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저의 잘못된 자동차 운용 습성에 대해 크게 반성하며 지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부자도 아닌데 차도 너무 자주 바꿨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고,

지인의 차를 업어온 이후에도 포스팅시 사려 깊지 못했던게 많이 부끄러웠었습니다.

 

내가 먼저든 차가 먼저든 누구 하나 먼지 될 때까지 함께 하고자 했던 XD는 어쨌건간에

저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 주인이 있었던 것 같고, 잘 보낸 것 같으며, 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 이후, 차는 그냥 타고 다니는 거라는 생각으로 굉장히 평범한 중형 오토로 가져왔습니다.

두루두루 무난하면서 크게 부담없이 10만km 미만에 무사고에 일반 선루프 달려있으면 오케이...

이런 조건으로 찾다 보니 짤없이 NF 2.0 블랙프리미엄 오토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하도 차를 자주 바꿔서 그런가, 지금껏 가져온 차들 중 가장 애정이 안 갑니다. -_-;;

따로 돈 들이기도 아까워서, 가져오자마자 앞 5년, 뒤 10년된 타이어를 새 에코타이어로 교체하고

엔진/미션오일 교환 외에는 하이패스 단말기, 대쉬보드 커버 정도만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저도 평범하고 느긋하게 타고 다닐 걸로 생각했습니다.

운전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동차에 대해 전문적으로 잘 아는 지식인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차로 뻘짓(?)하는 습성은 결국 어디 가지를 못하는 건지...

출퇴근길에 우연히 코너를 접어들면서 쭉 빨려들어가는 감각을 느낀 후 다시 원복상태 입니다.;;

 

하여간, 그 동안 어줍잖게 느낀 점을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1. 외관 디자인

정말정말 무난해서 예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나보이지도 않네요. 잘 모르겠습니다.

도어 몰딩 아래로는 쑥 말려들어간 모양이고 휠도 휀더보다 좀 들어간데다가 후드/캐빈/트렁크 영역이

뚜렷하게 나뉘어진 디자인이라 상당히 예스러운 모양새로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2. 실내 디자인

다른 건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은쟁반 계기판 및 F24S/V33과 동일한 블랙톤 인테리어가 맘에 듭니다.

가니쉬도 플라스틱이 아닌 리얼 알루미늄인 건 은색 페인팅된 플라스틱보다 시각적으로 나아 보이고요.

 

3. 조작감

각종 버튼류 조작감은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느껴져, 그냥 무난무난하다는 느낌입니다.

게이트식 쉬피트레버의 조작감은 개인적으로 I자형보다 위화감이 덜해서 좋네요.

페달이 두 개 밖에 없는 건 역시 좀 허전합니다. 다행인지 당연인지 아직까지 조작 실수는 없었습니다.

가속페달 조작시 스로틀밸브와 연결된 와이어가 스르륵 하는 감각이 느껴지는게 마음에 드네요.

대신, 가속페달의 스트로크가 꽤 큰 느낌입니다. 차가 왜 이렇게 안 나가지? 답답해서 쭈욱 밟아보면

킥다운 시점까지 거리가 한참 남았더군요. -_-;;

 

4. 주행

일단, 9만km가 넘도록 하체 정비가 전혀 없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꽤나 덜그럭대고 유격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타본 차들과는 움직임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네요.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차를 코너에 확 던져넣든 과조작을 하든 좀처럼 날아가거나 하질 않아서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네요.

MD처럼 몸이 문짝이나 센터콘솔에 꽉 눌러붙는 듯한 횡가속감이 느껴질 정도로 선회가 빠르지도 않고,

XD 풀흡배기 차량처럼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가감에 따른 반응이 민감하지도 않아서 별 느낌도 없고요.

풀악셀을 해도 가속감이 썩 빠르지도 않고, 제 차로는 처음 접해보는 토크컨버식 오토미션의 가속감은

마치 지게차 가속하듯 스타트시 엔진의 힘을 응축시켰다가 치고 나가는 느낌인게 희안하고요...

무슨 짓을 하든 조작 실수를 하든 그냥 무덤덤하게 제 갈 길만 가는데, 대신 한 번 하중이 걸렸다 싶으면

끈덕지게 노면을 물고 돌아나가는게 신기합니다. 어지간한 스피드로는, 이쯤이면 한계이겠다 싶을 때

스티어링을 더 꺾으면 앞머리가 안쪽으로 더 파고 들어가네요. 그래서 코너 앞에서 더 빨리 던져놓고서

브레이크를 쿡 밟으면 차 뒤쪽이 날지 않고 꾹 붙어있는 상태에서 앞머리가 안으로 훅 빨려들어갑니다.

이젠 얌전히 타고 다니려 했는데, 출퇴근길에 이런 성질을 느껴보곤 즐기고 있습니다.;;

실력이 형편없건 말건 제 버릇 남 못 주나 봅니다.

승차감은 EF처럼 푹신푹신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강하게 밀어올리는 듯한 반발력이 느껴지네요.

예전에 종종 운전하던 아버지의 토스카의 최대 약점은 롤링이 매우 급격하고 크게 발생되는 거였는데

이 녀석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롤링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고요.

고속안정성은, 하체가 덜걱거려서인지 x60 넘어가면 좀 무섭네요.

바디 하부는 큰 부식이 없건만, 크로스멤버가 다 녹슬어 부스러지는 관계로 조만간 교환하려 합니다.

일단, 순정 셋팅에서 쇽이든 스프링이든 바꿔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안 드는 점은 없습니다.

반발력이 좀 센 느낌이라 쇽 교체할 때 혹시나 TG 것으로 바꿔보자... 싶은 정도 외에는 욕심 없어요.

수동만 주구장창 고집하다가 넘어온 오토인데다 그마저도 4단이지만, 생각 외로 그리 답답하진 않네요.

EF와 비교할 때, 어지간하면 4단에서 락업이 푹푹 걸려버리니 마냥 헛돌지는 않아서 부담감도 덜하고

직결감 측면에서도 의외로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동력은 절대적 측면이든 고속 혹은 긴 내리막에서의 내구 측면에서든 좀 아쉽습니다.

브레이크액을 교환하지 않은 상태이고, 베이퍼록이나 페이드 등 먹통 현상은 아직 일어난 일이 없지만

일정 이상 꾸욱 밟아 써보면 넉넉한 느낌은 아니네요.

엔진은 토스카의 XK 엔진과 비교할 때 회전질감이나 사운드 면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만,

4기통인 점을 감안하면 사운드는 좀 그렇다 쳐도 회전질감은 상당히 부드러워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이것 하나만큼은 YF나 LF보다 더 마음에 듭니다.

 

5. 연비

일단, 점화플러그와 코일 및 기타 소모품류가 출고 이후 교환한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땅땅거리는 소리를 동반하고 있어서, 엔진이 맛 가면 오버홀 할 의향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상태이지만, XD의 출퇴근 연비가 9km/l 였는데 이 녀석은 8km/l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체감적으로 큰 차이는 안 느껴지지만, 요즘 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먹는 것 같기는 합니다.

연료를 아껴보려 최대한 안 밟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푹푹 밟건 연비가 거기서 거기입니다.

최근 비가 내리는 관계로 유리에 생긴 성에를 제거하려고 에어컨을 켠 채로 다녀도 똑같네요.

고속도로 최고 연비는 아직 14km/l 선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6. 오디오

어찌보면 주행 부문보다 더 욕심을 가지고 있는 부문인데, 이 녀석은 일단 JBL 옵션은 아닙니다.

EF 일반 오디오 사양보다 소리가 부실한 느낌인데, 하체 투자할 시간에 오디오나 손질하려 합니다.

네비도 없는데 블루투스가 안 되니 좀 그러합니다. 핸드폰 네비로 다니다 전화 오면 좀 힘듭니다.

 

7. Summary

모든 면에서 특출나게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출나게 나쁘지도 않아 무난무난한 느낌이네요.

하지만 무난함이라는 것도 갖추기 참 어려운 미덕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젠 오래된 차이지만, 나온 시기를 감안하면 꽤 잘 만들어진 차인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조차 저 처럼 평범한 운전자에게는 더 욕심부릴 필요도 없이 그냥 적당한 것 같습니다.

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타려면 이런 차가 딱 좋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음... 사실, 그 동안 큰 병으로 편찮으시던 아버지께서 올해 초 이른 연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차로 좀 더 편히 모실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참 편안합니다.

 

당장은, 부식된 볼트류 때문에 갈바닉 부식을 일으킨 바디 하부 일부분 약간의 부식을 제거하고

관통부식으로 부스러지는 뒤쪽 크로스멤버 교체 및 부싱류 리프레쉬 정도까지만 하고 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