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폭스바겐이 페이톤을 유럽에서 출시한 것은 2002년입니다. 제가 당시 폭스바겐, 아우디의 수입원에서 일을 시작하던때였는데, 페이톤과 투아렉을 만들어 폭스바겐이 럭셔리 세그먼트를 갖춘 브랜드가 된 것은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한국에는 2005년 폭스바겐 코리아가 출범하면서 페이톤이 가을부터 출시되었는데, 저는 이보다 1년 먼저 대만에서 처음으로 페이톤을 시승했던 적이 있습니다.

 

2005년 초창기에는 가솔린 V6 3.2 240마력 노말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 그리고 W12 6.0 420마력 사양이 출시되었고, 조금 후 V6 3.0 TDI 225마력사양이 출시되었지요.

 

이때부터 전모델을 아주 찐하게 경험했고, 극한의 테스트는 물론 태백 서킷에서 모든 모델을 각각 30랩 이상 돌았고, TDI는 50랩이상 W12도 40랩 가까이 달렸습니다.

 

그래서 페이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다양한 비교테스트는 물론 연식이 업그레이드되고 바뀐 모델들에 대한 디테일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W12는 2006년식부터 4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V6 TDI는 231마력과 240마력으로 두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2.jpg

V6 3.0 TDI로 250km/h를 달린 것이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량으로 250km/h를 경험한 첫번째였습니다.

그정도 속도를 달려봐야 페이톤의 진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속으로 속도를 올리면 올릴 수록 그 가치는 점점 더 커진다고 봅니다.

노말 휠 베이스 모델이 2.2톤 정도 되는데, 태백 서킷에서 4명 탑승하고 30랩을 달려도 브레이크 페이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페이톤이 가진 기계적인 기본기는 현재에도 마스터피스라는 타이틀로 손색이 없는 차입니다.

 

3.jpg

 

3-1.jpg

V6 TDI모델이 주력이 되면서 가솔린 3.2모델은 찬밥 신세가 되었습니다만 240마력의 VR6엔진을 탑재한 페이톤 3.2도 고속도로에서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롱휠베이스 모델로도 240km/h를 어렵지 않게 마크하고 제법 빨리 달려도 연비가 아주 좋았던 기억입니다.

 

무겁기 때문에 초반 스타트가 굼뜨고 시가지 주행에서 순발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속주행을 많이 하는 주행 패턴이라면 디젤보다 스포티한 엔진 특성 때문에 만족도가 큽니다.

 

4.jpg

 

5.jpg

V8 4.2 340마력 사양이 가장 나중에 투입되었는데, 위의 사진은 출시 이전에 1호로 번호판을 단 시승차를 PDI에서 내리자마자 테스트했을 때의 사진입니다.

8기통 4.2의 사운드는 정말 좋아서 뒷좌석에서 배기음이 정말 기분좋게 들어왔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싫어할거라는 지적으로 뒷선반 부근에 방음작업을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작업을 했던 분들 말로는 트렁크에서 뒷선반을 통해 일부러 배기음이 유입되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하는데, 이런 통로를 막는 작업은 참으로 아쉬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기 전의 차는 정말 기함이지만 사운드로는 최고였었습니다.

 

6.jpg

엔진룸의 깔끔함과 차를 설계할 때 완성도만을 놓고 보면 BMW나 벤츠보다 확실히 페이톤이 한수 위입니다.

이는 차를 정비하는 정비사들처럼 차를 수시로 분해하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완벽한 만듦새 때문에 정비가 엄청나게 까다롭고, 정비효율이 떨어지는 차라는 악평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7.jpg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클래식하지만 버튼하나하나의 품질감과 질감은 정말 감성적으로 최고급차가 갖춰야할 디테일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8.jpg

W12 6.0은 12기통 엔진의 또다른 기준을 제시했는데 바로 엄청난 내구성입니다.

벤츠나 BMW의 V12보다 확실히 누유나 기타 문제점들이 작은 장점이 있습니다.

420마력 사양 리미트 푼 경우 계기판 상 290km/h를 쉽게 넘을 정도로 4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차들이 300km/h를 넘긴다는 증언이 많고 제레미 클락슨도 323km/h를 달렸다고 말한 적(2003년 7월 420마력 사양으로)이 있을 정도로 엔진의 수치적인 성능보다 실제 고속주행성능이 아주 좋은 엔진입니다.

 

9.jpg

 

10.jpg

이런 엔진룸을 보면 숨이 막히지만 그래도 명품 엔진인 것은 분명합니다.

벤틀리의 트윈터보 W12엔진도 결국은 폭스바겐이 만들어준 것이니 이 엔진이 가진 잠재력도 상당합니다.

 

11.jpg

피에히 회장이 50도의 외부기온에서 실내 온도 22도를 유지한체 4명이 타고 300km/h를 달려도 문제가 없는 차를 만들라고 해서 탄생한 페이톤인데, 여러가지 장점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기능중 에어컨의 성능이 정말 좋습니다.

25개의 송풍 플랩 컨트롤모터를 가졌고, 뒷좌석에서도 온도 조절을 해 놓으면 매우 정확한 온도가 유지되는데, 앞좌석에서는 햇빛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대시보드 위쪽에서 냉기를 미세하게 뿜어주는 기능이 있어 한여름 아무리 더워도 열기가 빨리 없어지고 큰 건물의 냉방을 경험하는 것처럼 쾌적합니다.

 

12.jpg

 

IMG_0838.jpg

 

IMG_0839.jpg

벤츠 V12를 4대 가지고 있지만 페이톤 W12를 소유하게 된 것은 저에게 상당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만큼 그 가치를 잘 알고, 기계쟁이들이 아주 깊게 공부해야할 차종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분명 가지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지만 이런차를 만들면서 배우는 부분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놓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도 훨씬 큽니다.

 

앞으로 시간날 때마다 W12의 복원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