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하면서 손님 덕분에 몰아봐서 너무 좋다고 여러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너무 타보고 싶었거든요...
 
한마디로 말해서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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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율동공원 ~ 수원 법원사거리
 
5천 킬로미터 주행한 새 차량입니다.
새 차 냄새조차 이전의 다른 차들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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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벤츠를 의식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K9의 동글동글하고 반짝거리는 예쁜 스피커는 벤츠와 위치도 다르고 좀 더 소박한 느낌이지만, 겹쳐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 어쩔 수 없었을까요? 그래도 이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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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중앙 시계속의 무늬와 조명은 매우 고급스러워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스터피스라는 글자는... 뭔가 유난스럽지 않은가? 싶습니다. 저는 시계를 잘 모르지만 자세히 봤을 때 대문자M의 잉크도 번진 것처럼 보였고,(V 꼭지점 부분) 뭔가 조잡해 보여서... 차라리 빼든지 필기체로 적는게 더 고급스럽지 않았을까 싶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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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캐치의 조명은 아름다웠습니다.
고급차의 훌륭한 조명은 밤에 운전하는 대리기사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처음 현행 벤츠E클래스를 탔을 때, 흰색 가죽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조명을 보고  인테리어 업자에게 들었던 말대로 "조명이 인테리어의 반" 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놀라웠는데요, 기아도 조명 연출을 훌륭하게 따라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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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질감은... 뭘 시도하건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지는 eq900보다 산뜻하고 가볍게 달립니다.
Eq900이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천천히 힘겹게 속도가 붙는 뚱보의 걸음이라면, K9은 키다리 신사의 가벼운 산책 같은 걸음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살짝 밟아도 기분이 좋은 가속이죠. 가볍게 미끄러져 나갑니다.
Eq900의 경우 10회 정도 운행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운행할때마다 속터지는 악셀 응답과 느려터진 거동 따위에 짜증이 나서, 한번은 분당수서간 도로 상행 운행할 때 신경질적으로 악셀을 깊게 밟다가, 노면도 말짱한데 갑작스러운 우측 쏠림을 겪고 나서는 아예 학을 뗄 정도로 싫어하게 됐습니다. 차주의 안전이 걱정스러웠습니다.
K9으로 서분당의 용인서울 진입램프와 동수원ic에서 나갈 때에 같은 정도의 가속을 시도했지만 쏠림은 커녕 차분한 롤 억제가 일품이었습니다.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노면의 요철을 전달하는 느낌도 제네시스 g80이나 eq900처럼 기분 나쁘게 엉덩이를 툭 건드리고 다시 제 자세로 돌아오지 않는 듯한 이상한 댐핑 느낌? 에 비해 훨씬 기분좋게 걸러줬습니다. 우레탄 부싱? 같은 거라도 쓴 건가 싶었습니다. EQ900보다 S클래스의 그것과 훨씬 더 근접하다고 느꼈고, 롤은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S클래스, 350보다는 더 잘 억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깔끔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오너님도 출고직후 접촉사고로 대차받아 몰아보신 차량이 EQ900이라고 말씀하셔서, K9과 비교했을때 어떻게 느끼셨는지 여쭤봤습니다. 
대답하시기를,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K9에 비해 차가 너무 답답하고 무거웠다고. G80풀옵션보다 불과 300만원 더 주고 K9을 저렴하게 샀는데, 훨씬 비싼 eq900을 샀으면 정말 후회 많이 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K9도 가벼운 차는 아닌데 왜 이렇게 오너의 체감차이가 심한걸까요? K9이 아무래도 더 오너드리븐 성향의 차여서 세팅을 다르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두 차 모두 뒷자리에 타보질 못해 EQ900의 그런 세팅이 뒷자리 승객에게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예전에도 에쿠스나 제네시스보다 1세대 K9을 더 좋아했습니다. 
BMW를 참조한 듯 생겨먹은 기어봉도 조형미나 조작감에서 나름 BMW보다 더 입체적이고 묵직한 게 그런대로 제 개성이 있어 좋아했지만, 무엇보다도 에쿠스에 비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가속하고 잘 돌고 서는 질감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2세대 K9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너드라이버와 친밀한 대형세단.
처음 만나면 함께 놀기 부담스러운 대형견처럼 이 사이즈의 대형차도 함께 놀기 즐거운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정도 사이즈의 차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무게를 잡고 근엄하게 구느라 운전자와 함께 즐거운 달리기를 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런데K9은 즐겁습니다.
그것이 제가 신형 K9을 타고 느꼈던 놀라움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한국 자동차에서 이렇게 놀라운 느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바람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어가고 있다는 데 크나큰 쾌감을 느낍니다.
 
P.S
K9을 운행하며 한없이 풍요로운 신형 느낌을 마음껏 즐기다가
그 다음 운행으로 캠리, MKZ를 운행했는데, 가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