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번 소개드린 GTS-2로 열심히 카라이프(혹은 복원 및 세차라이프???=_=)중인

초보 오너 오너 이솔입니다.

 

지인 차를 인수한 터라 어느 정도 히스토리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차령이 벌써 10년차에 접어드는 터라

삐걱거리고 말썽부리는 소소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가급적 직접 돌보며 즐거운 카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원래 이녀석을 영입할 때엔

'출퇴근 경로가 강남이고, 정체 시 피곤한 메뉴얼 차량이고, 메뉴얼임에도 고연비도 아니고, 주차비 등 부대비용....'

을 생각하면 알뜰살뜰 평일엔 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투카답게 주말용 펀카로 사용한다! 라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계획을 단디 세웠습니다만...

역시 자동차 환자에게 그런 계획따윈-_-;

비록 막힐지언정 하루 중 출퇴근 시간 차안에서 유일한 힐링을 하고 있습니다...하하하하....

 

 

각설하고, 지난 주 아주 버라이어티한 클러치 사망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이제서야 조금 마음이 편해지네요.

 

 

올해 들어 일복이 터졌는지 연중 내내 들이닥치는 프로젝트 탓에 휴가를 대신해서

지난 주말 어머님과 가볍게 1박 2일로 부산 드라이브를 다녀왔더랍니다.

사실 이미 얼마 전 부터 더욱 생명의 끈을 놓아가고 있는 클러치와

Q&A란에도 질문드렸던 달그락 소음(결국 중통/촉매 다 털림으로 판명...)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서도 갔다 와서 한번 손보지 뭐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출발했죠.

간만에 엔진 때 좀 벗겨 볼까~? 하면서

고급유 만땅!스킬까지 써가며 신나게 다녀왔습니다.

다행히도........ 1박 2일간의 부산행은 무탈히 다녀왔습니다만,

 

 

마침 부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저녁에 일이 있어 홍대쪽을 향하던 길에,

올림픽대로와 노들길의 치열한 정체를 뚫고 겨우겨우 양화대교 남단에 진입하던 그 때였습니다.

거의 1시간만에 보는 듯한 뻥 뚫린 양화대교를 보면서

'올 크리아!!!'를 속으로 외치고 분기점에서 다리 진입 후 시프트다운, 2->3->4....를...... 하려고 했으나.......

3단에서 4단으로 분노의 퀵 시프팅! 하는 순간....

갑자기 클러치 패달이 안들어갑니다.

 

'??!!??!!!#$@$)%)??'

 

오토미션 쌈싸먹기의 시내 모드가 아닌 분노의 퀵 시프팅 모드다 보니

왼발로 클러치를 걷어차며 이미 오른손은 동시에 3단을 빼고 있었고,

클러치 페달이 먹통이 된 채로 기어는 중립에서 갈곳없이 헤매고 있는 상황....

순간 당황+황당의 하모니가 정신을 아득하게 하네요.

클러치든 브레이크든 답력이 아예 없이 허당을 치는 케이스는 많이 봤어도

클러치가 아예 걸려서 안들어가다니??!?

빠르게 사주경계를 했더니 사방의 차들이 모두 정체구간을 빠져나온 분노의 풀 스로틀을 시전하고 있더군요.

잽싸게 잔머리를 빛의 속도로 굴려보았습니다.

양화대교 자체가 살짝 와인딩 다리(!!?)에다가 꽤나 달리는 구간,

갓길 따위는 없고,,, 심지어 최하위차선은 늘상 강변북로 진입차들이 엄청 길게 늘어선 상황...

다리를 건너가면 합정역 사거리에서부터 카오스일테고......

그래도 일단 안전하게 다리를 건너자는 결론에 1초 후 도달하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당황하여 브레이크를 밟아 시동이 꺼져버리거나, 안전지역도 없는 다리 위에 정차하여

몹시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겠지만, 나는 정예 테드 회원답게 이 상황을 극복해주지'

라고 혼자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침착히 논 클러치 시프팅으로 다리를 건너왔습니다.

 

(목적지가 서교동사거리쪽 지인 작업실이라, 동선 및 신호걸리는 타이밍까지 알고 있어서

순간 '일단 차고지까지 가볼까?' 하는 미친 생각을 했었....)

 

 

 

그 다음 상황은 이제 뭐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죠...

 

갓길에 정차->트렁크 및 후드 개방+비상깜빡이('나 차 퍼졌음...' 사인)->망연자실->줄담배->긴급출동 기사님과의 대면

 

클러치 및 플라이휠이 심히 상태가 안좋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슬립이 나거나 동력전달이 안되면 안되었지 페달이 밟히지 않는다는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일단은 마스터/오페라 실린더나 클러치 케이블 등을 의심하면서

야간에 운영하는 인근 샵으로 진단이나 할 겸 입고시켰습니다.

진단 결과

"실린더, 케이블 이상없음.본격적으로 클러치케이스/미션 까봐야 알 것 같은데요??"

"아 네... 사장님 제가 이따 가서 차 빼갈게요 흑흑"

악명높은 GTS-2 플라이휠 가격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일단 뭐가 되었건 여기서 수리는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차를 빼기로 합니다.

(홈그라운드 아님, 차종 특화 샵도 아님, 보험사 연계에 심지어 야간...

뭔 짓을 하든 견적 폭탄 때려맞을게 뻔했기에 일단 차를 빼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특별한 단골 샵도 없는 풋내기 드라이버라 어디 SOS 할 곳도 없고,,,,

급히 차종 동호회의 협력업체들을 찾아봤지만 당연히 야심한 시간이라 전화연결이 될 리도 만무했죠;

1시간을 고민하다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합니다.

'일단 못먹어도 고!!!'

가장 가까운 영등포쪽 협력업체로 일단 렉카에 실어 무작정 쳐들어갔습니다.

가게앞에 차를 밀어서 이쁘게 세우고,

흠모하는 여인에게 쓰는 러브레터보다 더 진지하게 공들여 편지를 써서 고이 앞유리 안에 넣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차 문을 잠그고 차키는 샵 셔터 밑으로 던져넣고 상황 끝.

다음날 아침 꼭두새벽부터 찾아가 샵 오픈하면 자초지종을 설명하리라 하고 일단 쓸쓸히 지인 택시찬스를 써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불쌍하다고 태워줌...ㅜㅜ)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1. 일단 무조건 미션을 내리고 뭔가 수리를 할 것이다. 기본 공임부터가 제법 먹고 들어가겠지?

2. 자아, 문제의 플라이휠. 정품 새거는 정말 미친짓이야. 중고? or 호환품? or 튜닝용 사제품???

언제나 그렇듯 지름과 견적은 예상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법이지... 라고 위로하며

새벽녘까지 베타+아이치미션에서 문제를 해결한 선지자들의 노하우를 찾아 폭풍 검색을 시작합니다.

 

 

쓰다보니 수다쟁이처럼 너무 길어졌네요.

2부에서 찾아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