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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0에 대한 향수가 강해지는 요즘입니다.
파워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엔진사이즈 키우기의 과정에서 8기통 이상의 유닛이 주는 매력은 비단 출력과 토크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5리터 이상의 배기량은 실제로 8기통으로도 12기통으로도 구성이 가능하지만 다소 생소한 구성의 10기통은 감성을 담겠다고 하는 목적도 기술적으로 완벽한 회전 질감을 만드는데 필요한 엔지니어링의 고도화가 받쳐줘야 구현이 가능했습니다.

아우디의 10기통 역사의 시작은 2006년 450마력 D3 S8 V10 5.2가 데뷔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거의 동시에 C6 S6에 435마력으로 출력을 줄인 V10이 실렸는데, 이 5.2리터 유닛은 사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초창기 모델인 5.0리터에서 진화한 유닛입니다.

이 5.2리터 유닛은 아우디 R8과 가야르도를 거쳐 후라칸에 현행까지 사용되고 있는 엔진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에 자연흡기 스포츠 엔진으로서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엔진이자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BMW는 아우디보다 1년정도 먼저인 2005년 4세대 M5인 E60 M5를 데뷔시켰고 507마력에 8300rpm이라는 고회전과 수동 기반의 SMG3로 명칭된 변속기를 매칭시켜, 세단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제대로 된 레이싱 기반의 기술집약적 모델을 앞세워 M 전용 모델의 스페셜함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두 차종을 평가하기 앞서 전용 엔진에 대한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까지가 아우디와 BMW가 전용 엔진을 장착한 스페셜 모델의 가치가 가장 높았던 시기입니다.
V10을 사용하는 아우디는 당시 R8, S6, S8뿐이었고, BMW에서는 M5와 M6에만 적용되었습니다.

현행 S시리즈 혹은 RS시리즈, 그리고 M시리즈의 수없이 많아 진 모델 라인업에서 활용되는 엔진은 전용엔진이라고 하기에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차종들이 너무 많은 것과 대조되는 내용이지요.

희소성이 주는 특별함은 단순히 개체수가 작다는 것으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두 V10의 가장 큰 매력은 사운드와 날카로운 반응성 그리고 철저히 고회전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8기통의 비트도 보여주지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사운드가 선명해지는 점이 8기통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5기통 엔진을 자주 접해보면 10기통 엔진이 5기통 엔진의 사운드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느낌의 미세함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아우디의 V10은 R8이나 가야르도에 적용되는 유닛과 흡배기를 포함한 헤드쪽 설계가 다른 디튠 버젼이긴 하지만 블럭과 피스톤 그리고 크랭크샤프트의 구조적인 안정성과 내구성이 극한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BMW가 로드 베어링 이슈나 엔진 스크레치의 이슈가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우디의 V10은 그런 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습니다.

정비의 관점에서 V10이 극악의 정비성과 내구성을 가졌다는 평가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입니다.
모든 엔진은 정비적 특성이 있는 것이고 순수 자연흡기로 400마력 이상을 만드는 엔진이 200마력대 일반 엔진과 비슷한 정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제 경험으로 여러대의 V10으로 거의 대부분의 메이져한 이슈들을 해결하던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잘 관리한다는 조건에서 V10은 현행 V8트윈터보 유닛에 비해 정비에서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다는 점입니다.

오일팬과 실린더 헤드가 이단으로 되어있다는 점 때문에 어느 부위의 누유이냐에 따라 엔진을 내려야하는 가능성이 클 수 있지만 내릴 때 제대로 수리하면 10~15만킬로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BMW의 V10은 아우디의 V10에 비해 좀 더 화끈하고 고회전에서 그야말로 미친 가속력을 발휘합니다.
F10 M5를 아무리 튜닝해도 320km/h이상 좀처럼 속도가 오르지 않는 것과 비교해 E60 M5는 리미트만 풀어도 330km/h를 비교적 수월하게 마크합니다.

수동변속기에 대한 운전의 이해가 없다면 답답하고 운용하기 힘든 주행특성이 오히려 이차의 매력이고, 달리는 능력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는 차입니다.

정비적으로 보면 쓰로틀 액튜에이터의 약점이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교환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누유는 새는 곳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어떤 엔진의 약점으로서의 요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같은 구성을 가진 E92 M3 V8 4.0유닛에 비해 연비가 형편없기는 하지만 그정도의 고급유를 떼가면서 달리는 보람은 충분합니다.

다시 아우디의 V10으로 돌아보면 최고급 세단에 적용시킨 유닛이라는 특성 때문에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감을 주지만
3500rpm에서 열리는 배기플랩으로 터널에서 가속하면 가야르도 비슷한 캐릭터의 음색을 어느정도 제한되어있긴 하지만 시원하게 뿜어줍니다.

C6 S6는 S8보다 좀 더 이 사운드의 증감이 크게 세팅되어 있어 S6쪽이 운전의 박진감은 좀 더 좋습니다.
ZF 6단 자동변속기는 ZF에서 설계한 변속기중에서 가장 튼튼한 변속기라고 봅니다.

최신 변속기만큼 부드럽지는 않지만 내구성이 좋아 오버홀 주기가 깁니다.

가변 흡기 매니폴드와 캠어드져스터의 작동으로 5000rpm부근에서 배기음이 달라질 정도로 극적으로 바뀌는 경계가 있습니다. 7200rpm이라는 그래도 제법 높은 회전수를 마크하는데, R8이나 람보가 8500rpm을 사용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단순히 회전만 높은 것이 아니라 묵직한 토크를 끝도없이 뿜어내며 달리는 감각이 일품입니다.

S8과 M5모두 고속영역에서 특출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후에 나온 신형 D4모델이나 F10과 비교해도 D3나 E60쪽이 초고속에서 안정적이고 움직임이 날카롭습니다.

제가 수년 동안 다양한 복원과 튜닝 그리고 문제점들을 면밀히 봐왔던 차종들이라 이 두차종에 대한 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정비를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결코 이 차들의 매력을 떨어트릴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한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Modern Young timer를 대표하는 차종들이라는 점에서 최신차에 뒤지지 않는 기술적 하이라이트를 가지고 있고 개체수는 기 이후에 나온 신형 모델의 수분의 일에 지나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아마 많이 올라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실질적으로 흔한 8기통과 부드럽지만 극적인 맛은 덜한 12기통 사이의 10기통이 주는 매력은 단순히 실린더가 10개라는점으로 국한되지 않고 그 연관성이 포르쉐의 카레라 GT V10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감성적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점이 이차를 운전하는 강렬한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국내를 달리는 모든 V10의 건강과 화끈한 주행을 기원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