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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가 처음으로 국내 판매량 점유율 1%를 마크했던 해는 2002년이었습니다.
지금의 수입차 판매율은 12~15%에 육박하니 그 당시의 수입차를 마주치는 비율은 이미 팔려 돌아다니는 차량의 숫자가 지금의 수십분의 일에 지나지 않아 수입차는 제법 눈에 띄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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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단일 모델들의 판매가 늘어나 최근 10년내 나온 수입차들은 매물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20년전에 나온 모델들에 비해 몇 배에서 몇십배 더 많습니다.

2004년식 R230 SL600이 당시에 얼마나 귀한 차였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최신형 SL모델들과 희소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아 정말 좋은 차를 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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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신형 차들의 대형 모니터와 강력한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감안하면 영타이머 영역의 차량들은 철저히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조작이 직관적입니다.
터치로 바뀐 버튼 아닌 버튼에 손을 댈 때의 어색함과 명확하지 않은 작동감은 분명 참으로 정내미 떨어지는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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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운 비례감은 디자인의 황제였던 스티브 잡스가 R230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통해 너무나 쉽게 입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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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SL이 비례감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크게 얼굴을 디자인하고 오버행이 극도로 길어져 휠베이스와의 비례감이 완전히 무너진 것을 생각하면 R230의 디자인은 정말 어느 각도에서 봐도 멋지고 비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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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말킬로도 타지 않은 차라면 그 존재감은 몇십배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런 극상의 컨디션을 가진 SL600을 경험할 수 있음은 최신형 차를 시승하는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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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20 S600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유닛인 5.5리터 트윈터보 V12엔진은 500마력을 마크하는데, SL에 올려지면서 S600과는 다른 느낌의 추진력과 초반 발진 가속력을 보여주어 후륜타이어가 더 쉽게 휠스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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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컨셉의 수퍼 세단인 C5 RS6도 비례감과 디자인으로서는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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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곡선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와 완벽한 비례감으로 승화시켰고, 곡선이 직선보다 더 강렬하게 보이게 하는 마력을 RS6의 오버 휀더를 보면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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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벤츠 답게, 아우디는 아우디 답게 생겨 먹던 시절의 차량들은 초고성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을 뿐 비슷한 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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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에서의 안정성에서 최신형 수퍼 세단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만들어진 C5 RS6의 말도 안되는 고속주행 안정성은 아스팔트를 물어 뜯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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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가속력에서도 튜닝이 되어 있는 RS6는 300km/h가 너무나 쉬운 영역으로 넘나드는데 이러한 초고속에서의 자신감은 RS쪽이 AMG보다 우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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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대의 특별한 만남은 예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더 의미가 있었고, 함께 극강의 주행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서로가 가진 실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렇게 서 있는 모습으로도 존재감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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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벌어진 어깨와 어떠한 상황에서도 뒤집어질 수 없을만큼 땅을 강하게 쥐고 있는 인상을 감안하면 비단 풀타임 4륜과 후륜간의 차이로 치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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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차들의 디자인이 단정한 것보단 복잡하고 은근한 멋과 감춰진 포스보다는 과격한 디테일링으로 바뀌는 추세라
SL600의 사이드에 붙은 V12나 RS6의 눈에 띌듯 말듯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RS6 뱃지를 제외하면 초고성능의 단서를 찾기 힘든 이당시의 디자인 철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최근 10년내 나온 어떠한 차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2000년대 초반의 차량 중 스페셜한 차들은 그 희소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차가 많습니다.

단순히 돈으로만 살 수 없는, 끈질긴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가능한 만남, 그리고 이보다 훨씬 어려운 소유의 과정을 관통할 때의 모든 순간의 설레임이 차를 손에 쥐었을 때의 희열을 증폭시킵니다.

제발 바라건데 이런 희소한 차량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관리되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차에 대한 몰이해로 차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트리지 않길, 그저 투자 목적이라는 이유로 타지도 않고 쳐박아두질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인만큼 정기적으로 그 성능이 발휘되게 기회를 부여한 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세월이 흘렀을 때 차 상태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명차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방식과 요령에 대한 이해도 저변화되어 귀한차들이 아예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