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25일간 다녀오며 
그 중 독일에서 있었던 일을 여기계신 테드 선배님들과 나누고자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된 새벽녘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제 모든 유럽 여행의 시작은
'벤츠 박물관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였습니다.

이에 당연히 유럽 여행 중 빅벤보다 에펠탑보다 벤츠 박물관이 가고싶었죠
이유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일본옥션을 검색하다가 본 190E EVO2로 부터 시작된
올드 벤츠에 대한 동경이었죠

그리고 운전을, 밟는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있어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
'아우토반 질주'
아우토반은 어릴적 엘란트라 CF와 티코 괴담에서나 들어봤던 꿈의 도로였죠.

이에 기회가 와 출국 전 독일 일정을 짜게되어 
저는 당연한 듯,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으로
아주 비효율 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프랑크푸르트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슈투트가르트를 이틀간 왕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정을 짜버렸죠.
(하루는 벤츠, 포르쉐 박물관 하루는 진델핑겐의 벤츠 팩토리 투어로요)

출국 전 예약해둔 렌트카는 CLA 급이었습니다.
순진한 저는 힘들줄 알지만 CLA가 떡하니 나오길 내심 바라고 있었죠

하지만 렌트카 오피스에서 준 차는 
업그레이드 해 줄테니 A6를 몰고가라고 하더라구요

아우디 경험은 전 세대 A6 2.0tdi 전륜과 전세대 A4 밖에 없는 저에게는 잘 알던차라 그런지
조금의 실망이 되는 부분이었죠

다른차 뭐 있냐 물어보다 결국 A6 타겠다고 하고 키를 받아드는데
어라... 만져본 적 없는 신형 키 입니다.

'신형 A6가 나왔었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되고 그 여직원이 고마워 지더라구요
단숨에 주차장으로 설레서 가게 됩니다.

이 큰 주차장에서 설명해준대로 차를 찾는데 안나오더라구요 무려 6층 구석에 있는 녀석과 
리모콘 타작 수분만에 조우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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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겼구나'
몇분 전까지 실망감을 숨기지못하던 저는 온데간데 없고
마음은 이미 트랜스포터의 제이슨 스타뎀이 되었죠.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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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이언맨의 '자비스'가 저를 반겨주는듯한 
콕핏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운전석에 압도되었죠.

차를 주차장에서 꺼내어
순정네비인 구글맵에 의지해 목적지인 슈투트가르트로 출발하게 됩니다.

처음 해보는 독일에서의 운전
처음 올라가보는 독일에서의 고속도로

낯설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은 도로체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속도로에서의 평균속도
상향 평준화된 운전실력, 운전매너들에 감탄하고

또 이 기대하지 않았던 
아우디 A6 50TDI 콰트로에 대한 진면목을 느끼며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길,

속도 무제한 구간
속도를 높여봅니다 
'어 이 차 잘나간다'

어느순간 200 오버, 
240에 리밋이 걸리긴 합니다만 이내 풀리고 더 올라가는 속도계

가는 길, 계속 간이 커져 
200 근방에서의 고속 코너

A6 50tdi 콰트로는 정말 끈질긴 트랙션으로
코너를 마치 보이지 않는 레일 위를 달리는
ICE 열차처럼 매끈하게 돌아가줍니다.

'제법인데'

어느 새 슈투트가르트에 도착을 하고
꿈에 그리던 벤츠, 포르쉐 박물관을 
기대 이상 이하도 아닌
정말 기대 그대로의 관람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프랑크푸르트로 향합니다.

40분 정도 달렸을까요
저는 이미 아우토반, A6과 하나가되어
270을 마크해 버린 뒤였습니다.

뒤에서 쏜살같이 오는 은색 차 한대,
당연한 듯 1차선을 비켜주고 
본능적으로 따라가봅니다.

재규어 F타입
정말 잘 나가더군요.

낮에 잔뜩 키워논 간땡이로 죽자살자 따라가봅니다.

230~260을 넘나드는 초고속영역에서의
하이웨이 배틀이 시작되었죠

F타입 운전자도 저를 의식한 듯
페이스를 맞추어 같이 달리기 시작하였죠.

마치 워키토키라도 하나씩 든 마냥
아주 끈끈하고 치열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우토반을 달려나갔습니다.

예상치 못한 공사구간이 앞에 나오고
F타입 속도를 확 줄이는데
저도 놀란 마음에
200 오버에서 - 80까지 풀 브레이킹을 하게 됩니다.

간절하고 긴장되는 풀 브레이킹이 끝나고 다시 자세를 잡는데
이 느낌을 글로 적어보자면
제이슨 스타뎀이 악당들을 다 두드려패고
수트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느낌이랄까요?

그제서야 마스터님이 칭찬하시던 아우디의 초고속영역의 안정성과 믿음직한 점들이 이런것이었구나를 독일 현지에서 깨닫게 되었죠.

공사구간이 끝나고 재가속,

물론 F타입에는 뒤쳐집니다만은 이내 따라붙어봅니다.

어느새 프랑크푸르트 근교도시인 '다름슈타트'라는 곳이 표지판에 나타날 때 쯤

같이달리던 재규어가 옆차선으로 와 저에게 속도를 맞춥니다.

의아한 제가 옆을 쳐다보니
4~50대의 말끔한 재규어 오너가
저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더라구요.

독일 2일차,
아우토반 1일차,
평생의 버킷리스트를 해결하고 가는 길.
먼 타국땅에서 받은 최고의 칭찬.
(대학에서 첫 A+받았을때의 X100 정도 되었을려나요?ㅎㅎ)

정말 순간 기분이 너무 좋고 저도 따라 엄지를 세워준 후 갈라지고
그 아드레날린이 가라앉기도 전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그제서야 저를 반겨주는것은
'앵꼬불'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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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한 A6에게 배불리 밥을 먹여줍니다.
하루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너무 멋져 보이더라구요.

이후 이틀을 더 타 보면서
이 차량,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지만 알았는데
엄청 똑똑하기 까지 하더라구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너무 수준급이고
특히나 아우디 pre-sense 기능은 저를 위기에서 몇번이나 구해주었습니다.

운전 피로도도 적구요,
생각도 못해본 아우디 A6가 단숨에 차기 차량 리스트 상위권으로 올라가 버렸죠...

1,200키로를 3일만에 주파한 후 반납하는데 
타던 차를 팔던 것 처럼 3일간 정이 너무 들었더라구요.

처음 방문해 본 독일에서의 짜릿한 경험을,

비록 미천한 운전실력이지만
좋은차의 도움을 받아 좋은 도로에서의 잊을수 없는 경험을 나누고자
아직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는 귀국 3일차의 이른 아침.

선배님들의 하루의 시작에 조금의 미소라도 띄게 하는 글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차
벤츠, 포르쉐 박물관
진델핑겐의 모터월드
프랑스 남부 여행기
이태리 모데나 페라리, 람보르기니 박물관 방문 사진들도 앨범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