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테드의 오랜 회원분이시자 항상 테드의 발전을 응원해주시는 고마운 분이 한분 계십니다.
예전 테드 카쇼가 송담대학교에서 2년 동안 했을 때 큰 도움을 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정말 오랜만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지 15년이나 되었기에 예전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IMG_8583.jpg

 IMG_8584.jpg

IMG_8585.jpg

50대 후반의 이 신사분은 수동을 좋아하시는 것을 떠나 정말 평생의 운전에서 한번도 놓지 않으신 분입니다.
수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소유하고 계시는 분들도 찾아보면 많지요. 하지만 수동만 수십년 째 아직도 매일 같이 운전하고 계시는 분은 정말 찾기 힘듭니다.

본인이 데일리 드라이버로 사용하시는 산타페 디젤, 6단 수동은 16년도에 무려 4개월을 기다려 출고하신 국내에는 10대도 안되는 귀한 차량입니다. 더불어 E39 M5, 포르쉐 997터보 수동, GT3, 1M등 취미용 차도 모두 수동이었지요.

지금 국산차중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은 손에 꼽습니다.
6개월 정도 주문을 모아서 극 소량으로 생산해주는 것이 보통이고, 대개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어 거의 기본형인 경우가 많아 메리트를 더 떨어트려 의도적으로 주문 의지를 꺽는 정책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이전에 타시던 투싼도 수동이었고, 소나타도 수동이었고, 이번에 산타페는 상당한 금액을 들여 필요한 모든 정비를 마쳤다고 하는데 10만킬로를 조금 넘긴 상태였습니다.

이 신사분의 차에 동승하여 점심 식사를 하러가는데 부드러운 출발과 매끈한 변속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 박자에 맞춰 왼발에 살짝 힘을 주며 리듬을 타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동운전의 맛이란....
빠르고 느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차와 호흡을 맞추며 박자를 놓치지 않고 매끈하게 운전하는 스킬은 과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4년 후면 대학생이 되는 첫째 딸아이의 첫차를 중고 수동차를 사주는 것이 아빠로서 작은 소망입니다.
중학교때부터 운전을 했던 제가 보기에 운전석에 한번도 앉아 본 적이 없는 딸아이가 아직은 수동 운전이 뭔지 모르니 지금 당장은 별 생각이 없겠지만 아이들이 유럽에 가게 되면 고급차가 아닌 이상 수동변속기 차량 렌터카를 빌려야하는데 그럴 때 친구들을 대신해서 운전대를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저의 아이들은 다른건 몰라도 평생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그리고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에서 운전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이 신사분의 수동운전을 옆에서 경험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불편함을 하나씩 제거하고 났더니 남는 건 차를 조작하는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은 아닌지?
차를 내가 직접 조정하는 것이 아닌 그저 차가 가게 만드는 조작을 하는 과정속에서 그 틈새에 즐거움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불편하니까 클러치 패달이 없어졌고,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주차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되었고, 차선을 밟으면 진동으로 안내를 해주고, 앞차가 급정거를 하면 그 타이밍에 제동도 스스로 걸어주며, 잠시 한눈을 팔면 앞차가 출발했음도 알려주는 차를 우리는 너무 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카들의 엄청난 사운드와 파워 그리고 안정성 등도 의미있지만 엔진의 출력을 왼발을 이용해 지면에 옮기는 그 작업은 여전히 아주 엄숙한 작업이고 왼발로 조작할 패달이 있어야 좀 더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역시 수동차를 여러대 가지고 있지만 수동 운전의 빈도는 현저히 낮아진 요즘입니다.
가끔은 하루종일 수동만 운전하는 날을 하루씩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페라리 수동변속기 찾는 것만큼 산타페 수동변속기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웃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래된 인연과 함께하는 좋은 대화와 무엇을 먹어도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기억에 남을 주행의 기억이 더해지면 그보다 행복한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별것 아닐 수 있는 평범한 시간들이지만 작건 크건 영감을 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소중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수동의 추억이 추억으로 묻히지 않고 늘 현실속 손이 닿는 거리에 있게 하는 것이 매일 되새겨야할 작은 목표중 하나가 되게 한 하루였습니다.

항상 좋은 인품으로 대해주시고 좋은 음식 대접해 주심에 늦었지만 이진수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