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 보았습니다.
평소 타는 차는 유럽형 카렌스rp 1.6 수동입니다.

6단 수동 변속기와 1.6 가솔린 엔진을 달래가면서 도로 흐름에 맞추어 80km/h까지 가속하는것이 나무를 베어와서 불을 지피고 밥을 해먹는거라면, '밧데리차' 로 같은 속도에 도달하는건 전자렌지에 햇반 돌리는것과 같았습니다.

신호대기후 튀어나가는 a7 55tdi를 따라가 보았는데 그닥 벌어지지 않더군요. 시내에서 내연기관 차량들과 함께 달리는건 러버콘 사이를 누비는 느낌입니다. 무슨 일 있었어? 하는 식으로 속도를 붙이고 돌아나가고 범프를 넘습니다. 스트레스가 없고 적당히 피드백이 오니 거동만큼은 상당한 고급차의 느낌.

가끔 타는 rx400h(al10)와 비교해도 모터소음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신형이 좋긴 좋은듯. 에너지세이버 타이어가 너무 후지고 시끄러워서 카렌스에 끼워놓은 미쉐린 프라이머시4가 그립긴 했습니다.

의외로 편도1차선 국도에서 추월하는건 좀 무서웠습니다. 내연기관차는 다운시프트를 하고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힘이 붙는걸 느끼면서 추월하는데, 이놈은 그런 변화가 없으니 가속이 안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추월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겁이 났습니다.

전기차를 타보기 전에 밧데리차라는 것은 타미야 장난감이 아닌가? 구글도 잘 만들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동계의 드라마'를 느끼는건 가속상황에 한정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상황 - 잘 돌고 멈추고, 견고하게 조립하고, 필요하면 안전하게 부서지고 하는건 완전히 다른 얘기. 즉 다이슨에겐 경험이 전무한 영역입니다.

자동차 전문기업이 아니라면, 모터와 밧데리관리 이외의 나머지 분야를 기존 기업처럼 잘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심지어 티볼리조차 평소엔 탈만하지만 한계에선 어이없는 거동을 보이니까요. 애플은 제품을 경험으로 접근하니까 그걸 알고 포기한게 아닐까요.