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https://www.testdrive.or.kr/boards/4148976) 이후 저알피엠 엑셀 웤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V8(E39 M5)을 연주해 본 소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난번 글 내용 중 일부 수정할 사항이 있습니다.


 

“2천 알피엠 부근까지는 사운드가 약하고, 3천 알피엠 부근부터 4천 알피엠 사이에서 푸롸롸락~’하는 사운드가 터져 나오며, 엑셀을 좀 더 밟으면 도도도도~’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4천 알피엠을 넘겨서 더 높은 회전수를 쓰면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줄어 들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집니다.”“1,500 알피엠 부근부터 3천 알피엠 사이에서 푸롸롸락~’하는 사운드가 터져 나오고, 3천 알피엠 이상에서는 도도도도~’로 변합니다. 4천 알피엠을 넘겨서 더 높은 회전수를 쓰면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줄어 들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집니다.”로 수정합니다.


 

TRS 인스펙션 결과 및 지난 글에 대한 강지현님의 댓글을 참고 삼아 저알피엠에서의 엑셀 웤에 약간 더 신경 쓰면서 알피엠 게이지를 유심히 보니, 31,500 알피엠에서 약간의 엑셀 온만으로 업힐 주행이 가능하고, 이 때부터 푸롸롸락~’ 사운드가 터져 나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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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은 기어비가 높아서 헤어핀에서 많이 감속했을 때 이외에는 잘 넣지 않게 되는데, 31,500 알피엠만으로 언덕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V8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물론 위 상황은 스포츠 주행이 아니라 규정 속도 내에서 사운드를 즐기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V8의 중저회전 사운드와 비트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원래 저는 저배기량 고회전 엔진(혼다 S2000, BMW E46 M3, 페라리 F355 )에 관심이 많았고, V8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F355V8이긴 하나, V8같지 않은 V8이라 생각합니다).


 

V8에 대해서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메리칸 V8과 벤츠로부터 각인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차종이 전통적으로 V8의 대명사였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V8의 경우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카체이스 씬에서 흔히 보여 준 모습 ‘V8 경찰차가 교차로의 90도 코너에서 마치 차가 전복될 것처럼 롤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을 훤히 다 드러낸 채 코너 바깥으로 차 전체가 미끄러지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때 꼭 휠 캡이 하나 떨어져 나갑니다. 여기서 그 휠 캡은 알루미늄 휠의 휠 허브에 씌우는 휠 캡이 아니라 스틸 휠 전체를 씌운 휠 캡입니다.)’- 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영화 불릿에서도 V8 머스탱과 V8 차져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마찬가지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이 때 V8의 액션은 저음의 엔진·배기음과 허둥대는 차체 및 휠스핀을 일으키는 타이어로 인해 비효율’, ‘힘은 세지만 빠르지는 않은이미지가 각인되게 되었습니다.


 

이는 영화 로닌에 나오는 아우디 D2 S8이나 트랜스포터에 나오는 BMW E38 735i 등 유러피언 스포츠세단의 액션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해 보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D2 S8이나 E38 735iV8이라는 사실인데, 아우디나 BMW는 아메리칸 머슬처럼 V8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제게 V8비효율’, ‘힘은 세지만 빠르지는 않은이미지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일쇼크와 환경규제 이후의 아메리칸 머슬 엔진의 형편없는 배기량 대비 출력도 이러한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는 아메리칸 V8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헤리티지를 존중합니다. 일례로 머스탱이 전통적으로 채택했던 리지드 액슬도 드래그 레이스에서 강점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고, 미국의 도로환경 직선이 많고 진입가속과 장거리 크루징이 중요한 환경 을 생각하면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보다 좀 더 윗세대라면, 포드 GT40이 르망 24시에서 페라리를 제압한 일이나 오일 쇼크·환경규제 이전 아메리칸 머슬의 엄청난 출력을 겪었으니 아메리칸 V8에 대해 저와 다른 이미지를 가졌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제 청년기가 아메리칸 V8의 침체기였던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벤츠의 경우에는 좀 다른데, V8 벤츠는 고속도로(아우토반)의 왕이었지만, 전통적으로 벤츠의 양산 세단은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여전히 V8스포티하게 빠르다는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이 저배기량 고회전 엔진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소에 고알피엠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썼고, ‘저알피엠고알피엠 출력을 위해 저알피엠 출력은 좀 희생해도 된다라는 표현에서나 쓰는 정도였으며, ‘중알피엠이라는 표현은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3천 알피엠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던 차에 중알피엠이라는 표현을 처음 써 본 것입니다. 이제까지 3천 알피엠은 고회전을 쓰기 위해 쉬프트 다운하면서 스킵해 버리는 영역이었지 그 사운드를 연주하면서 즐기는 영역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웬만하면 쉬프트 다운 없이 그대로 밀어 붙여도 가속이 되는 V8에 대해 이럴 거면 뭐 하러 수동 미션을 채택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레브매칭에 이은 쉬프트 다운이 수동 미션 운전의 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매번 가속할 때마다 분주히 변속하는 것은 V8에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물려 있는 단수 그대로 밀어 붙여도 충분하고, 꼭 필요할 경우에만 한 두번 쉬프트 다운을 하는 것이 V8의 매력으로 보입니다.


 

(추후에 ‘V8 비쥬얼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개인적으로 V8의 모티브가 된 영화 탑 건에서의 F-14 ‘톰 캣도 발함할 때나 도그 파이트 중 급박한 순간에 급기동을 할 때 잠깐 쓰는 것 외에는 애프터 버너를 잘 사용하지 않고, 항상 당당한 체구의 기체로 크루징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 주었습니다.


 

영화 탑 건에서 쉬프트 다운하여 풀 가속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는 초음속으로 날아 가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의 실전 도그 파이트 씬에서 아이스맨의 도움 요청을 받은 매버릭이 항공모함에서 발함한 후 전투 현장까지 초음속으로 날아 가는 장면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의 상황을 좀 더 살펴 보면, 당시 Navy Fighter Weapons School 성적 NO.1이었던 아이스맨은 윙맨 할리우드와 함께 미그(MiG)기와 대치하는 실전 상황(The Real Thing)에 투입되었고, ‘매버릭은 항공모함 갑판에서 지원 출격을 대기(Alert Five)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전 교전 중 윙맨 할리우드가 격추되고 아이스맨이 혼자서 5기의 적기에 둘러 싸여 위기에 빠지게 되자, 갑판에서 지원 대기 중이던 매버릭‘Launch’(출격)‘Engage’(적과의 교전)를 명령받습니다. 이에 매버릭은 발함한 후(“Maverick’s airbone.”), “Maverick is supersonic. I’ll be there in thirty seconds.”라고 말하며 실전 도그 파이트 현장까지 초음속으로 날아갑니다.



'매버릭'은
이미 아이스맨이 다급한 상황에 있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초음속으로 날아간 것인데, ‘아이스맨매버릭의 위 말을 듣고도 다급한 목소리로 “Move your ass! Get up here! I’m engaged with five. Repeat, five. I’m in deep shit!”라며 또다시 지원을 재촉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평소처럼 애프터 버너를 잠깐 쓰는 것이 아니라, 도그 파이트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그리고 써야만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 장면이 바로 꼭 필요할 때 한번 쉬프트 다운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저배기량 고회전 엔진은 고회전에서 캠섀프트가 맹렬히 회전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반해 V8은 고회전에서도 (비트 간격이 줄어들지라도) 여전히 비트가 느껴지다 보니 캠섀프트가 맹렬히 회전한다고 하기 보다는 양 뱅크에서 교대로 망치(피스톤)로 좀 빨리 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악기로 치면 드럼을 빠르게 친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V8의 고회전을 쓸 경우 ....’의 비트 간격이 줄어 들어 궁극에는 ----’ 식의 연속음으로 변한다고 하였는데, 사실 완벽한 연속음은 되지 못하고 여전히 미세한 비트 간격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V8은 비트가 어느 회전 영역에서나 남아 있기 때문에, 적정한 박자를 즐길 수 있는 저회전이 고회전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비유하자면 체어맨의 실키 식스(직렬 6기통)의 경우 고회전까지 가는 과정이 정성껏 곱게 갈아 놓은 먹물을 듬뿍 묻힌 붓으로 부드럽고 질 좋은 한지에 가볍게 쭉 일()자를 긋는느낌이라면, V8도트 프린터로 선을 그리는느낌입니다. 전자는 질감이 아주 매끄럽고, 선도 완벽하게 연속적인 선이지만, 후자는 선을 긋는 과정에서 비트가 느껴지고, 선도 점이 이어진 것일 뿐 매끈한 선은 아닙니다.


 

이상은 E39 M5 순정배기로 느낀 엔진·배기음이며, 배기 튜닝을 할 경우에는 좀 다른 음색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