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태환이라고 합니다.
8월 초, 가장 무더웠던 약 열흘동안 미국 서부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머스탱을 렌트해 이틀간 1,800km 를 로드트립했던 기억, LA 가장 큰 튜닝카 개더링 Wekfest 에서 차구경, Las Vegas에서 Corvette C7 Z06 로 서킷을 탔던 기억 등.. 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은 차얘기가 많지만 모든 이야기를 제가 풀어낼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네요 ㅜㅜ

여러 썰 중 제일 먼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냈던 3일 중, Laguna Seca 에서 열린 행사에 방문하여 찍은 사진을 일부나마 회원님들과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클래식 카는 무지해서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존 계획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인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유명한 Laguna Seca 서킷에 잠깐 발도장을 찍고 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구글링 중 년마다 진행되는 'Monterey Motorsports Reunion' 행사가 마침 제가 샌프란에 머무는 날짜에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인 레이스카를 패독에 전시하고, 그들의 본래 목적에 맞게 서킷에서 달리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행사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짜인 8월 11일에는 Pre-Reunion 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덕분에 한창 사이트를 꾸미고, 본격 주행에 앞서 차를 정비하고 다듬는 팀원들의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래는 서킷 주행 그룹을 홈페이지에서 발췌했습니다. 수십년 전 레이스에 참여한 차들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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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매우 역사적인 차들을 위한 행사여서 그런지 티켓팅을 하는 직원이나 주차 안내를 하는 직원들 모두 머리가 흰 할아버지들이었습니다. 차와 레이스에 대한 열정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겠지요. 이른 주말 아침부터 많은 차들이 들어오는데 흥분되고 신나는 말투로 저를 반겨주시던게 기억이 납니다.

차가 연식이 있다보니 그 차를 가져오신 팀원들도 그에 맞는 세월을 살아오신 것 같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가혹한 서킷주행을 못해 젊은 드라이버를 두었지만, 그 차에 대한 이해도는 누구보다 높아보였습니다. 역사적인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지난 세월의 거대함이 저를 압박시켰습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론 한국의 할아버지들이 떠올라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나라를 일으키는데 일생을 바치셨을 겁니다. 한국의 할아버지들도 전쟁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두고 여생을 보내셨겠지요.

얘기가 좀 우울해졌는데, 현장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고 진지했습니다. 차를 서킷에 올리기 전과 후에 확인하고 손봐야 할 항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요. 오래된 차들이라고 살살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날은 본 행사를 준비하는 연습 주행이었음에도 루즈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레이스를 방불케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차는 브레이크에 불이 붙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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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에 생산된 Ferrari Dino 246 GTS (targa).
약 200마력을 내는 2.4L V6 엔진이 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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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관이 정말 깔끔하고 색이 곱네요.
클래식카 뿐만 아니라 이런 포뮬러 카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레이스카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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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226_보정_크기조절.JPG막 서킷 주행을 마치고 들어온 차를 찍었는데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니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그 열기를 버티고 서킷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드라이버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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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의 곡선은 어떤 차종이든 정말 아름답네요.. 묘한 컬러가 특히 인상깊었던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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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비교적 최신 연식(?)의 차량이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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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그 유명한 Corkscrew 코너입니다. 깊은 좌코너인데 경사 때문에 블라인드되어 드라이버의 담력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 되는 코너라고 하죠. 레이싱 게임에서 이 코너를 타보면서 항상 애먹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사진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경사가 꽤 높습니다.

차의 속도가 많이 줄어드는 코너이기도 하고, 거동이 드라마틱 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차들 달리는 모습 보며 한창을 서있었습니다. 엄청난 사운드의 엔진음, 배기음을 들으며 역사적인 레이스카의 움직임을 보는 일은 정말 흥분됩니다. 저는 이 곳에 서있다는게 믿기지도 않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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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Ford GT 는 캐빈과 후륜 바퀴 사이에 뚫려 있는 공간이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대충 보아도 차가 정말 낮은데 시트에 한 번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차는 일반 모델이 아닙니다. Gulf 오일의 스폰을 받은 GT40 가 1968, 1969년에 르망 경기에서 우승했는데 50주년을 맞아 Heritage Edition 으로 출시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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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 6기통 3.0 엔진과 함께 480마력을 냈고 1977년엔 550마력까지 냈던 Porsche 93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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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머신들이 40년, 5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서킷을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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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L 트윈터보 V8 엔진으로 약 800마력을 내는 Mclaren 사의 끝판 보스입니다. 모델명 Senna.
1988년부터 1993년까지 Mclaren F1 팀에서 활약한 아일톤 세나의 명예를 기리기 위한 모델이라고 합니다.
상식을 벗어난 디자인과 그 과감함 때문에 한참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구경했었습니다.



이 모든 차들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지만 양해를 구한다면 만져보거나 앉아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자유롭습니다. 저는 이런 클래식 레이스카들은 어디 박물관에나 전시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굉음을 내며 마치 현역인냥 달리는 차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고 신비감? 경이로움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뒤엔 소유 팀의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레이스카들의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즐거웠고, 그 차들을 유지관리하는 백발의 할아버지들을 보며 내가 가진 젊음이라는 가장 큰 재산을 허투로 보내지 않아야 겠다는 원동력까지 얻은 아주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