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는 어릴 때도 몇 번 가본 적 있지만, 카쇼는 난생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순정 상태에서 최저비용으로 나름 최적으로 셋팅 완료했던 MD를, 얘기치 않은 연속 피해 사고로 매각하는 바람에

기변한 XD를 갖고 나가게 되었는데, 이건 갖고 올 때부터 전 차주 분의 손이 안 간 곳 없이 정성껏 꾸며져 있었기에

제 나름의 판단으로는 제 차라고 전시하기가 좀 그렇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운영진께서 이왕이면 전시하여 참석할 것을 권하셔서, 일단 용기를 내어 전시로 참석해보았습니다.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카쇼 외에도 서울 인근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변속기를 오버홀 하면서 종감속 기어비만 4.294로 바뀐 까닭에, 5단 탑기어로 100km/h가 되면 3,100rpm을 웃돌았고

가뜩이나 고회전과는 거리가 아주 먼 베타 엔진인지라 이 상태에서의 고속도로 운행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흔히들 항속주행 하는 x20km/h에 이르면 4,000rpm이 되는데, 이 회전대에서의 부밍음은 기계식 디젤엔진의 그것에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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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 기어만 교체할거라 이것저것 손이 간 곳을 들어냈다가 재조립 하는 것 빼곤 작업이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어차피 속도 계산 해보면 기어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뻔한 사실이었지만, 분명 미션집에서 5단 기어를 줄 4개짜리 -_-;;

가장 롱기어로 바꾸었다고 했는데, 위 사진을 보시면 왼쪽의 떼어낸 기존 기어는 분명 줄 3개 짜리입니다.

기어 이빨에 그어진 줄 갖고 기어비를 본다는 것도 좀 아마추어틱하지만, 그쪽 말마따나 3개짜리를 그대로 끼워놓고는

4개짜리로 바꿔넣었다며 제게 거짓말... 아니, 사기를 친 겁니다. 뭐... 지금 와서 별 도리는 없는 일이지요.

뭐... 소문난 집이라느니 가장 큰 곳이라느니, 다 필요없습니다. 한국에서 믿고 차를 맏길만한 곳, 정말 거의 없습니다.

하여간 빼낸 기어는 미션집에 던져주면서, '이 기어의 가속력 하나만큼은 그리워질 것 같다.' 라고 말해줄 생각입니다.

 

5단 기어를, 말 그대로 '줄 4개짜리' 0.780으로 갈아넣으니 5단 탑기어 100km/h에서 2,950rpm 정도 나오는데

불과 150~200rpm 내려간 거지만 체감되는 차이는 정말 컸습니다. x20km/h 항속이 매우 편해졌습니다.

연비의 경우 아무리 깃털 악셀링을 해도 고속도로에서 12km/l를 넘기기 힘들었던게,

5단 기어 교체 후에는 시원시원하게 밟고도 무려 14~15km/l 정도가 나오네요.

일단 성공입니다.

 

기어비 변경 작업을 하고선 냉면 생각이 나서, 맛있다는 집에 찾아가서 먹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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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쇼 전날 우짜지...우짜지... 고민하면서 먹은 냉면...

요즘 젊은이들(-_-?;;) 입맛에는 별 매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입맛에는 잡맛 없는 순수 육수 맛이 좋았습니다.

간이 좀 쎄게 들어간 건 아쉬웠지만, 꼭 다시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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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담배 한 대 태우면서 사진 찍어봤습니다.

...다음 날 깨달은 사실이지만, XD는 이런 집 앞에서 사진 찍기엔 너무 모던한 것 같습니다.

업소명 노출이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유명한 집이더군요.

 

그러고는, 그야말로 '빡세게' 세차를 해야 했습니다.

고속도로로 올라가는 중에, 앞서가던 대형 트럭에서 날아온 콧물? 가래침?을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_-;;

세차하고 나니 세차장 샴푸가 다용도 크리너였는지 뭔지, 도장면이 물을 잔뜩 머금었고 광택이 엉망이 되어버려서

새벽 3시까지 고체왁스+디테일러로 한참 닦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오토허브 주차장 3층에 미리 차를 넣어버리고 차에서 잤습니다.

 

아침 7시가 좀 못 되어선가...? 주차장을 온통 울리는 호랑이 포효같은 배기음에 다행히 늦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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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옥상으로 올라와보니, 차량 위치 설정 및 무대 셋팅 등으로 모두들 분주하시더군요.

...어쩌지? 어쩌지? 고민하다가 스탭 분의 안내에 따라 적당히 차를 세웠고,

프린터 고장으로, PC방에서 인쇄한 조악한 디스플레이를 붙여놓고는 다른 차 구경하러 도망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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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자리잡은 티뷰론 터뷸런스... 정말 오랜만에 깔끔한 순정 상태의 차를 보니, 별안간 설레였습니다.

옛날 생각 많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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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개인적으로든 뭘로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표정 관리 안 되는 중에 모처럼 웃게 한 차가 있었으니...

로켓단 고양이가 모티브인 듯한 신형 스파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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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레이였습니다.

요즘처럼 문화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다방면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신 차주 분들께

이 날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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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자리의 각그렌저 입니다. 세월이 무색할만큼 최상의 컨디션을 뽐냈는데, 제 취향엔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전날 맛있게 먹었던 냉면집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면 정말 최고의 분위기를 선사했을 것 같습니다.

간만에, 일순간 갑자기 갖고 싶어졌던 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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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 수록 오래된 국산차에 대한 애착이 점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테드와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구경했던 라노스 두 대의 실물을 그야말로 '감상'을 했습니다.

문루프와 사브 구동계&하체 이식... 눈 뜨고 찾아보려 해도 못 찾는 귀한 차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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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망의 0순위로 갖고 있는, 초기형 공랭식 911을 실물로 본 일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연식이 무색하도록 잘 보존된 도장면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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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부대의 엉덩이들을 찍어보았습니다.

특히 유리와 함께 열리는 테일게이트 그 자체와, 넓은 짐칸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RS2, RS4, RS6, 올로드 콰트로 등

웨건 모델이 확 끌렸습니다. 한편으로, 현행 국산 모델 중 웨건 모델이 i40 밖에 없다는게 무척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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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만 간략히 올려보았는데, 이 외에도 찍어둔 많은 사진들을 다 올리려니

너무 설치는 것처럼 보일거 같기도 하고... 또 일일이 코멘트를 쓸 필력도 없어서, 웹하드에 올려보려 합니다.

 

그리고, 카쇼를 통해 느낀 가장 큰 부분은...

 

아... 최근 내 차의 이런저런 트러블로 테드에서 투덜거린 것도 참 부끄러운 일이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많은 차들, 그것도 제 차보다 유지보수비가 훨씬 비싼 차들을 그렇게 번쩍번쩍하고 쌩쌩하게 관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고와 정성이 들었을까... 한편으로 저는 차에 관심 많은 것 치곤 구두쇠가 아닌가 싶어지더군요.

물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만...

 

모쪼록, 처음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하여 운영진 분들의 노고와

멋진 차들로 감동 주신 차주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