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렌트카를 며칠간 타게 되었습니다.

트림은 잘 모르겠고, 15인치 휠에 순정내비 들어간 정도로 파악됩니다.

개인적인 소감이라, 객관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로 주로 MD와 비교함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 외관

 

취향과는 별개로,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해라... 싶을 정도로 적절하게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예쁘지는 않지만 못생기지도 않았고, 딱 단아함+진중함+야무짐이 느껴졌습니다.

 

C필러와 쿼터패널 주변으로는 철판 면이 넓어서 약간 둔해보이는 느낌이 있기는 한데,

뒤쪽으로 갈 수록 가파르게 치켜올라가는 벨트라인과 적절한 캐릭터라인, 당겨진 활시위처럼 생긴

도어 외곽 라인이 액센트를 주어서인지 답답해 보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각 패널간 단차도 적절하게 셋팅되어 있고, 타고 내릴 때 손잡이 위치나 그립감도 적절한 느낌이고요.

손잡이 자체의 굵기가 MD보다 좀 더 굵어지고, 손잡이를 확 당겨 열 때의 철판의 떨림이 짧게 끊어져서

소위 말하는 깡통 문짝 느낌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묵직하다고 할만한 정도는 아니고요.

 

트렁크리드 뒤쪽 끝이 처마처럼 치켜올라간 모습은 뒤에서 봤을 때 작은(?) 바디에 당찬 느낌을 더했고,

후드 앞부분이 통짜 범퍼로 감싸진 형태는 깔끔하고 부드러우면서 쌈박한 느낌을 더해주네요.

 

 

2. 실내

 

수치적으로 MD보다 넓은지 좁은지는 안 재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앞자리는 시각적으로 좁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쉬보드의 앞뒤 길이가 짧아지고 센터페시아로 올 수록 탑승자 쪽으로 돌출된 형상인데다가

센터페시아면 자체도 양옆으로 넓어져 다리 공간이 줄어든 관계로 비교적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급커브를 돌 때 좌우로 기울어지는 몸을 다리로 지탱하기 훨씬 좋아진 점은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기능성 측면에서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넓어진 센터페시아 공간 덕분에 공조기 버튼들이 큼직한 크기로 짜임새 있게 적절히 배열되어

조작하기 매우 편했고, 좁디 좁은 MD에 비하면 종합운동장마냥 커진 디스플레이 덕분에 운전 중에도

곁눈질로 표시 내용을 확인하기가 좋았습니다. 디스플레이 표면이 유광이 아닌 반광 마감으로 햇빛에

심하게 반사되지 않도록 된 것은 단순하지만 센스있는 판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대쉬보드도 그렇지만, 도어트림 디자인도 각진 직선 위주의 디자인 때문인지 시각적으로는 미묘하게

좁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 앉아보면 뒷자리는 MD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머리쪽 공간은 MD보다 분명 조금은 좁아진 듯 합니다. 키 173cm인 제 기준, 허리를 시트 안쪽 구석

끝까지 밀어넣고 정좌시 MD에서는 안 닿던 머리가 AD에서는 닿네요.

 

 

3. 소음

 

MD가 엔진음이 다소 하이톤으로 들려왔다면, AD는 다소 낮고 굵은 톤으로 들려오네요.

자잘한 노이즈는 더욱 부드럽게 다듬어진 형태로 들려오는데,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빠르게 가속할 때

실내로 들려오는 소리가 가볍지 않고 좀 더 무게감이나 밀도감 있게 느껴졌으며,

공명음은 불쾌하게 울리거나 하면서 거슬리지 않고 적절한 음량과 형태로 들려오는 등

실내로 들려오는 엔진음의 크기는 물론 음색까지도 매우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동 모드로 엔진을 힘차게 돌릴 때조차 매우 잘 다듬어진 사운드가 들려와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3000~4000rpm으로 엔진 출력을 좀 더 꺼내어 쓸 때의 부담감이 한결 적었습니다.

 

초기형 MD의 경우 주행 중 바닥에서 자글거리고 텅텅거리며 울리는 소음이 영 듣기 싫었는데,

후기형 MD인 더 뉴 아반떼로 와서는 이 점이 크게 개선되어 소위 깡통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었습니다.

AD는 이에 비해서도 더욱 부드럽게 정제되고 울림이 짧게 끊어져 야무지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네요.

내장재가 삐걱거리는 잡소리도 초기형 MD → 후기형 MD로 오면서 크게 줄었고,

AD의 경우 큰 요철을 통과할 때 대쉬보드가 통째로 텅 하는 현상이 없었고,

차체에 매우 단단하게 잘 묶여져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 오디오

오디오 소리는 하이파이 측면에서 보면 도리어 퇴보한 것처럼 들렸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매우 깔끔하게 들리는데, 듣다 보면 점점 지루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신경써서 들어보니

사람 목소리나 악기의 울림이 다채롭지 못하고 음색이 매우 칙칙하게 들렸으며, 잔향이 너무 묻히네요.

깔끔하고 단조로운 음색은 운전하며 BGM 수준으로 음악을 듣기에는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는 것 같아

용도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텁텁한 음색이라 음악 자체의 다채로운 느낌을 느끼기에는

개선의 여지가 매우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D는 물론 HD나 XD와 비교할 수록 더더욱 그러했는데,

다른 브랜드의 상/하 체급 신형 차량의 오디오를 들어보면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이더군요.

AD만 이런게 아니라 요즘 추세가 이런 스타일의 셋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5. 주행

초기 가속 반응은 언뜻 MD 초기형 가솔린에 비해 날렵함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나,

가속시 등 떠밀리는 느낌이라는 추상적인 감각으로 비교하자면 솔직히 차이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얘기하자면 가속시의 질감이 꽤 다른데, MD는 황급히 후다닥 우당탕탕 튀어나가면서도

엔진이 헛도는 듯 헐렁한 느낌이 있었던 것에 비해 AD는 신발 끈 단단히 조여매고 지긋이 꾸욱 밀어내듯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가속했고, 엔진이 헛도는 느낌도 한결 적었습니다.

둘 다 가속 반응 자체가 느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나, 가속페달을 밟은 양에 대한 리니어한 반응은

AD 쪽이 한결 세련되고 가속페달 조작시의 이질감이 적어서 스트레스 없는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속페달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은 좋게 보면 극히 정제되어 거친 조작이 거친 거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꽤 많이 다듬는 듯 했습니다. 나쁘게 보면 미세조작시의 반응이 기민하지 못하고 뭔가 인위적인 느낌인데,

이건 요즘 기본이 된 ETC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에 걸리는 부하량에 맞지 않는 스로틀 조작으로 무리가 가는 것보다야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랄지...

 

전체 회전 영역대의 느낌은 제 차가 아닌 렌트카로 왕왕 돌리고 싶지는 않아서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2천rpm대 이하에서의 저회전 토크감은 MD보다 분명 개선된 걸로 느꼈습니다.

잠깐 6천rpm 초반대까지 올려보았을 때 기억나는 걸로는 고회전으로 갈 수록 힘이 살아나는 MD에 비해

비교적 꾸준한 반응을 보였다는 정도네요.

회전 영역대별 토크 변화가 줄어들어, 이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운전자가 혹시나 풀가속을 하더라도

3000~4000rpm에 이르러도 크게 당황할 일은 없을 듯 싶습니다.

 

변속기는 노멀 모드의 경우 좀 연비 유지 쪽으로 셋팅된 건지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출 경우 어지간해서는

2,000~2,500rpm 이내에서 쉽사리 락업이 걸리더군요. 어지간히 가속페달을 밟아도 기어를 그대로 물고

2천rpm 초반을 유지하며 묵묵하게 가속을 유지했습니다. 저회전 토크가 나아진 걸 이렇게 이용한 건지...

에코 모드는 가속페달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낮아져서 가속페달을 좀 더 밟게 되던지라...

시내보다는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크루징시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포츠 모드는 가속페달 밟은 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3천rpm 전후를 유지하며 제법 기민한 가속 반응을

보였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긴 오르막을 오를 때도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수동모드 변속시 반응 속도는 수동변속기를 직접 변속할 때에 비해 별로 꿀릴 것이 없다고 생각되네요.

특히 가속페달을 계속 밟은 상태로 변속할 때 가속감 변화 없이 그대로 속력이 높아진다는 점은

승차감 측면이든 시내 주행시의 가속 측면이든 굳이 수동변속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동은 일상적인 주행 조건일 경우 고속에서 50% 정도로 제동해도 좌/우로의 흔들림이나 앞으로의 쏠림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핸들이 돌아간 상태에서 제동을 해도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절대적인 제동력이나 그 유지력은 끼워져 있던 타이어가 깡통급인 관계로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핸들 조작감은 뭐... 소위 말하는 '자석 느낌'은 전기형보다 훨씬 나아진 후기형 MD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센터포인트 필링이라던가요? 그 느낌이 좀 더 명확해진 점은 직진시 보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서

고속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이 한결 덜했습니다.

 

하체 쪽은... 고속 안정감은 초기형 MD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져서, x60 언저리에서도 불안감은 없었습니다.

후기형 MD가 초기형의 뒷바퀴가 한 개 달린 삼륜차 타는 느낌이던 걸 많이 개선하여 x40까지는 불안감이나

소위 뒷쪽이 털리는 느낌이 없던데서 좀 더 개선되어, x60까지도 딱히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이상으로 속력을 더 내면 서서히 뒤쪽이 불안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의 커다란 범프를 통과할 때 MD의 경우 초기형이든 후기형이든 둘 다 차체가 푹푹 주저앉았고,

다시 되돌아오는 속도는 너무 빨라 차가 다시 확 튀어오르며 요동치는게 매우 불쾌했는데,

AD는 푹푹 주저앉지도 않았고 되돌아올 때 확 튀어오르는 것도 많이 억제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쇽이 되돌아올 때 중간에 잠시 멈칫 하는 느낌이 있었던 건 좀 거슬렸습니다.

렌트카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거친 노면에서의 로드홀딩은 후기형 MD와 비교해도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MD가 노면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차체 앞뒤가 좌우로 튕기며 과잉반응 했던 것에 비하면

AD는 그런 거 못 느꼈고요.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이지만, 토션빔이라서 승차감이 더 나쁘다고 할만한 현상 또한 느끼지 못했습니다.

 

요철이 많은 국도 커브길을 감아돌아 나아갈 때,
MD의 경우 차체의 요동도 요동이지만 하체에 실린 하중에 따른 반응이 워낙 들쑥날쑥하여

차체 거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과감한 드라이빙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푹 꺾어놓았던 기억인데,

AD는 서스펜션 구성 자체는 동일함에도 한결 일정한 반응을 보였기에 차를 좀 더 믿고 연속 커브 구간을

과감하게 지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MD든 AD든 공통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과속방지턱 넘을 때의 느낌입니다.

차 뒷쪽이 운전석 앞쪽 어딘가를 중심축으로 차 뒤쪽이 상하로 회전하듯 움직인다는 느낌이 많이 느껴졌는데,

토션빔의 피봇이 차 앞에 달린 것도 아니고... 신경 안 써도 될 문제겠지만 저는 그 점이 좀 거슬렸습니다.

 

 

6. 종합

 

디자인과 실내 구성, 운동성 등 모든 면에서 특출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과하게 모자라지도 않은,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론을 요약하자면 그냥 적절함의 집결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차에 크게 신경쓸 것 없이 일상용으로 무난히 안전하게 타고 다닐 이동수단으로는 매우 좋다고 느꼈습니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굳이 중형으로 갈 필요도 없이 노멀 버전에 JBL 오디오를 추가하는 구성 정도면

충분히 오랫동안 만족하며 탈만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본 완성도가 매우 높게 느껴지는 점에서 굳이 AD 스포트가 아니더라도 수퍼노멀이라는 슬로건을 붙여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일하게 느낀 단점이라면, 전체적인 균형감이 워낙 좋아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MD보다 단단해진 주행감에 익숙해지고 나면 A/T인 점을 감안해도 운전 재미가 너무 없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만약 AD를 구매하려는데, 별 특색없는 지루한 운전을 싫어하는 취향이라면 스포트 버전으로 구매하는 것도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스포트 출시 초기에 몰아본 시승차가 200마력의 출력으로도 너무 편안하게 빠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