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엔진의 정의를 한마디로 내리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방향에서 엔진을 바라보았느냐에 따라 좋은 엔진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잘만들어진 스포츠카의 고성능 엔진, 연비 효율이 뛰어난 디젤엔진, 예술의 경지에 있는 수퍼카 엔진...

하지만 이번에 언급하고 싶은 엔진은 세월을 머금고도 정말 좋은 회전질감과 훌륭한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 엔진으로 한정할 까 합니다.

엔진을 기계의 한종류로 봤을 때 동일하게 설계되었고, 동일한 시스템, 즉 동일한 교육을 받은 인력, 동일한 장비 내지는 설비내에서 조립된 엔진은 동일한 성능을 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즉 오래되었어도 일반적인 진단상 문제가 없는 경우 각각 다른 환경에서 사용되었던 엔진들은 모두 같은 성능을 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진단장비를 통해 ECU와 통신하는 모든 센서들이 정상작동하고, 각각의 실린더가 정확히 동일한 압축압력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차의 성능이 다른 경우를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이렇게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달려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의 전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좀 난해할 수 있습니다만 엔진이 스스로 진화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분명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엔진이 스스로 더 좋아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는 분명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완간미드나잇의 전설의 튜너 키타미상은 하드웨어 튜닝으로 대가로 나옵니다.
이 튜너가 블랙버드라고 불리는 964터보의 엔진을 튜닝하기전 오버홀할 때 엔진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놀랄 정도로 길이 잘 든 상태였다는 표현을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엔진의 어떤 한부분을 보고 엔진이 길이 잘 든 엔진임을 판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이 튜너는 이차를 직간접적으로 여러번 엄청난 가혹조건의 운행을 통해서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그간 경험한 각종 경험치와 엔진내부의 흠결이 없음을 토대로 이런 평가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전 매년 적게는 120대, 많게는 180~200대의 차량을 시승합니다.
동일한 차종인 경우를 예를 들자면 제가 시승한 W220 S600의 숫자는 15대, E92 M3는 18대 정도가 되는데, 10대 이상을 시승한 차종도 셀 수 없이 많아 100종은 넘을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몇 종의 차량은 60->160km/h가속테스트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조건과 외기온도 그리고 튜닝여부등을 따지면 이런 이야기들로 책 몇권을 낼 정도로 많은 실질적인 주행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은 엔진으로 정말 쳐주는 엔진은 10만킬로가 넘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관리가 잘되었고, 오너의 좋은 운전습관과 정기적인 관리, 그리고 최고성능을 발휘하는 적당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엔진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엔진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엔진을 오래동안 관리했던 오너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는 경험 등등 나름의 노력은 결국 좋은 엔진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동일한 차종을 두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 비교를 해보면 분명 엔진은 세월이 흘러 주행거리가 쌓이면 엔진의 느낌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성능으로도 보여지는 경우도 있고, 엔진의 질감이 정말 좋은 쪽과 더 좋은 경우에 대한 부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92 M3의 경우 4만킬로 탄 엔진과 길이 잘든 10만킬로대의 엔진이 60-160km/h가속이 1초가 넘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정성적인 방법으로는 두 엔진의 성능차이가 날 단서를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킬로수가 짧은 엔진이 더 느릴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잘못된 운전습관과 체계적이지 않은 관리하에 좋은 엔진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 운전하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특히 수동변속기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높은 회전수를 사용하는 빈도와 엔진에 걸리는 부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과 엔진이 느끼는 피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운전은 엔진의 스트레스를 적게 주면서 좋아하는 영역을 잘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엔진 내 연소 효율을 높여 엔진이 덜 오염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엔진이 덜 오염되어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작동하고 엔진이 정밀하게 설계된 그 범위내에서만 움직이면 이상마모에 대한 부담이 줄게되니 좋은 성능을 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25만킬로가 넘은 B5 RS4의 엔진이나 50만킬로를 넘게 탄 E32 730i의 엔진은 정말로 뼛속 깊이 기억에 남는 엔진 들 중 탑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엔진이 돌 때 좋은 소리를 내고 매끈한 회전질감과 경쾌한 성능을 발휘해 줄 때 이를 만끽하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세상에 많은 엔진들이 있겠지만 유독 이렇게 좋은 엔진이란 타이틀을 주고 싶은 맘이 들 때 그 타이틀은 결국 그 엔진을 가장 오래 사용했고 소유했던 오너에게 돌아가야할 몫이겠지요.

오래 소유한 애마들이 분명 더 좋아지는 느낌이 들 때 차를 운송수단으로서이건 취미로서이건 엔진 하나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명이 없지만 생명이 있는, 이런 엔진은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속에서 결코 초라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