은 배기압력이 크랭크실 압력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해주실 분 있으신가요?

만약 관련이 있다면 촉매교체후 오일소모가 조금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헛된 희망일 까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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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얼마만에 엔진커버를 재장착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간 공부도 많이 하고 차에 대해 많이 알게된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에서는 10년된 차는 퇴물취급 받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5년 정도는 새차, 10년정도는 타야 좀 탔네 싶은 분위기인것 같아요. 아마 어렵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차를 계속 유지하다가 엔진리빌드도 도전해보고 싶은게 저의 작은 꿈입니다. ㅎㅎㅎㅎ

하지만 당분간은 정말 얌전하게 타고 다니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