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Road Impression  란의 마스터님 M3시승기를 통해 뜻하지 않게 한국복귀 차밍아웃(?) 한 전세환입니다. 
이제 막 귀국 한달째를 넘어가 적응이라 할것도 없이 열심히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업무차 갔던 4년간의 미국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한 이야기는 차차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미국에서 있었던 옛 친구와의 상봉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곳 테드 게시판을 통해 시작된 이야기 이니 만큼 이곳에서  마무리 짓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대단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예전 글을 보시면 좀더 재밌으시라 생각하여 약 2년전 이곳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아래 링크에 올립니다. 
 
 카매니아 옛 친구 찾기  -1   (2017.1.29)     https://www.testdrive.or.kr/boards/3100225
 카매니아 옛 친구 찾기 - 2   (2017.1.31)   https://www.testdrive.or.kr/boards/3104809

 오늘의 이야기는 아래 이 한장의 사진으로 약 30 년전 세월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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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XX년,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 기념 사진속 동그라미의 왼쪽이 저이고 오른쪽이 절친이였던 제 친구입니다. 
 지금 제 큰애 만할 때 나이였는데 세월이 참 빠르네요.
여담이지만 저 어린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그 당시 수련회(=극기훈련) 이라는 명목하에 하나에 '정신' 둘에 '통일' 을 왜그렇게 목이터져라 복창 시켰었는지. 좋은 추억만 만들어도 아쉬운 시절에 수련회 가서 열심히 단체 교육 받은 기억밖에 없습니다.
네. 그러했던 시절이였습니다. 사진 속 저 친구들 지금 다들 뭐하고 있을까요. 

 여튼 저와 제 친구는 아랫집 윗집에 나란히 살아서 등하교도 같이하고 초등학교 시절 내내 단짝으로 지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자동차 잡지인 '자동차 생활' (89년 또는 90년도로  기억) 을 본 것도 이 친구 집이였었는데 아직도 그날 기억이 생생히 날 정도입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붙어다니며 '벡터' 니 하던 당시 슈퍼카들에 대해 침튀기며 흥분도 하고 Car Kids의 생활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며 연락이 끊기게 되었지요. 
 대학 1학년때 잠시 한국에서 만났었는데 그 이후로 다시 연락이 끊겨 20년간 또 소식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회사 발령을 받아 미국으로 나오게 되었고 미국에 온 김에 이 친구를 꼭 찾아보자는 생각에
 이곳 테드 게시판에 도움도 청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심재현 회원님 덕분에 이 친구를 찾을 수 있엇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친구는 미국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자동차 매니어가 되어있어 튜닝잡지에도 소개되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며 취미생활로 시작한 다이캐스팅 작업과 컬렉션 은 미국 전문지에도 여러번 실렸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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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같은 미국 땅이라도 저는 중부인 오하이오주에, 친구는 서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었기에 아쉽지만 서로 통화와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묻는 선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엇습니다.  미국 생활을 해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오하이오와 LA와의 심리,물리적 거리는 딱히 서울-LA간이랑  별반 다를바가 없습니다. 같은 미국이라도 얼굴 한번 보기 무척 어렵다는 뜻이지요.

 그러다가 2017년 여름 휴가 계획을 아예 친구가 사는 LA 로 계획하고 드디어 온 가족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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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약 3,800km, 비행기로만 5시간 30분 거리의 비행, 3시간 시차가 납니다.
'축복받은 미국인 들'....지도 볼때마다 속으로 되뇌이는 말입니다. 도대체 저게 말이되는 스케일의 땅 입니까.

 여하튼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30여년만에 정식으로 재회한 두 남자입니다.
 위의 사진속 어린이들이 이렇게 아저씨가 되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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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가 오른쪽, 친구가 왼쪽에 섰네요. 
 지구반대편  미국의 헌팅턴 비치  해변을 배경으로 이렇게 함께 서있으니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마음만큼은 30년전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정말 감개무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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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한식당인 어바인 근처 '모란각' 에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특히 저는 그리웠던 한국음식을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1주일넘게 친구 가족과 함께 LA 관광도 하고 정말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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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데려가준 부촌인 New Port beach 인근에서 눈호강을 했는데 이날 드림카인 포르쉐 918 스파이더, 카레라 GT, 911R 도 모자라 페라리 Enzo와 파가니Zonda 까지 한 블럭에서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차에 미친 두 남자가 만났으니 드라이브도 빼 놓을수 없는 일입니다.
 가족들이 모든 잠든 시간에 친구와 함께 즐긴 야간 드라이브도 엄청난 즐거움 이였습니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국형 '번개' 를 못해 안그래도 몸이 근질거렸는데 친구의 로터스 엘리스로 L.A의 밤공기를 가르며 번갈아 운전하며 달린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할일이 없어 늘상 고속도로에서 죽때리고 있는 오하이오 경찰과 달리 LAPD는  한가하게 교통 티켓이나 끊고 있을 여유는 없어보여 정말이지 오랜만에 악셀을 비비며 신나게 달렸습니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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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엘리스는 한눈에 상태만 봐도 이 친구가 어느 레벨의 '자동차 환자' 인지 짐작이 가능케 합니다.
9500+ rpm을 제 기억으로 이날 처음 경험한 것 같네요.

그렇게 짧지만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왔지만 서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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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전 서울 어느 다락방에서 함께 자동차 잡지를 보며 꿈을 키웠던 아이들이
 자동차라는 테마를 품고 성장하여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한뒤 완성차 설계 엔지니어를 거쳐 지금은 상품기획 업무를 하고 있고 친구는 운송 디자인 전공 후 GM을 거쳐 현재 혼다 디자인 센터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약중에 있습니다.

 우연이라도 이런 우연이, 또 인연이라도 이런 인연을 일부러 만들어 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친구와 재회하며 오랜 친구를 찾은 즐거움도 컸지만 두 사람 모두 자동차를 좋아하던 그 시절의 꿈을 각자의 방식으로 걸어가는  길 위에 함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누가  얼만큼 멀리, 빨리 가느냐가 아닌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느낌으로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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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관한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한번에 서로 알아 듣고 공감해 줄수  있는 옛 친구.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 이겠습니까. 
 
 지금은 두 남자 모두 한 가족의 가장, 남편이자 아버지로 밥벌이와 육아생활에 밀려 극렬했던 질풍노도의 카라이프 생활은 잠시 쉬고   '검소' 또는 '소박' 한 카라이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로 카톡으로 이런 사진을 주고 받으며 낄낄 깔깔 거릴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의 상봉기로부터 또 시간은 흘러 2년여가 지난 지금,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친구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다시 멀어졌지만 조만간 친구가 한국을 방문 할 계획을 하고 있어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가 오게되면 꼭 테드 번개를 통해 소개도 하고 한국 매니아들의 수준을 자랑하고 싶네요.

 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였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재회한 자동차 매니아 두 친구의 상봉기를 전하며 
 2년, 3부작(?) 에 걸친 가칭 '테드는 사랑을 싣고' 시리즈는 이쯤에서 마칩니다. 

 자동차를 통해 알게되는 소중한 인연들.
테드를 통해 이런 소박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LA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지며 친구가 저에게 선물해준 손수 그린 993 RWB튠 그림 입니다.
포르쉐 좋아하는 저를 위해 프레임까지 직접 제작해준 선물인데 지금도 한국 저희집 거실 한가운데 소중히 걸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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