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RS에서 2000년식 E39 M5의 인스펙션을 받았습니다.  

출력이 정상인 것인지, 현재의 출력곡선과 차량 거동이 정상인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인스펙션을 의뢰한 것인데, 차량을 시승하신 마스터님의 의견은 "지금까지 시승한 E39 M5 중 탑 3 안에 들 정도로 출력은 최상이고, 클러치, 미션 상태도 최상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마스터님의 진단에 따라 차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은 사라졌고, 현재 상태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그 중 V8 사운드를 즐기면서 느낀 점에 대한 감상을 적은 것입니다.


작년 말에 E39 M5를 영입한 후 "V8임에도 (순정) 사운드가 약하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겨울이어서 창문을 닫고 다녔기 때문이었음을 최근 깨달았습니다. 추워서 창문을 꼭꼭 닫고 다녔기 때문에 사운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이지요.

 

창문을 닫고 다닌 이유는 추웠기 때문만이 아니라, 고속 주행 위주로 주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면 풍절음이 심하고 공기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에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요. 차량 인수 초반에 "이 차가 얼마나 빠른가", "고알피엠 출력은 어떤가"에 목매다 보니 고알피엠을 주로 쓰고 고속주행 테스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와인딩에서 창문을 다 열고 중알피엠(3, 4천 알피엠)을 쓰다 보니 그동안 듣지 못했던 사운드가 터져 나왔고, 이 사운드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이 사운드가 어느 조건에서 나오는지 터득하게 되었고, 이제는 언제든 원할 때 이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악기 연주를 마스터한 느낌이 드는군요.

 

결론적으로 그동안 사운드를 즐기지 못한 원인은 '창문을 닫고' '고알피엠을 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탁 트인 공간'이라는 조건도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산 속이나 벽으로 막힌 공간'에서 '창문을 열고' '중알피엠을 쓸 때'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차에서 나는 사운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마일드하게 가속할 때 흡기쪽에서 마치 수퍼차져같은 '이이잉~'소리가 납니다.

 

이븐 쓰로틀에서는 '오로롱' 소리가 엔진에서 나오는데, 그 진동이 클러치 페달과 기어봉까지 그대로 전달됩니다.

 

다음으로 레브매칭할 때처럼 중립 상태에서 엑셀을 밟으면 엔진에서 "우흥~"하면서 깊고 하모닉한 사운드가 나는데, 거칠지 않고 맑은 느낌입니다. 뱅크가 두 개여서인지 하모니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인 '기어 체결 상태에서 가속을 위해 엑셀을 약간 깊이 밟았을 때' 2천 알피엠 부근까지는 사운드가 약하고, 3천 알피엠 부근부터 4천 알피엠 사이에서 '푸롸롸락~'하는 비트 사운드가 중통쪽에서 터져 나옵니다. 엑셀을 좀 더 깊이 밟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도도도도~'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속하다가 엑셀을 오프하면 이번엔 '후두두두~'하는 사운드가 터져 나옵니다.

 

다시 엑셀을 밟으면 '푸롸롸락~', 이어서 엑셀 오프하면 '후두두두~'가 어김없이 연주됩니다. 가감속이 연속되는 와인딩 로드는 위 두가지 사운드를 마음대로 연주할 수 있는 콘서트장으로 변하고 맙니다. 빨리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코너 직전에만 엑셀 오프하는 것이 아니라, '푸롸롸락~'과 '후두두두~'를 듣고 싶은 대로, 연주하고 싶은 대로 엑셀 온과 오프를 조절합니다. 그야말로 V8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V8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위 상황은 규정속도를 철저히 지키면서 순정배기를 통해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언제든 연주가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4천 알피엠을 넘겨서 더 높은 회전수를 쓰면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줄어 들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집니다. '도. 도. 도. 도.'식으로 일정한 박자의 비트를 치다가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고 궁극에는 '도----'식의 연속음으로 변하기 때문이죠(음의 높이는 거의 동일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다가 점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고 궁극에는 점이 이어져서 선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같은 V8이지만, 페라리 F355는 멜로디, E39 M5는 비트, F355는 트럼펫, E39 M5는 드럼처럼 느껴집니다. 멜로디가 없고 박자만 있는 E39 M5의 사운드에서는 그만큼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중요합니다.

 

한편 엔드 머플러에서 나는 사운드는 차량 뒤쪽으로 발산되기 때문에 운전 중에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운전하면서 듣는 사운드는 엔진과 중통에서 나는 사운드인 것 같습니다.

 

이상은 오늘도 V8을 한 세션 연주하고 온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