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맥스'에서는 자동차의 V8 엔진을 종교 수준으로 숭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매드 맥스'의 액션은 지나치게 거칠고 정제된 맛이 없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V8도 '힘은 세지만 출렁거리고 비효율적인' 느낌이라 그렇게 호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V8 엔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동차 영화가 아니라 전투기 영화인 '탑 건'이었습니다.

 





 

'탑 건'에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거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탐 크루즈, 전쟁 영화, 그리고 F-14 톰캣.

 

이야기거리로서 '탐 크루즈'는 젊은 시절 빛나는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레이 밴(ray-ban) 보잉 선글라스에 파일럿 점퍼와 가와사키 모터싸이클, F-14 톰캣과 어우러진 멋, 이 영화로 대스타가 되었다는 것 등일 테고

 

이야기거리로서 '전쟁 영화'는 '프로파간다'성에 관한 것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거리는 마지막 세번째 것, 바로 'F-14 톰 캣'입니다.

 

스토리, 의도(프로파간다), 영화 기법 같은 것은 다 제쳐 두고, 오로지 하나,

실존했던 '함상 전투기 F-14 톰캣'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는 이소룡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이소룡 영화에서 보는 것은 스토리, 영화 기법, 제작비 같은 것은 다 제쳐 두고 오직 하나, 이소룡의 근육과 액션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탑 건도 이소룡 영화도 CG 없는 F-14 톰캣·이소룡의 리얼 액션이라는 점, F-14 톰캣과 이소룡 모두 역대 전투기·액션 배우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F-14 톰캣과 이소룡은 각 영화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탑 건과 이소룡 영화(정무문)는 재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바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재개봉작을 관람한 또 하나의 영화는 2015년에 재개봉한 백투더퓨처2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영화인 '포드 v 페라리'는 최초 개봉 당시 연이어 세 번 관람하였습니다).

 







 

역대 전투기 중 가장 멋진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톰캣.
 

F-14 톰캣의 외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가변익 날개와 넓은 노즐 간격을 가진 쌍발 엔진(그리고 이로 인해 와이드한 형상의 동체)입니다.
 





 

가변익 날개는 좁은 항공모함에 많은 함재기를 탑재해야 하는 필요성과 더불어 저속과 고속 모두에서 높은 기동력을 발휘하기 위한 이유에서 채택된 것인데, 날개를 펼쳤을 때 와이드한 동체와 더불어 매우 거대한 부피감을 선사하는 요인입니다. F-14 톰캣의 실제 전장은 F-15 이글보다 약간 짧은데, 날개를 펼쳤을 때의 압도적인 부피감 때문에 육안상으로는 F-14 톰캣이 훨씬 커 보입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부피감은 탑 건의 모의 공중전 장면에서 가상 적기(어그레서)로 나온 A-4 스카이호크를 추격하는 톰캣의 모습을 '참새를 좇는 독수리'로 보이게 합니다.
 

탑건의 OST 중 하나인 'Mighty Wings'는 이러한 톰캣의 거대하고 강력한 날개와 너무나 잘 매치되는 노래입니다. 끝부분이 잘린 것처럼 뭉특하고 약간 짧아 보이는 이글의 날개에 비해 확실히 톰캣의 날개가 그 존재감이 강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Y0tPcIoIg
 



https://www.youtube.com/watch?v=PjHBC08e6uI

 


https://www.youtube.com/watch?v=1IC-fUPeBBw



https://www.youtube.com/watch?v=vVKlYpP1KEE




 






 

그리고 이것..
 

항공모함 발함 직전 최대추력으로 애프터 버너를 가동하는 모습에서 두드러지는 쌍발 엔진(비싼 항공유를 마구 태워 버리는 소비의 미학).
 

톰캣하면 바로 쌍발 엔진,
 

그것도 넓은 노즐 간격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결국에는 비싼 유지비 때문에 퇴역당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총력전을 펼치던 냉전시대에 절충이나 타협 없이 최고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효율성이나 경제성도 최고로 추구할 가치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노즐 간격을 넓게 설계한 이유는 와류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항상 비교되는 동시대의 F-15 이글의 노즐 간격이 좁은 것과 대비됩니다.
 

이렇게 넓은 노즐 간격 때문에 결국 톰캣의 동체는 매우 와이드한 형상을 띠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 거대한 두 개의 엔진과 얇고 납작한 기체가 대비되어 (특히 뒤에서 볼 때) '기체에 엔진이 달린 것이 아니라 거대한 두 개의 엔진에 기체가 매달린 느낌'을 주게 됩니다.



 



 

톰캣은 날개를 접었을 때도 넓은 엔진, 노즐 간격에서 비롯된 와이드 바디가 위압감을 줍니다.
 

항공모함 격납고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가는 톰캣의 모습은 '날개를 접고 둥지에 앉아 있는 독수리'를 연상시키고, 관제탑 옆을 플라이 바이(Fly-by)하는 톰캣의 모습은 날개를 접었음에도 넓은 노즐 간격에서 비롯된 와이드한 기체의 부피감이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전면에서 기체를 보아도 두 엔진 사이의 간격이 매우 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변익에는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엔진 사이에 미사일을 장착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추정됩니다. 공간 확보를 위해 엔진 안쪽 라인 자체도 하단으로 갈수록 약간 바깥으로 경사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각 엔진은 독립적으로 흡기, 배기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두 개의 엔진'이라는 직관적인 느낌을 줍니다.
 

영화에서 아이스맨이 미그기의 기관포에 톰캣의 오른쪽 엔진 부분이 피탄되었을 때 "We're hit in the right engine. I'm shutting it down"이라고 외치고, 이어서 왼쪽 엔진 노즐에서만 화염을 뿜으며 날아 가는 톰캣의 모습도 '엔진이 두 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지요.
 

또한 탑 건의 엔딩 장면은 두 대의 톰캣이 석양이 비치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 올라 비행하는 모습인데, 이 장면에서 쌍발 엔진의 두 노즐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화염이 나옵니다. 뒤에서 보는 시점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의 순서인데, 이것이야말로 '엔진이 두 개이다!'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아울러 위 장면에서는 두 대의 기체가 나란히 비행하면서 좌측으로 회전하는 배럴 롤(Barrel Roll) 기동을 하는데, 좌측에 있는 기체가 회전 중 우측 기체가 좌측 기체를 타고 넘어 크게 회전하자 우측 기체를 의식해 약간 멈췄다가 다시 회전하는 모션을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독립적으로 흡배기하는 엔진이 두 개'라는 직관적인 컨셉이 바로 자동차 V8 엔진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C63AMG 흡기(1).jpg
마스터님의 벤츠 W204 C63 AMG의 V8 6.2리터 M156 엔진






엔진에는 보통 직렬 4기통, 직렬 6기통, V6, V8, V12가 있습니다. 직렬 3기통, 직렬 5기통, V10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지요.
 

포니 엑셀 이후 국산차는 FF(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방식이 대세였기 때문에 본넷을 열면 항상 가로 배치 직렬 4기통 혹은 V6 엔진이 조수석쪽으로 치우쳐 배치되어 있는 모습(다만, 일본의 미쓰비시 차량을 그대로 복제하던 시절의 현대차는 우핸들 차량인 미쓰비시를 핸들만 좌측으로 옮기고 엔진룸은 그대로 복제하느라 결과적으로 엔진이 운전석쪽에 있었습니다)이었습니다. 그것도 엔진룸의 앞쪽으로 치우쳐 있었지요.
 

세로 배치 엔진은 FF임에도 세로 배치한 아카디아를 제외하고는 FR(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방식을 채택한 프린스나 포텐샤, 그 이후 엔터프라이즈, 체어맨 등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차들은 본넷을 열면 직렬 또는 V6 엔진이 엔진룸 정가운데에, 그리고 엔진룸 뒤쪽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아직 운전을 하지 않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엔진 레이아웃을 봐도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세로 배치 엔진이 눈에 들어 온 것은 10년 전 쯤 벤츠 W204 C200K의 본넷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가로 배치 직렬 4기통 엔진인 기아 T8D 엔진을 만지느라 본넷을 자주 열었고, 그 위치와 배열이 눈에 익은 상태에서 보게 된 벤츠 C200K의 세로 배치 직렬 4기통 엔진의 레이아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세로로 길게, 정가운데에, 후방으로 배치된 직렬 4기통의 모습은 이색적이면서 뭔가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t8d 엔진.jpg
하이캠과 흡배기 튜닝에 눈을 뜨게 해 준 세피아 1.8의 T8D 엔진. FF 차량인지라 엔진이 조수석쪽으로 치우친 가로배치인데다 휠하우스가 엔진룸 뒤쪽에 위치하고 있음(결과적으로 앞이 무거운 세팅)



 

W204 C200K 엔진룸.jpg

벤츠 W204 C200K의 1.8 수퍼차져 엔진. FR 차량인지라 엔진이 엔진룸 정가운데에 놓인 세로배치인데다 엔진룸 뒤쪽에 위치하고 있음. 휠하우스는 FF 차량에 비해 앞쪽에 위치.

 




 

경량에 1.8 하이캠 엔진, 그리고 코일 오버 서스펜션에 네오바 타이어를 장착한 세피아 1.8이 벤츠 C200K보다 훨씬 재미있는 차였지만, 세로 배치 엔진의 FR은 짧은 회전반경과 전후 밸런스, 고속 안정감(이건 벤츠라서 더더욱)이라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었습니다. 비에 젖은 미끄러운 바닥의 공터에서 ESP를 끄고 핸들을 감은 채 약간의 엑셀링만으로도 뒤를 날릴 수 있는 것,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에서 ESP를 켠 상태에서는 지속적으로 동력 차단·연결이 반복되어 풀엑셀에도 차가 제자리에 있는 것(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도 FR의 특성이었습니다.



 



세피아 1.8 & 벤츠 C200K.jpg

약 4년간 지속되었던 세피아 1.8 하이캠(듀레이션 256도)과 벤츠 1.8 콤프레써(수퍼차져)의 조합


 





 

이렇게 자동차의 엔진룸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 오게 된 이후에 톰캣의 쌍발 엔진에 매료되다 보니 자연적으로 엔진 두개를 붙여 만든 V형 엔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V형 엔진도 가로 배치와 세로 배치가 있는데, 가로 배치 V형 엔진은 두 개의 엔진이 좌우가 아닌 앞뒤로 나란히 있고 배기 매니폴드도 앞뒤의 각 뱅크에서 각각 나오게 되어 좌우대칭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예컨대 가로 배치 V6 엔진이 장착된 투스카니 엘리사의 경우 앞뒤의 각 뱅크에 연결된 매니폴드가 1번 파이프에서 복잡한 형상으로 합류한 후 한 개의 중통이 뒤로 뻗어 나가다가 엔드 머플러 근처에 가서 배기관이 좌우 양쪽으로 갈라지는 형태라서 '두 개의 엔진의 좌우대칭'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엔진 위치 자체가 조수석쪽으로 치우쳐 있는 점도 좌우대칭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투스카니 엘리사 하이캠 차량(일명 '캠리사')의 사운드가 페라리 사운드와 흡사하며, 탑기어에서 칭찬한 차량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가로배치 V6 엔진은 '톰캣의 쌍발 엔진같은 좌우대칭'이라는 관점에서는 부족합니다.
 

반면, 세로 배치 V형 엔진의 경우 두 개의 엔진이 좌우로 나란히 있고 배기 매니폴드도 좌우 양쪽으로 각각 나와 연결된 두 개의 중통이 간격을 두고 죄우대칭을 이루며 엔드 머플러쪽까지 쭉 뻗어 있습니다.


 

e39 m5 순정 배기.jpg

세로 배치 V8 엔진의 좌우에서 나온 매니폴드 이후 1번 파이프부터 엔드 머플러까지 두 개의 배기 라인이 대칭을 이루는 BMW E39 M5의 순정 배기라인



 

e39 m5 배기 뒷부분 사진(2).jpg

BMW E39 M5의 순정 배기 뒷부분 사진. Y자 레조네이터의 좌우 소음기 형상과 좌우 배기 파이프의 형상이 완벽한 대칭은 아닌 것, 두 개의 독립 라인으로 이어져 오던 배기가 H파이핑 구간에서 합류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





 

결국 톰캣의 쌍발 엔진처럼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세로 배치 V형 엔진임은 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로배치의 경우 엔진이 조수석쪽에 쏠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세로 배치의 경우 엔진룸 정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지요.
 

그리고 세로 배치 V형 엔진 중에서도 직렬 3기통 엔진 두 개를 붙여 만든 V6나 직렬 6기통 엔진 두 개를 붙여 만든 V12의 경우 직렬 3기통 엔진이나 직렬 6기통 엔진이 흔히 사용되는 엔진은 아니라서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이 덜하고, 흔히 사용되는 직렬 4기통 엔진 두 개를 붙여 만든 V8이 가장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전투기의 쌍발 엔진에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것은 '세로 배치 V8'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투기의 쌍발 엔진처럼 '완전히 독립적으로 흡배기하는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에 집착하다 보면 세로 배치 V8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V8은 한두가지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
 

우선 V8이라 하더라도 머스탱, 카마로처럼 흡기관이 하나인 경우에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흡배기하는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을 살리지 못합니다.
 

다음으로 흡기관이 두개이더라도 직선으로 뻗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역시 전투기의 쌍발 엔진같은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전투기의 쌍발 엔진은 흡기부터 배기까지 완전히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e39 m5 엔진룸(가).jpg

듀얼 흡기이긴 하지만, 흡기관이 직선이 아니라 90도로 꺾여 있는데다 맞바람을 직선으로 빨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으로부터 빨아 올리는 타입인 BMW E39 M5의 V8 5.0 엔진(S62 엔진) 흡기라인. 게다가 듀얼 흡기에서 각각 흡입된 공기는 허무하게도 결국 하나의 써지탱크에서 합류하게 됨. 






흡기관 탈거 사진.jpg

듀얼 흡기관을 탈거한 모습






플레넘 덮개 탈거 사진.jpg

플레넘(plenum) 덮개를 탈거한 모습. 8개의 독립스로틀에 연결된, 길고 구불거리는 형상의 8개의 깔때기(funnel)가 드러난 모습 





깔때기 탈거 사진.jpg

8개의 독립 스로틀에 연결된 8개의 깔때기(funnel)를 탈거한 모습. 플레넘(plenum)이 뱅크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듀얼 흡기로 각각 들어 온 공기가 결국 하나의 플레넘(plenum)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음, 












'전투기의 쌍발 엔진처럼 완전히 독립적으로 직선으로 흡배기하는 두 개의 엔진' 느낌을 내는 자동차 엔진을 찾다 보면 결국 M156 엔진에 시선이 멈추게 됩니다.




 

C63AMG 흡기(2).jpg

두 개의 흡기구를 통해 맞바람을 직선으로 빨아 들이는 형상을 가진 벤츠 W204 C63 AMG의 V8 6.2리터 엔진(M156 엔진) 흡기구







C63AMG 흡기(좌).jpg





 

C63AMG 흡기(우).jpg






 

그러나 위와 같이 두 개의 흡기관으로 빨아 들인 공기가 결국 하나의 써지 탱크 안에서 만난다는 사실, 그리고 써지탱크 뒤쪽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역시 '완전히 독립적으로, 그리고 앞에서 뒤로 흡배기하는 두 개의 제트 엔진' 느낌이 사그라 듭니다.





 

C63AMG 흡기(1).jpg

두 개의 흡기구를 통해 직선으로 빨아 들인 공기는 써지탱크 뒤쪽에서 합류하게 되고, 이층으로 나뉘어진 써지탱크의 격벽에 있는 두 개의 대형 쓰로틀바디를 통해 실린더 흡기포트로 흡입되는 구조. 결국 듀얼 흡기를 통해 각각 직선으로 빨아들인 두 공기가 뒤쪽에서 합류한 후 아래로 흐르는 구조임.

 



 

계속 찾다 보면 BMW E60 M5의 V10 엔진(S85 엔진)에도 시선이 고정됩니다.
 

왜냐하면 각 뱅크가 독립된 써지탱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두 엔진마다 독립적인 흡기'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e60 m5 흡기.jpg

각 뱅크마다 독립된 써지탱크를 가지고 있는 BMW E60 M5. 벤츠 W204 C63 AMG와 달리 각 흡기관을 통해 흡입된 공기가 합류하지 않아서, 그야말로 '리얼' '두 개의 엔진'이라는 느낌임.




 

그렇지만 E60 M5의 흡기관은 직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되어 있고, 맞바람을 직선으로 빨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으로부터 빨아 올리는 타입이라 역시 뭔가 부족합니다.




 

e60 m5 흡기(좌).jpg

흡기관이 사선으로 되어 있고, 아래쪽에서 공기를 빨아 올리는 스타일이라서, 톰캣의 제트 엔진 느낌이 나지 않음




 

e60 m5 흡기(우).jpg

 




 




그냥 외관만 보았을 때는 W204 C63AMG가 좀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직선으로 흡배기하는 두 개의 엔진' 느낌에 가깝습니다.


 




 

흡기 다음은 배기인데, 대부분의 세로 배치 V8은 중통 끝부분까지 유사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즉, 좌우 각 뱅크마다 독립된 배기 매니로부터 다운 파이프가 이어지고, 이후 중통이 시원하게 일자로 쭉 뻗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H 파이핑이나 X 파이핑 구간에서 중통이 합류하지만, 외관상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e39 m5 순정 배기.jpg

거의 좌우대칭의 모습을 보여 주는 BMW E39 M5의 배기라인


 



 

문제는 엔드 머플러입니다.
 

톰캣은 넓은 노즐 간격이 트레이드 마크인데, 자동차의 세로 배치 V8 엔진의 엔드 머플러는 간격이 넓은 경우도 있고 좁은 경우도 있고 심지어 가운데 몰려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톰캣의 느낌을 좋아 한다면 엔드 간격은 넓어야 합니다.
 


 

E39 M5는 엔드 머플러의 소음기가 네 개이고 바깥쪽 엔드 팁을 안쪽으로 구부려 안쪽 팁과 나란히 배열되게 한 디자인이라 시각적으로 좌우의 엔드 머플러 간격이 좁아 보입니다.



 

e39 m5 배기 뒷부분 사진(1).jpg

E39 M5의 순정 배기 뒷부분 사진. 엔드 머플러의 소음기가 네 개이고, 바깥쪽 소음기에 붙어 있는 팁을 안쪽으로 구부려서 안쪽의 팁과 나란히 배열한 디자인.





 


e39 m5 엔드 간격(가).jpg

위와 같은 팁 디자인 때문에 결과적으로 E39 M5의 좌우 엔드 머플러 간격은 좁아 보이게 됨




 

엔드 머플러 팁.jpg

아랫쪽에서 본 E39 M5 엔드 머플러의 모습









 

E60 M5도 E39 M5보다는 엔드 머플러 간격이 넓지만, W204 C63 AMG에 비하면 좁은 편입니다. 왜냐하면 E39 M5와 같이 소음기가 네 개인데, E39 M5와는 달리 안쪽 팁은 바깥쪽으로, 바깥쪽 팁은 안쪽으로 구부려서 팁을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E39 M5보다는 머플러 간격이 넓어 보이도록 배열하였지만, W204 C63 AMG에 비해 다소 차체 중앙쪽으로 배치된 소음기의 위치를 알고 나서 보면 W204 C63 AMG보다 머플러 간격이 좁아 보입니다.






e60 m5 배기(가).jpg

마스터님의 E60 M5의 엔드 머플러 간격





 


e60 m5 배기(좌)(가).jpg





 


e60 m5 배기(우).jpg







 

반면 벤츠 W204 C63 AMG는 좌우 각각 두개의 소음기를 가진 E39 M5, E60 M5와 달리 좌우 각각 하나의 소음기에 트윈 팁을 장착한 형태이고, 엔드 머플러 소음기가 차체 좌우 양끝단에 위치해 있어서 엔드 머플러 간격이 넓어 보이는 디자인입니다.



 

C63AMG 배기(가).jpg

마스터님의 W204 C63 AMG의 엔드 머플러 간격



 



C63AMG 배기(좌).jpg




 

 

C63AMG 배기(우).jpg

 

 




 

한편 BMW M3는 전통적으로 엔드 머플러 팁 간격이 좁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직렬 6기통 엔진을 가진 E46 M3 뿐 아니라 세로 배치 V8 엔진을 가지고 있는 E92 M3도 마찬가지입니다.
 

E46 M3의 경우 V6가 아닌 직렬 6기통인 탓에 배기 매니폴드가 조수석쪽으로 몰려 있어서 배기라인이 좌우대칭이 아닌데, 대형의 엔드 머플러 소음기를 중앙에 가로로 두고 여기에 트윈 듀얼 팁을 장착한 형태입니다. 대형 소음기를 가로로 두고 공유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팁 간격이 넓을 수가 없습니다.
 

E92 M3의 경우 앞에서부터 독립적으로 좌우 양쪽으로 뻗어 나온 중통이 E46 M3처럼 가운데 있는 커다란 하나의 가로형 소음기를 공유하는 스타일입니다. 독립적으로 잘 뻗어 오던 중통이 엔드 머플러에 이르러 하나의 소음기에 연결됨으로써 결국 '독립 배기'라는 느낌이 사라지게 됩니다. 위와 같은 소음기 디자인상 역시 팁 간격이 넓을 수가 없습니다.





 

후면만 보았을 때 톰캣 느낌을 주는 것은 와이드 바디와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를 받치고 있는 수직 윙, 넓은 머플러 간격을 가진 페라리 F50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F50은 V12이고, V8 중에서 찾아 본다면 F40도 와이드 바디와 수직 윙을 가지고 있어서 역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엔드 머플러가 가운데 몰린 스타일이어서 역시 부족합니다.



 



 

결국, 모든 차를 다 살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러저리 둘러 보아도 완벽하게 톰 캣의 쌍발 엔진 느낌을 내는 차를 찾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애초에 구조가 다른 제트 엔진과 자동차의 피스톤을 가진 엔진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대한 두 개의 엔진', '직선형의 독립·듀얼 흡기라인', '좌우 대칭의 배기 라인', '넓은 엔드 머플러 간격'의 조건을 갖춘 차를 계속 찾아 보게 됩니다.
 

그만큼 톰캣의 자태가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항공모함 발함 직전 최대추력으로 애프터 버너를 가동하는 톰캣의 두 노즐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엔진은 두 개여야 한다."











PS. M3의 엔드 머플러 소음기가 중앙에 가로로 놓인 이유는 산 속을 달려야 하는 호랑이(BMW) 특성상 와인딩 로드의 코너링시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조금이라도 차체 중앙쪽으로 배치해 놓으려고 한 의도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E36 M3 시절부터 4기통을 버리고 6기통을 채택하면서 전후 무게배분을 맞추기 위해 엔드 머플러 무게를 늘려야 했는데, 뒷부분의 무게를 늘리더라도 차체 좌우 가장자리가 아니라 최대한 차체 중앙쪽으로 무게를 몰아 놓으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M3의 엔드 머플러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E39 M5의 엔드 머플러가 매우 무겁고, 이는 전후 무게 배분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M3의 경우를 추정해 본 것입니다.


E60 M5의 엔드 머플러 소음기는 안쪽 소음기가 바깥쪽 소음기보다 크고, 전체적으로 W204 C63 AMG 보다 차체 중앙쪽으로 몰려 있는데, 이것도 무게중심을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몰아 놓으려고 한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탁 트인 초원을 달리는 사자(벤츠)는 이런 문제 따위는 괘념치 않는 것 같습니다.    
W204 C63 AMG의 엔드 머플러는 차체 좌우 양 끝단에 달려 있으니 말입니다.








PS. BMW의 설계의도가 위와 같은 제 추정과 같다면, BMW M의 엔드 머플러 튜닝은 설계시 의도한 무게중심과 밸런스를 흩뜨리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E39 M5의 경우 머플러 딜리트나 애프터 마켓 엔드로의 교환은 운동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순정 개조(일명 '배따기')가 운동특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사운드를 조금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PS. 맞바람을 직선으로 빨아 들이는 형상의 흡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톰캣의 영향 뿐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도 큰 이유입니다. 위 세피아 1.8 사진은 유리섬유로 수제작한 대형 흡기박스와 오픈 흡기, 커스텀 알루미늄 흡기관 세팅 시절의 사진인데, 이후 크레도스 흡기덕트를 라디에이터 서포트 위에 장착한 후 그 흡기덕트를 위 흡기박스 윗 부분에 연결하여 듀얼흡기(아래쪽에서 빨아 들이는 기존 흡기와 크레도스 흡기덕트로 맞바람을 빨아 들이는 흡기의 듀얼 흡기)를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느낌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과급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과급은 엔진 회전수를 올려 부스트압이 차면서 펀치력이 느껴지지만, 맞바람을 빨아 들이는 흡기는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서 펀치력이 강해졌습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맞바람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었죠.

다만 크레도스 흡기덕트는 맞바람을 빨아 들인 이후의 경로가 직선적이지 못했습니다.
레이스에 출전하신 분들은 세피아의 헤드라이트 한쪽을 떼어 내고 맞바람을 오픈 흡기를 통해 직선으로 빨아들이기도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