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 F/L 모델을 최근 며칠간 렌트하여 운행 중입니다.

 

XD는 며칠 전, 왕복2차선 도로에서 중침 추월차량과의 접촉 회피기동간 슬립으로 도로 이탈되는 바람에

비접촉 도주 건으로 사고 접수 후 현재 공업사 입고하여 프레임 및 하체 점검 중에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올해 교통사고 조심하랬는데 14년간 운전하며 유난히 올해만 연거푸 사고를 겪네요.

가만히 서 있거나 가는데 들이대는데는 장사 없다지만, 어차피 핑계고 좀 더 방어운전에 힘써야겠습니다.

하여간 이 때 상대방 차량이 K3 F/L 모델이었고 색상도 렌트한 차량과 똑같았기에 기분이 좀 묘합니다.

 

아무튼, 이제 구형이 되어버린 MD 플랫폼 기반의 완전히 끝물 차종인 셈인데요...

결론적으로 옛 플랫폼으로 계속 찍어나오는 모델임에도 끝까지 완성도를 착실히 높인 점이 훌륭합니다.

끝물이라고 대충 휘날려 만들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익스테리어는 기존 K3에 비해 못생겨졌다는 의견들이 있으나, 제가 보기엔 기존 모델은 예쁘장한 대신

'날티'가 난다는게 아쉬웠는데 F/L 모델은 뒤로 누워있던 프론트 마스크를 수직에 가깝게 바짝 세워놨고

뒤로 날리던 헤드램프의 라인을 두터운 터치로 마감해놔서인지 한결 깔끔하고 품위있어 보이네요.

테일램프는 외곽 라인의 변경은 없으나, 램프 배치를 달리한 것만으로도 차분해진 분위기 입니다.

 

인테리어는 운전석 끝단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진 카본 패턴의 가니쉬 표면 질감이 조금 바뀐 것과

양쪽 에어벤트 테두리에 크롬라인이 추가된 것, 쉬프트레버 가니쉬 형상이 바뀌고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마감된 것 말고는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 모델과 거의 동일합니다.

 

오히려 변화가 느껴진 쪽은 주행감각과 NVH 부문이었습니다.

 

한창 문제시되던 MDPS 스티어링 감각은 제가 느끼기엔 노면 피드백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소위 '자석 붙는 것' 같다던 모터 회전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세련되어졌고,

어시스트 되는 힘이 대중없이 변하는 느낌도 제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MD F/L 모델 혹은 AD의 그것과 그냥 동일한 느낌이며, 그 세련됨의 정도를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인

XD와 비교할 때 오히려 훨씬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존 모델은 주행시 노면의 거칠기에 따라 차체가 드르르 떨림과 함께 약간 철판이 울린다는 느낌,

그리고 MD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여전히 후륜 쪽의 휘청임은 남아있어서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앞쪽에 바퀴 두 개, 뒤쪽에 바퀴 하나 달린 차 타는 느낌의 연장선)

 

F/L 모델의 경우 거친 노면을 지날 때의 차체 떨림이나 바닥 소음, 타이어 소음이 상당히 억눌러진

느낌이고, 여진이나 공명음이 많이 줄어들어 이전 모델의 깡통같은 느낌과는 사뭇 다른 세련됨을

보여줍니다. 다만 엔진 소음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체는... 후륜 쪽이 조금 더 단단하게 조여져 있고, 고속주행시 좀 더 단단하게 잘 받쳐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륜 쪽은 기존 모델만큼 부드럽긴 한데, 댐퍼의 상하 움직임이 좀 더 진중해졌습니다.

달리 보면 댐퍼가 느려진 것 같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쿵쾅거림 없이 굉장히 사뿐히 넘어가서

그 때만큼은 한 체급 위의 중형차를 타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묵직합니다.

다만, 큰 범프를 지날 때는 앞쪽이 부드럽고 깊게 천천히 스트로크 되는 반면 뒤쪽이 상당히 빠르고

짧게 스트로크 되어 올라와서, 적응되기 전에는 앞뒤가 마치 다른 차인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상당히 진보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고속선회시 바깥쪽 후륜이 주저앉으면서

날아갈 듯한 느낌도 많이 억제되어 있었습니다. 제 차가 아닌 렌터카라 과격한 주행을 할 순 없어서

한계영역의 거동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일상주행 영역에서는 불안감 없이 쾌적합니다.

동일 플랫폼에 동일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의 MD, 그것도 많이 개선된 F/L 모델과 비교해도 차체의

엉성함은 그다지 체감되지 않아서 동일 플랫폼이라고 차의 성격이 똑같아지는게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MD의 차체를 보강하고 서스펜션 튜닝한다고 흉내낼 수 있는 느낌은 아니네요.

 

드라이브트레인의 성능은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AD와 함께 적용된 약간 디튠된 엔진이

달렸는데, 140마력 시절에 비해 딱히 성능이 더 떨어졌다는 느낌은 잘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시원스런 가속감은 줄어든 대신 2천rpm 언저리에서도 어느 정도 토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때문인지 다운쉬프트를 하지 않고 고단 기어를 그대로 물고 가는 상황이 더러 있었는데,

의외로 이 상태로도 빌빌거리지 않고 지긋이 가속되어서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속에서는 가속페달을 다 밟지 않아도 꾸역꾸역 x70~80까지 무난히 가속이 되더군요.

현기차가 여러 영역에서 전천후 성격의 실용적인 셋팅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AD에 비하면 스몰옵셋 대응을 포함한 차체강성과 안전성 면에서 분명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인데다

완전 신형 출시가 임박해오는 시점에서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단순히 승차감과 소음, 단 한 푼만이라도 가격적인 메리트만 보아 지극히 일상용으로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