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르망 1.5 수동을 탈때만 해도 최대한 제가 직접 정비를 하면서 탔었습니다. (아 옛날이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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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크 플러그, 배전기 계통, 브레이크 패드, 타이밍 벨트 정도는 쉬웠지만, 헤드 가스켓과 오일팬 가스켓 교체할때는 조임 토크값도 확인 안하고 마구잡이로 하다가 볼트 구멍 나사산 말아먹는 등등 크고 작은 사고도 쳤었죠. 그러다가 프린스로 바꾼 이후로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DIY를 멀리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요즘 DIY질(?)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라면 비용 문제도 있고, 이제는 지금 타는 이 차(http://www.testdrive.or.kr/album/2308989)를 소장모드로 돌리려다 보니 앞으로 정비소도 자주 못 가게 될것같아서, 이젠 관심을 좀 더 기울여야겠다 싶어서죠.


 그동안 수입차 잘 본다고 해서 단골로 다닌 업체의 정비사 분은, 머플러 연결 볼트 하나까지도 순정품을 고집해서 (혹시 갈바닉 부식 방지 때문??) 미국/일본에 정품을 주문하거나, 토요타 코리아를 통해 부품을 구입했었는데, 12년 된 캠리를 비싼 순정부품만 직수입해 가면서 정비하는게 과연 합리적인게 맞나 싶었습니다. 제차는 ES330과 호환되는 부품이 많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미출시 차종이라 부품이 없는 것도 많거든요. 그래서 지난 연말부터 이제 다시 제가 직접 정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국산차 부품점에서 전조등 포함 각종 전구, 본넷 쇼바, 스태빌 링크, 휠너트, 에어컨 필터 등등이 호환되는걸 찾아다가 사용했고요, 얼마전부터 장안동에 수입차 수리 경험 많다는 업체에 가서 적극적으로 야매(?)로 수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이크 저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한계 두께에 가까와져서 더 이상 연마 할 수 없게 된 전륜 브레이크부터 직접 정비하기로 했지요.


요즘은 인터넷에 부품 직구 카페가 있어서, 이런 곳을 이용하면 부품 수입이 쉽긴 하더군요. 캠리 스포트 에디션의 순정품 디스크는 브렘보 OEM 제품입니다만, 이제부터는 호환부품만 쓰겠다는 신념(?)하에 묻지마 디스크를 구입했는데, Meyle 제품이 배달이 왔습니다. 알아보니 써드파티 부품업체중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품질을 보장해 주는 모양이더군요.

 복스 셋트와 토크렌치도 장만했고, 인터넷을 뒤져 정비 매뉴얼도 다운 받아서 모든 볼트류의 조임 토크값도 확인한 후, 그다지 춥지 않았던 크리스마스날에(어흑~) DIY를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정비 영상을 몇개 보고 나니 자신감이 충만해서 분해를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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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 배신감이 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캘리퍼 분리가 안되서 낑낑거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간신히 캘리퍼 슬라이드 핀을 뽑아 보니 접착제가 무색할 정도로 시커먼 껌처럼 변한 일반 구리스가 떡이 져 있었습니다. 슬라이드 핀에는 반드시 리튬 구리스를 사용하라고 매뉴얼에 나와 있거든요. 그리고 핀과 캘리퍼의 홈에 안착되어 있어야 할 스라이드핀 부트도 제대로 안 끼워져 있어서 슬라이드 핀이 먼지로 떡이 되어 있었구요. 게다가 브레이크 패드에 붙어 있어야 할 소음 방지 라이닝과 마모 인디케이터도 온데간데 없고... 그래서 이제 적어도 브레이크는 종종 직접 확인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이번엔 후륜 디스크를 점검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후륜 브레이크는 몇년 전에 캘리퍼 고착 문제 때문에 재생품 캘리퍼로 교체한 사연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캘리퍼 오버홀이 상당히 고난도의 작업인줄로 착각하고 있어서, 캘리퍼를 교체하자는 정비사의 의견에 선뜻 동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평소에는 그렇게 볼트 하나까지 순정품만 고집하던 분께서 이번엔 재생품을 수입해서 장착했으며, 멀쩡한 반대편 캘리퍼까지도 같이 교체를 했었던걸 알게 나중에 되었습니다. 게다가 품질에 문제가 있는 재생품이였던게 밝혀지기도 해서 (재생품의 품질 부분은 정비사의 잘못은 아니긴 하지만) 결국 그 이후에도 몇번의 찜찜함을 남긴 이 정비소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되더군요.

하여간 후륜 캘리퍼는 처음 뜯어 보았는데... 비록 재생품이라고 해도 2년전에 교체한 캘리퍼 답지 않게 표면 부식이 꽤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반대편 캘리퍼는 괜찮던데, 유독 이쪽 캘리퍼만 이 모양입니다. 녹 제거제를 뿌려주니 순식간에 진한 포도주색이 되었고, 칫솔로 벅벅 문지르니 시뻘건 민낯이 드러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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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이 생긴 디스크 가장자리는 할수 있는 만큼 줄과 숫돌로 갈아내고, 녹이 난 부분에 아연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그런데 마스킹을 안하고 뿌렸다가 패드 접촉면까지 페인트가 날리는 실수도 했네요 (반대편 디스크는 제대로 마스킹 하고 작업했습니다). 열풍기를 적당히 활용해 가면서 분해한 캘리퍼를 5천원에 옥션에서 구입한 내열성 아연 페인트 스프레이로 도색을 했습니다. 첨엔 빨간색으로 할까 하다가... 이런 썩차에 뻘건 캘리퍼가 웬말이나 싶어서 그냥 순정품스럽게, 제일 저렴한 은색으로 도색했습니다. 슬라이드핀도 세척하고 매뉴얼대로 리튬구리스를 발라주고, 볼트도 규정값으로 조이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던 반대편 캘리퍼 도색이 전후 비교입니다. 디스크에 마스킹을 안했더니 패드 접촉면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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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브레이크 오버홀 킷트와 새 브레이크 패드도 도착을 해서 저의 주말 정비 프로젝트는 쭉 계속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아서인지, 내열 페인트 건조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휴일 오후에 바퀴 한쪽씩 밖에 못하겠더군요. 다음 프로젝트는 전륜 캘리퍼 도색, 밋션오일과 도어 글래스런 교환, 앞유리 미세스크래치 제거입니다. 런채널 고무와 유리세공용 산화세륨도 이미 구입했지요. 날씨 너무 더워지기 전에 끝내야 할 일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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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부지께서 쭈그리고 앉아서 끙끙거리는 저를 보더니 '적당히 하고 새차 사라 ㅉㅉ' 하시네요. 새 차 고르는 것도 엄청 힘든 일인데 ㅠㅠ 하지만 수 많았던 western Massachusetts 지역에서의 오지탐험(?)을 함께 했던 이 차에 애착이 커서, 새 차를 사도 이넘은 그냥 계속 안고 갈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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