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맘은 때론 종잡을 수 없을만큼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지극히 충동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만가지 이유를 들어 지금의 차를 선택한 이유를 구구절절 침이 튀겨가며 설명하다가도 전혀 엉뚱한 차에 빠져 마치 바람을 피우듯 순간적으로 맘을 빼앗아 간 애마를 손에 넣기 위해 짜야하는 계획은 와이프라는 엄청난 장벽이 있을 경우 엄청난 프로젝트의 형태로 스케일이 급 팽창하게 됩니다.

아래 황민혁님의 멋진 드라이빙에 대한 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매우 경제적인 차가 잘 달려주고 편안하기 까지 하면 스포츠카의 존재이유가 급속도로 사그라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 있는 경우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져, 2도어 차량을 타다가 세단으로, 세단에서 SUV로 옮겨 가느라 타고 싶은 차를 타지 못하는 여건 탓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한대의 차로 실용성과 성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해도 배기량이 크고 출력이 크면 경제성의 이유 때문에 데일리로 타는 것이 부담될 때 잘 달리는 디젤차를 타면 경제성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에 재미있는 차는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순식간에 벗어나게 되지요.

자주 타지 못하는 애마중 가볍고 잘 달리는 수동차를 타면 왜 내가 이차를 이렇게 자주 못탔지?하는 생각이 들며 무조건 좀 더 자주 타야지 하지만 실제로는 가족들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그중 사이즈가 크고 편한차에 손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작 아이들은 불편해도 작고 재미있고 빠른 차를 타자고 조르긴 합니다.

일상에서 시가지를 많이 타다보면 편한 디젤차보다 종합적으로 더 큰 만족도를 주는 차를 찾기 어렵습니다.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도 잘 받쳐주고 좋은 연비와 높은 토크, 그리고 조용한 실내에서 업무용 통화가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 운전자체를 즐기기 보단 차안이 사무공간이 되는 순간이니 쾌적하고 운전의 피로도가 낮은 차가 제격이지요.

그래서 이런차에 익숙해져가는 동안 상대적으로 조금 불편하지만 스포티한 차들을 힘들어서 못탄다고하며 처분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주행 비용이 들더라도 운전의 기쁨을 주는 차들을 자주 타야한다는 생각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장거리를 갈 때 가장 연료비가 적게 들어가는 차만을 타며 기억에 남지 않는 주행을 반복하기 보단 가끔 연료비가 두배 이상 들어도 그 순간이 지나고 봤을 때 추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운전의 본질적인 기쁨을 좀 더 리얼하게 느끼는 계기는 분명 금전적인 부분으로 환산이 불가능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도심에서만 운전한다면 이런차의 존재가치는 분명 작아지지만 한국의 도심은 그래도 가끔이라도 이런 차들이 재미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변덕이 문제입니다.
현실과 타협하는 동안 경제적인 차에 대한 무한한 애착이 생겨, 그동안 이렇게 비효율적인 차를 타왔던 그 손실이 얼마냐고 하다가도 재미있는 차로 옮겨타면 역시 경제성이 문제가 아니라 힘든 세상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차가 경제성 이상의 가치가 있다라고 바로 맘의 자세를 바꿔버리는 것이지요.

어떠한 선택이던 논리적인 설명은 가능합니다.
살면서 본인만의 손익계산상 불가피하게 이용하는 운송수단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 줄인 비용이 시간이 지날 수록 수백, 수천만원의 이득일 될 수도 있을 때.

살면서 겪는 갖가지 삶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생각했을 때 항상 지친 내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성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나에게 건강한 호르몬을 듬뿍 선사할 수 있으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급휘발류를 넣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

이 시소같은 변덕의 소용돌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차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그리고 운전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알면 알 수록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자동차를 운송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절대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스포티한 차와 운전이 즐거운 차는 그 존재의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변덕도 커트롤이 가능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인지도 모릅니다.
전혀 생각도 않했던 차량의 중고차가 얼마인지 어떤 매물들이 있는지 검색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취미생활로서 자동차를 즐기는 행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실천에 옮기고 안 옮기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관련 글들을 검색하는 것 자체가 한편으론 차를 즐기는 아주 건전한 행위인 것이지요.

전 개인적으로 경제성을 갖춘 차는 이런 차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 시기적절하게 이용을 잘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가 나의 정신건강에 유익한 상황에는 적극적으로 꺼내서 타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최대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예전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2011년도 고양시 GS주유소에서 2200원 짜리 고급휘발류를 E34 M5에 주유하고 있는 사진을 봤습니다.

그 당시 그 금액을 지불하고도 운전의 재미를 위해 연료비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환상적인 유가를 생각하면 운전과 자동차가 주는 희열의 강도를 고려하면 현재의 연료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부류의 차들이 하나의 가정에서 아주 사이좋게 적절한 비율로 이용되는 이상적인 케이스는 정말로 많을 것입니다.
물론 시소의 기울기가 일정하지 않듯이 건전한 변덕이 늘 존재하지만 말이지요.

여러분들의 변덕은 어떤 형태인지요?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