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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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가끔 보이는 올드 비틀과 가을 분위기 물씬 내보려, 우연을 가장한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그 전과 다를 것이 있다면 학생 시절에 여유로웠던 제가 아닌,

개인적 시간이 모자라는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차에 신경써 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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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얼어붙은 성에를 긁어내느라 바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왁스칠하면서 고이고이 모셔왔던 차였는데 (물론 개인적 욕심이긴 하죠)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세차의 빈도수가 줄어들은 것은 확실하지만, 한 달에 두 번이면 많이 노력하는 수준이 됩니다.

아.. 이렇게 바쁜 회사생활에도 불구하고 여기 계신 대다수의 분들이 자동차에 할애하는 시간 (테드에 접속해서 글 읽고 쓰고, 이것저것 매물 구경하고 등등)이 있으시다는 것에 놀라울 뿐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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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홀린 듯, 운전을 하고 있노라면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약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 오백이를 운전하다보니 이젠 제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재 4만 km를 조금 넘겼는데 엔진부터 배기구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가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서른을 조금 넘긴 제 나이처럼 어설픈 노련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정겹습니다 ㅎㅎㅎ

3500rpm을 넘기면 그르렁대는 엔진음에서 '피아트 엔진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단 말이지?'라는 착각도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그렇겠지만 자동차 매니아들은 독일차가 최고 정점, 아니 완벽한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에 반박은 하지 않지만, 독일차만이 완벽한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의 독일 차들은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도 큰 변화가 없었고 풀 모델 체인지의 주기 또한 길었는데

그러다보니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기가 힘들었겠죠. 하물며 기계가 아닌 수많은 전자 장비의 탑재 또한 늘어났는데

짧아진 모델 변화의 시간에 맞추려다보니 그 자동차들이 100% 톱니를 맞추며 돌아가진 않아보입니다.

 

피아트에 대한 그 동안의 오명도 많았지만 적어도 제 차는 큰 문제는 아직 없습니다.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는 수능 전국 1등의 소감처럼 기본에만 충실해주면 되는 것 같습니다.

엔진 온도가 정상을 되찾기 전까지 높은 rpm을 쓰지 않고, 요철을 고속으로 넘지 않는다는 등의 간단한 것만 지켜주면 큰 무리없이 제 발이 되어줍니다. 여기저기 잡소리가 생기곤 하지만 그건 세월의 흔적이라 생각합니다.

 

승용차치고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고, 대다수의 성인 남자들은 의자가 높다며 불평을 하지만 어차피 대다수의 고객은 여성입니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옆 차가 달려와서 제 얼굴을 확인하고는 남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실망했다는 게 표정으로 역력하게 드러나죠 ㅎㅎㅎ

페달의 감각은 예민하진 않지만 벤츠의 방향 지시등처럼(비교할 건 아니지만) 움직임에 여유가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며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센터 페시아 쪽에 붙어있는 기어박스 덕분에 팔을 움직이기가 편합니다. 다만 장거리 운전을 하면 암레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3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습니다(북미형 모델은 시트도 개선되고 암레스트 장착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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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만 넣어주면 된다는 생각.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 쓰듯이 마구 다룹니다.

그래도 문도 꽝꽝 닫고 정성스레 왁스칠해서 닦아놓은 차체에 지문 꾹꾹 찍어놓습니다.

제 차는 2년 약정 후에 교환하는 핸드폰도 아니고 서둘러서 뛰어타는 지하철도 아닙니다. 타인의 재산도 조금은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겟습니다. 조수석 직물 시트에 생긴 이런저런 얼룩은 어떻게 지워야하나.. 볼 때마다 한숨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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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차들과 아침 저녁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입니다.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 자체가 워낙 회사가 많긴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차가 밀리는 것을 그 동안 다른 도시에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직접 체험할 일도 없었던 것도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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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꼭 해봐야지 했었던 게 있습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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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잇힝~!!

 

2003년 유학 초창기 시절에 집 주인이 '이거 가질래'라며 물어봤을 때 '저런 꼬진 걸 뭐하러'라며 거절했지만, 왠지 머릿속에서 잊혀지니 않는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이 오면 아이들을 태우고 낑낑 거리며 끌고가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미리 사놓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더랬죠.

때마침 세일을 하길래 저렴한 값에 하나 구입해놓고 트렁크에 싣고 다녔습니다. 썰매의 길이가 트렁크의 폭과 딱 맞아서 겨우내 트렁크에서 나뒹구는 물건이 없어서 좋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와도 썰매를 탈 수 있는 시간의 여유는 없었고, 주말에는 만사 귀차니즘에 빠져 눈 밭이 아닌 이불 속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ㅠ

 

내년 겨울에는.. 썰매를 탈 수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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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차들만 더 밀릴 뿐입니다. 오예~~

 

고속도로 통해서 회사까지 10분이면 갈 거리를, 눈이 오면 1시간이 걸립니다. 스노우 타이어가 의무 장착되어서 헛바퀴 돌리는 차량도 없는데 신기하죠.. 차에서 CD만 번갈아 끼우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히터 나오고 음악 들으니 따땃하고 좋네'라고 생각하지만 '나 좀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단 말야!!!'라는 욕구만 솟구칩니다.

(한국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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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마음껏 음악을 들으려니 이웃집 사람들 눈치가 보이고.. 게다가 아랫집 사람을 잘못 만나서 음악을 듣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아침 6시 반에 샤워하는 게 시끄럽다고 뭐라 하는 건, 그 사람이 비정상인게 확실한거죠? ㅎㅎㅎ)

결국에 차에서 음악이나 듣자싶어 나오면 그 소리가 그 소리가 아닙니다. 아무리 차량 구입 시에 고급 오디오 옵션을 집어넣었다 한들, 그 한계가 뻔합니다.

집에 있는 오디오에 만족하며 살았는데, 더 좋은 소리에 귀를 트이도록 도와주신 분이 가끔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ㅋㅋㅋ 덕분에 스피커를 선물로 받았지만 아직 마음놓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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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도 유난히 추워서 아침에 나와보면 차 전체가 꽁꽁 얼어있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마치 냉동실에 차를 넣었다가 꺼낸 것 마냥 새하얗게 더덕지가 앉아있습니다. 아침 7시 경에 햇빛이 없는 것도 우울한데 얼음으로 뒤덮힌 차체를 보면 마음이 더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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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전용 워셔액을 쓰는 데도 유리창에 닿자마자 워셔액이 얼어버립니다. 영하 20도에도 견딘다는 나름 비싼 sona* 제품을 썼지만 무용 지물입니다. 아예 워셔액 노즐부터 막혀버립니다. (독일 제품에 대한 맹신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기대감은 있었을 때입니다). 이 때 장거리 운전 중이었는데 휴게소처럼 차를 정차할 수 있는 곳마다 차를 세워서 앞유리를 닦았습니다. 날이 많이 춥긴 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거 같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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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많이 추웠고 눈 또한 엄청나게 내렸던 지역을 다녀왔는데 차가 염화 칼슘으로 뒤덮혀버렸습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씻어내고 싶었지만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한참 머물러 있어서 저 상태로 꽤 다녔던 걸로 기억합니다. 볼 때마다 괜시리 미안하고 찝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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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저런 날씨에 내리막 길이 아닌 , 자력으로 180 가까운 (내비게이션 상으로는 175km/h) 속도를 찍어주는 자동차가 감사할 뿐입니다. 제원 상으로는 약 160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고속도가 높아진 차를 보니 막연히 신기하고 고마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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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로 쓰다보니 이런 눈길도 계속 달려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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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고스란히 다 맞아야 하고..

 

고생이 많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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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늘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유지해놓고 싶은데..

음.. 현실과 이상은 무엇이 되던지 일치할 수가 없군요.

(손에 물 안 묻히게 해줄께라며 이성에게 거짓말하는 것 같네요 ㅋㅋㅋㅋ)

 

 

 

 

평상시 시내 주행으로는 참 좋은데 (세금, 보험료 저렴하고 주차 공간 확보 쉽고)

문제는 출력이 부족하다보니(1200cc, 69마력) 계속 rpm만 올리고 기름은 더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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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물건입니다.

Abarth 500보다 더 비싼, 695 Trubito 입니다. 페라리 500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차가 계속 눈에 밟히는데 가격이 제 차 값의 3-4배 가량 합니다. 말 그대로 안습인거죠 ㅠ

일반적인 Abarth로 넘어가자니 1. 현재의 제 차를 팔고 2. 당시의 신차 값을 얹어줘야 3. 구매가 가능합니다.

 

깔끔하게 포기합니다.

싱글일 때 빨간색 3도어 타보는 걸로 족해.

차 없는 사람도 많아. 난 이미 과분한 생활을 하고 있는거야

라며 매일 위로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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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스틸 휠에 저 휠캡을 장착하려 수없이 생각도 해봤지만, 중앙부에 크롬 장식이 있다고 4개에 30만원이 넘는 걸 구입하기에는 무리수가 좀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저 간단한 용품조차 포기합니다. 크롬이 없는 일반 플라스틱 제품은 4개에 5만원이면 구입하거든요 ㅎㅎㅎ

다만 내년 겨울에는 아니, 올해 10월에는 스틸 휠 테두리에 장착하는 크롬 링을 부착해보려 합니다.

관련 용품을 장착하여 약 7개월 뒤에 다시 게시물 올리겠습니다 ^^

 

 

무엇이든 번쩍거리는 게 많으면 유치해보이고, 특히나 자동차는 크롬 장식이 배제될 수록 그 절제미는 극에 달합니다.

다만 클래식한 요소가 남아있는 차들은 크롬 장식이 무엇보다 잘 어울리겠죠.

그러다보니 제 차에도 나름의 번쩍이는 요소들을 채워주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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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고이 앞 번호판 지지대가 너무 지저분합니다. 플라스틱에 크롬 흉내를 낸 제품이라 도색이 벗겨내고 깨지고..

음.. 소모품이 아닌 제품이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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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바꿔줘야겠죠.

기존의 제품이 단종되어 다른 녀석을 뒤지고 뒤지다가 찾았는데..

번호판의 검은색 테두리를 감춰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뒷 번호판은 장착이 쉽지 않아보이므로,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4월 초 즈음에, 부활절이 지나고 돌아오는 첫 번째 주말부터 스노우 타이어를 뺄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작년에 앞 타이어 마모가 심해서 '봄이 오면 타이어 두 짝을 바꿔야겠다'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면 타이어값이 조금 오를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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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며칠 전에 주문했더랬죠 ㅋㅋㅋ

마치 신발을 새로 사놓고 집 안에서 며칠 동안 신어보며 느끼는 기분처럼 괜시리 기분 좋습니다.

더욱이 올해 6번째 주에 생산된 제품이라 왠지 신상 구매와 비슷한 심리적 효과가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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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완연한 봄이라 느끼기엔 이른 시기인 것 같습니다.

독일은 5월이 되어야 제대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에, 3월 그리고 4월은 속임수가 가득한 날씨라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네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씨야 그렇다쳐도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나마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라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야겠네요.

 

 

 

 

 

안전 운전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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